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개되는 저자는 아니므로 '발견'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매번 출간 소식이 반가운 저자는 영국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이다. 지난해부터 부쩍 책이 자주 나오는데(확인해보니 그래봐야 네 권이지만) 이번에 나온 건 <낙관하지 않는 희망>(우물이있는집, 2016)이다(원저는 예일대판과 버지니아대판, 두 종이 있다).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얼른 가늠해보기 어렵다. 소개는 이렇다.



"저자의 희망에 대한 생각은 삶에서 낙관주의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거절로 시작한다. 그것은 오히려 합리화의 구조 혹은 진실된 분별력 대신 한 사람의 기질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친숙하지만 제대로 규정하기 힘든 단어인 희망의 의미를 분석한다. 그것은 감정인지, 열망과는 어떻게 다른지, 미래에 집착을 하는지 등. 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비극적 희망의 새로운 개념을 꺼내든다. 이글턴이 감지하는 희망은 경박한 낙관주의에 오염된 희망을 정련하고 제련하는 것으로서 '희망과 욕망의 비극적 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저평가되어온 희망의 가치를 상승시켜서 '희망과 절망의 역리적逆理的 관계'를 교차하고 융합한다."
이런 소개글은 대개 담당 편집자가 작성하는데, "이글턴이 감지하는 희망은 경박한 낙관주의에 오염된 희망을 정련하고 제련하는 것으로서 '희망과 욕망의 비극적 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저평가되어온 희망의 가치를 상승시켜서 '희망과 절망의 역리적逆理的 관계'를 교차하고 융합한다."는 건 이글턴의 문체를 미리 맛보게 하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절하지는 않다. 거기에 뒤이어 나오는 "그렇게 했을 때에만 이글턴이 이야기하는 "진정한 희망"의 여건을 조성하고 에른스트 블로흐의 허망하고 낙관적인 희망에 대항하는 '값지고 현실적인 희망'의 조건을 구성할 것이다."란 문장도 마찬가지다(에른스트 블로흐의 의문의 1패로군).


블로흐의 주저인 <희망의 원리>는 박설호 교수에 의해 완역본이 나왔었지만 현재는 절판된 상태이고, 박 교수의 '에르스트 블로흐 읽기'만 세 권까지 나와 있다. 김진 교수의 <에르스트 블로흐와 희망의 원리>(울산대출판부, 2006)도 가이드북이다(목적지가 사라진 가이드북?).
모호한 소개글보다는 차라리 슬라보예 지젝의 추천사가 명쾌하다. "우리가 빠져든 곤란지경의 도처에서 횡행하는 낙관주의는 당연히 가짜이다. 오직 진정한 희망을 지참한 사람들만이 우리가 다가가는 지옥을 감히 직시할 수 있다. 이 책은 암담해져가는 현대에 적확하게 들어맞는 진실한 종교의 가장 뛰어난 고백서이다." 그래서 이 또한 장바구니로...
16. 0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