빽빽한 강의일정으로 정신 없이 한 주를 보내고 (아직 하루 더 남았지만) 한숨을 돌리면서 새로 나온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또 몇 권은 주문을 넣었다. 장바구니에 넣었으되 주문은 미뤄놓은 책 가운데는 리처드 오버리의 <더 타임스 세계사>(예경, 2016)가 있다. 5만원대 책이어서 그런데, 사실 이 책은 한 차례 나온 적이 있다. <타임스 세계 역사>(생각의나무, 2009)다. 두 권짜리인데, 각권 가격이 무려 12만원이었다(두 권 세트의 한정특가가 18만원이었다). 그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인 셈이니 아주 저렴해졌다고 할까(생각의나무판이 왜 두 권짜리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가격대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지도와 사진이 포함돼 있어서다. 그래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읽기에 가장 좋은 세계사로 보이고 학교도서관에 필히 비치해놓을 만하다. 이번에 고등학생이 된 아이가 세계사 과목이 어렵다고 해서(과목 자체가 여러운 게 아니라면 교습 방식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주지 못하는 것이겠다) 안 그대로 참고할 만한 세계사 책을 찾던 참인데, 이만하면 최적이지 않을까 싶다.

 

 

원저도 찾아보니 가격이 4만원대(할인가는 3만 3천원대)여서 저렴하다 했더니 지도와 사진은 빠진 텍스트판이다. 다 갖춘 판본은 지난해 나온 9판이 15만원대(할인가는 12만원대)니까 예상대로다. 세계사를 공부하는 데 좋은 보교재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해서 아이에게 선물로 줄까 생각중이다. 나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16. 03. 24.

 

 

P.S. 리처드 오버리의 책은 국내에 몇 권 소개되었다. 그가 자문한 책으론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20세기 역사>(지식갤러리, 2013)가 있고, 예전에 언급한 책으로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지식의풍경, 2003), <독재자들>(교양인, 2008)이 있다. 이 가운데 <20세기 역사>도 다양한 자료와 사진으로 구성된 보교재형 책이다. 이것도 장바구니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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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현대사 책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리처드 번스타인의 <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책과함께, 2016)과 아론 브레그먼의 <6일 전쟁 50년의 점령>(니케북스, 2016)이다.

 

 

우리에게는 특별하지만(이안 브루마의 <0년>을 보면 세계사적으로도 그렇긴 하다) 1945년이 중국에도 특별한 연도인가 싶은데, <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은 그렇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해인가? "1945년은 중국에 있어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전개된 100년 굴욕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해이다. '뉴욕타임스' 기자 리처드 번스타인은 이 해를 전후로 미국에 타전된 중국발 보고서를 모두 모아 한 편의 정치 외교 드라마로 구성했다." 원저의 부제는 '마오의 혁명과 미국의 치명적 선택'이다(이를 번역본은 'G2 시대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고 옮겼다). 미중관계사를 다룬 책으로 분류할 수 있겠는데, 한 추천사는 책의 의의를 이렇게 짚었다.

미국과 중국이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탐색하고 있는 시기에 리처드 번스타인의 이 고무적이고 유용한 책은 오늘날 도전의 뿌리가 된 시기를 근본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의 끔찍한 복잡성과 역사의 중요성, 그리고 운명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시각이 제한돼 있었던 사실에 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잘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6일 전쟁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상식선에서 알고 있지만, 정작 자세한 내막과 경과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는데(관련서가 있었던가?) <6일 전쟁 50년의 점령>은 바로 그 갈증을 해소해주는 책이어서 반갑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을 통해 요르단 강 서안, 골란고원, 가자 지구, 시나이반도를 점령하고 중동의 지도를 영원히 바꾸고자 했다. 이 책은 6일전쟁에서 시작되어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역사책이다."

 

원제는 <저주받은 승리>. 물론 이 승리는 이스라엘의 승리이지만,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50년의 점령사가 많은 희생을 치르며 중동 지역을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저주받은'이라고 수식될 만하다. 저자는 이스라엘 태생으로 6년간 포병장교로 근무한 경력까지 갖고 있지만 조국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여 이스라엘을 떠났고 현재는 영국 런던의 킹스칼리지에서 전쟁연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 전공분야가 바로 이스라엘 전쟁사로 <저주받은 승리> 외에 <이스라엘의 전쟁: 1947년 이후의 역사>란 책도 갖고 있다.  

 

<6일 전쟁 50년의 점령>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의 평은 이렇다. "이스라엘 군정 반세기의 산물로, 유대인이 아랍인을 못살게 굴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은 수없이 많다. 아론 브레크먼의 이 책은 그중에서도 수작이다. 저자는 ‘문명개화한 점령’이라는 허울 아래 자행된 무자비한 점령 통치의 실체를 드러내 보인다." 원저도 구해봐야겠다...

 

16. 03. 22.

 

 

P.S. 6일 전쟁을 다룬 책으로는 제러미 보엔의 <6일 전쟁>(플래닛미디어, 2010)이 번역됐었다. 현재는 절판. 저자는 BBC의 중동통신원으로 2013년에는 아랍 봉기에 관한 책도 펴냈다. 이 또한 궁금한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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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역사학자, 인문저술가, 인권학자, 3인이다. 먼저 역사학의 역사학자 김기봉 교수의 신간 <히스토리아, 쿠오바디스>(서해문집, 2016)가 출간되었다. '탈근대, 역사학은 어디로 가는가'가 부제. "“역사란 무엇이고, 역사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다시 생각해 보고 정답이 아닌 해답을 제시하는 한편, 답을 찾기 위한 열쇠는 역사가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역사에서 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책으론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푸른역사, 2000)를 기억하는데, 벌써 16년 전에 나온 책이다. 이후 역사의 대중화나 팩션 유행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 책들도 펴냈는데(<팩션시대, 영화와 역사를 중매하다><역사들이 속삭인다> 등이 그렇다) 지금은 모두 품절된 상태(이런 게 역사인가 싶기도 하다). '역사학 어디로 가는가'란 물음 이전에 '역사는 어디로 가는가''한국은 어디로 가는가'를 묻고 싶은 게 요즘이어서 <히스토리아, 쿠오바디스>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정말 '쿠오 바디스?'다.

 

 

베스트셀러 <철학콘서트>의 저자 황광우가 <역사콘서트>(생각정원, 2016)로 돌아왔다. 작년에 <철학의 신전>(생각정원, 2015)에 대한 서평을 쓴 일도 있어서 저자의 행보에 관심을 두게 된다. 이번에 나온 책 두 권은 '황광우와 함께 읽는 조선의 결정적 순간'이란 부제대로 조선사에 초점을 맞춘다. 짐작컨대, 조선사는 출발점일 뿐이고 장기적인, 더 방대한 기획을 갖고 있을 듯싶다. 청소년 독자가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는 데 일조하면 좋겠다.

 

 

인권 문제 책을 정력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조효제 교수의 신간이 나왔다. <인권의 지평>(후마니타스, 2016). 인권학 관련서는 조효제 교수가 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저자다. 물론 제목만 봐서는 다 비슷비슷하지 않나 싶은 인상을 받게도 되는데, 이번 <인권의 지평>은 '새로운 인권 이론을 위한 밑그림'이란 부제로 차이를 어림해본다. 소개는 간명하다.

"20세기에 형성된 특정한 인권론의 한계를 넘어 인권 이론의 새로운 토대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인권의 일반사회이론'을 정립하려는 노력의 첫걸음이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민주정치의 궁극적 목표로 두도록 하는 대안적 인권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걸음이라고 하니까 아직 많은 여정을 남겨놓고 있을 터이지만 '인권의 일반사회이론'의 정립을 고대해본다...

 

16.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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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독일 법학자 카를 슈미트의 <합법성과 정당성>(길, 2016)을 고른다. 1932년에 발표된 팸플릿 성격의 책으로 문제적 법학자(내지는 악명 높은 법학자)의 문제작. 번역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도균 교수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슈미트는 자유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이자 나치 시대의 대표적 법률가로 악명이 높아 흔히 나치 시대의 황제법학자로 불린다.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펼쳐보이려 했던 슈미트는 상황을 적절하게 포착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개념들을 천재적으로 고안해내고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당대의 그 어떤 정치철학자나 국법학자도 그만큼 현실 상황, 갈등 상황, 사태의 발전 과정을 개념으로 주조해내는 솜씨와 내공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이 가지는 복합성과 중층성 때문에 그의 저작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데, 가령 그는 자유주의 법치국가 사상의 흐름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반자유주의와 파시즘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소개에도 언급되고 있지만, 나치 시대 대표 법학자로서 자유주의 법치국가의 비판자이면서도 또 그렇게만 이해할 수 없는 복합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는 게 슈미트의 문제성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된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길, 2012) 등과 함께 일독해봄직하다. 꽤 시간이 걸리는 일독이 될 듯싶지만.

 

 

순전히 제목 때문에 떠올린 책은 하버마스의 <사실성과 타당성>(나남, 2007)이다. '유행'도 아니어서 하버마스의 책은 제쳐놓은 지 오래 되었는데, 지난 연말 <민주주의와 공론장>(컬처룩, 2015)이란 하버마스 연구서가 나와서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제목대로 민주주의와 공론장을 키워드로 한 하버마스의 정치철학에 대해서도 다시 읽어보고픈 욕심이 생긴다. 그건 물론 우리의 퇴행하는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오작동 때문이다...

 

16.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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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궁리하다가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제프리 클루거의 <옆집의 나르시스트>(문학동네, 2016)다. '집, 사무실, 침실,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괴물 이해하기'가 부제고, 원저는 2014년에 나온 책이다(전작 <심플렉서티>가 소개됐지만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타임>의 수석 편집자이자 작가인 저자가 나르시시즘에 대한 광범위한 정신병리학적.심리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나르시시스트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터에서, 나아가 정계와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어떻게 주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신마저 파멸로 이끄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인류가 어떻게 나르시시즘을 극복해야 할지 통찰을 제공한다."

소개에서 알 수 있지만 저자는 나르시시즘을 절대적인 극복 대상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나르시시즘적 성향이란 것은 우리 본성의 일부이기 때문에(자기비하감에 빠져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나르시스트의 판단 기준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책 끝에 실린 '자기애적 성격 검사' 테스트가 기준이 될는지.

 

미더운 책인지 긴가민가 하다가 스티븐 핑커의 추천사를 믿어보기로 했다. "나르시시스트가 사람들을 사로잡듯, <옆집의 나르시시스트> 또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각종 뉴스와 우리 일상에서 찾은 딱 맞는 사례를 더해 재기 넘치게 서술했다." 걸작이라는 애기는 아니지만 읽어볼 만하다는 평은 되니까...

 

16.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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