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러시아문학 관련서가 출간되었다(작품을 제외한). 한국러시아문학회에서 펴낸 <나를 움직인 이 한 장면>(써네스트, 2016). '러시아문학에서 청춘을 단련하다'가 부제로 붙었다. 러시아문학 전공자들이 각자가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을 부분 번역하고 이에 대한 소회를 덧붙인 형식이다.
"천재 시인 푸시킨, 거장 중의 거장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그리고 노벨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 작가들을 비롯하여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하나씩을 뽑아 번역 해설하였으며 각 장면을 '사랑합니다', '고뇌와 갈망', '이상과 현실', '삶 속의 예술, 예술 속의 삶', '진정한 삶을 위하여', '세상을 바라보다'의 여섯 테마로 나누어 배치하였다."
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흥미롭게 읽어볼 만하고, 러시아문학을 애호하는 일반 독자들도 무엇이 러시아문학의 매력인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다. 학생들이라면 미르스키의 <러시아문학사>(써네스트, 2008), 그리고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와 같이 구비해놓아도 좋겠다(<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 20세기 편은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말이 나온 김에 최근에 번역된 러시아문학 작품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레르몬토프의 소설 <우리 시대의 영웅>(작가와비평, 2016)이 새로 번역돼 나왔는데, 이미 여러 차례 번역된 작품이지만 (번역본마다 다 다른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반갑다. 레르몬토프와 이 작품에 대해서는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를 참고하시길.
톨스토이의 후기 대표작인 중편소설 <크로이처 소나타>(뿌쉬낀하우스, 2016)도 '똘스또이 클래식'의 한 권으로 다시 나왔다. 보통 <크로이체르 소나타>라고 번역된 작품. 이번 번역본은 부록이 강점인데, "똘스또이가 소설의 주제에 대해 직접 쓴 '크로이처 소나타 에필로그'와 러시아 시인이자 극작가인 옐레나 이사예바가 베토벤과 똘스또이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비교한 연구 논문 '똘스또이가 들은 베토벤의 음악, 왜 '크로이처 소나타'인가'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간간이 출간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러시아문학 번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전쟁과 평화>가 다시 번역돼 나온다는 5월이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까. 그러길 기대한다...
16. 04. 17.
P.S. 내게도 '나를 움직인 이 한 장면'을 골라달라면,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에서 골라야 하겠다. <가난한 사람들>과 <분신>, 그리고 <지하생활자의 수기>(요즘엔 <지하로부터의 수기>로 번역된다)를 대상으로 학부 졸업논문을 썼기 때문이다. 기억엔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에 나타난 시선과 권력의 문제'가 제목이었다. 유실한 지 오래됐지만 그땐 나도 이십대 중반이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