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최백순의 <조선공산당 평전>(서해문집)을 고른다. 저자는 생소하지만 제목은 도드라진다.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모두 외면당하고 부정당했던 조선공산당의 역사가 생생한 이야기로 되살아났다. 항일투쟁의 마지막 불꽃이기도 했으며, 노동자, 농민들을 조직화하고 그들을 위한 투쟁에 앞장섰던 수많은 사람들의 기록이기에 저자는 사람이 아닌 ‘조선공산당‘에 ‘평전‘이란 말을 붙였다.˝

러시아혁명 100주년 관련서가 다수 출간되고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 아무래도 러시아혁명의 여파로 결성된 것이 조선공산당이기에. 마침 박종성의 <평전 박헌영>(인간사랑)도 나왔다. 박헌영 평전이 처음은 아니지만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는지 궁금하다.

두께 때문에 엄두를 내기 어렵지만 로버트 스칼라피노의 <한국 공산주의운동사>(돌베개)도 수시로 참고할 만하다. 내년에는 한국계급문학 운동사에 대해서도 강의를 해볼까 한다.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의 ‘부작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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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한달만이다!). 건너뛴 저자들이 없을 수가 없는데, 따로 대책이 있는 건 아니고, 가끔씩 이렇게 입막음 페이퍼를 적는 수밖에 없다. 이주에는 일본 문화학자와 전문 인터뷰어, 그리고 의학자 3인이다. 



먼저 일본문화, 특기 종교 전문가인 박규태 교수의 새책이 나왔다. <신도와 일본인>(이학사, 2017). 아마도 일본 신사와 신도에 대해서는 가장 깊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여름에 두툼한 학술서로 <일본 신사의 역사와 신앙>(역락, 2017)을 펴냈고, 이번에 나온 책은 일본 신도에 대한 포괄적인 소개서이다. 입문서로도 읽을 수 있겠지만 좀 묵직한 입문서라고 해야겠다. 


"신도는 과연 종교일까 아니면 일본인의 역사적 관습일까? '신도'는 무엇이고, 어떻게 성립되어왔으며, 서구의 눈으로 본 신도는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물음으로부터 출발하여 '신도의 아이덴티티'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끝나는 이 책은 '신도'라는 낯선 문을 지나 일본인의 마음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길을 열어준다. 신도를 통해 일본/일본인/일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책에 눈길이 간 건 아마도 일본문학기행을 계획하면서 일본문화에 대한 좀 심도 있는 책을 찾으려해서인 듯하다. 언제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옮긴 <신도, 일본 태생의 종교시스템>(제이앤씨, 2010)과 같이 읽어보려 한다. 문고판으로는 <일본의 신사>(살림, 2005), 품절된 책 가운데는 무라오카 츠네츠구의 <일본 신도사>(예문서원, 1998) 등도 같이 참고할 수 있는 책이다.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아트북스, 2014)로 알게 된 독립 저널리스트이자 전문 인터뷰어 안희경의 새책이 나왔다. <사피엔스의 마음>(위즈덤하우스, 2017). <문명, 그 길을 묻다>(이야기가있는집, 2015)가 나왔을 때 추천사를 쓴 인연으로 인사동에서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는데, 다음 책으로 '마음'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예술'과 '문명'에 뒤이은 주제가 '마음'이었던 것인데, 스티븐 핑커 같은 저명한 인지과학자에서부터 종림 스님까지 인터뷰이도 다양한다(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 사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과학, 문학, 예술, 사회학, 철학, 종교 등 각 분야에서 ‘마음’을 다루는 세계 지성들―스티븐 핑커, 게리 스나이더, 마이클 가자니가, 로버트 트리버스, 이해인, 지그문트 바우만, 알렉산드라 야신스카 카니아, 이사벨 아옌데, 마루야마 겐지, 장쉰,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종림, 셸리 케이건―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보통의 마음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 개인의 마음이 어떻게 시대의 마음으로 이어지는지, 그 마음들을 통해 어떻게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모색한다."


<문명, 그 길을 묻다>도 그렇지만, 세계적 지성들과의 흔치 않은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인터뷰어의 안목과 노고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이자 학자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현석의 <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지성사, 2006) 개정판이 <교양으로 읽는 우리 몸 사전>(서해문집, 2017)으로 출간되었다. "지난 2006년 출간돼 의학계의 권위 있는 상인 제39회 ‘동아의학상’을 수상한 최현석 저자의 <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을 11년 만에 전면 개정증보한 책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각 분과별 최신판 의학 교재들과 국내외 의학 논문, 단행본 등을 섭렵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의료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최신 의학 정보를 총망라해 거의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으로 정리해냈다." 


몸에 관심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조짐은 아닌데, 해마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다 보니 몸의 상태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게 된다. <우리 몸 사전>도 사전이니만큼 수시로 참고하면 되겠다. 



저자는 '인간 개념어 사전' 시리즈로 <인간의 모든 감각>부터 <인간의 모든 감정>, <인간의 모든 동기>까지 3부작을 펴내기도 했는데, 백과사전적 지식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우리 몸과 관련한 방대한 사전을 갖게 되었으니 저자의 관심과 욕심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다(저작 목록 중 <유전자의 비밀지도>는 검색되지 않는다. 근간으로 보인다)...  


17.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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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과제로 읽어야 한다고 해서 일연의 <삼국유사>를 사러 서점에 나왔다가 들어가는 길이다. <삼국유사>는 판본이 많은데 집에는 학교에서 추천한 판본이 없어서다(추천본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이 들고 다니는 책이 있다고). 서점에도 없다면 좀 거리가 있는 도서관에까지 갈 뻔했는데 다행히 수고는 덜었다.

돌아가는 길에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며 표절에 관하여 적는다. 정확히는 <표절에 관하여>(봄날의책)란 책에 관하여. 이번에 나온 건 저자가 프랑스의 문학교수이자 표절 전문가다. 표절은 겉보기에는 간단한 문제이지만(이걸 베꼈잖소?) 텍스트간의 영향관계를 지칭하는 상호텍스트성으로까지 시야를 확장하면 매우 복잡한 문제가 된다. 게다가 역사적 고찰까지 더한다면? 저자가 바로 그런 일을 수행하고 있다.

˝표절에 관하여 누구도 명확히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표절은 오랫동안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창조적 변형과 추악한 범죄행위 사이에서, 이제는 무엇이 표절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논의와 판단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표절에 관한 공시적, 통시적 고찰을 통해 그 역할을 꽤 유용하게 해낸다.˝

표절에 관해선 남형두의 <표절론>(현암사)이 묵직한 가이드북이자 사례집. 너무 두꺼워서 나도 소장하고 있지는 않다. 주로 저작권과 관련하여 표절 문제를 다룬다.

토머스 맬런의 <표절, 남의 글을 훔치다>(모티브북)는 이번에 주목하게 된 책인데 엘렌 모렐-앵다르의 <표절에 관하여>와 비교하며 읽어봄직한 책이다. 표절에 관한 여러 시비와 논란을 소개하고 있어서 실전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나저나 관심이 간다고 하여 모든 책을 구입할 수는 없으니(그렇잖아도 매달 상당한 비용을 쓰고 있기에) 가까운 도서관을 검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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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한국과 러시아문학, 1896-1946‘을 부제로 한 책이 나왔다. 러시아문학자 김진영 교수의 <시베리아의 향수>(이숲). 이 주제에 관한 국내 논저 가운데 가장 폭넓고 깊이 있는 저작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이 한국 사회와 문화에 끼친 영향을 연구해온 학자가 방대한 기록을 참고하고 분석과 성찰을 거듭하여 완성한 책이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러시아 문학은 문학 이상의 현상이었다. 궁핍했던 시대를 비춘 거울이자 대리 발언대로서 다른 어떤 외국 문학보다도 깊은 반향을 일으킨 휴머니즘 교과서였고, 근대 지식과 감성과 문화를 유입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이 책은 1896년 조선왕조 사절단의 첫 러시아 여행에서부터 1946년 이태준의 첫 소련 여행에 이르는 50년간 러시아 문학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번역되고 읽혔는지, 또 러시아/소비에트 러시아의 표상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었는지 살펴본다.˝

수년 전에 대학원에서 한러 비교문학을 강의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런 책이 나와있었다면 궁색한 강의는 면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국외에서도 좋은 학술서가 그 이후에 나왔다). 여하튼 유용한 참고서도 마련된 김에 한러 비교문학의 몇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1-2년 내로 별도의 강의를 기획해보고 싶다.

지난 달인가 다룬 적이 있는데 러시아문학과 한국문학에서의 시베리아를 다룬 책으론 이정식의 <시베리아 기행>(서울문화사)도 유익한 참고자료이다. 시베리아 문학기행도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데 바이칼호가 오염되고 있다는 기사도 어제 읽은 터라 마음이 가볍지는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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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대사에 가장 정통하다는 영국의 역사학자 올랜도 파이지스의 <혁명의 러시아 1891-1991>(어크로스)이 출간되었다. 주저 <민중의 비극>을 은근히 기대했지만(분량이 무지막지하긴 하다) 러시아 현대사 100년의 압축판으로 대신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러시아 현대사의 권위자인 런던대학교 버벡 칼리지의 올랜도 파이지스 교수는 이 책에서 러시아 혁명을 100년 동안 장기지속된 하나의 사이클로 서술한다. 러시아 혁명을 다룬 대부분의 책들이 혁명이 일어난 1917년 전후의 짧은 시기의 사정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올랜도 파이지스는 이 책에서 혁명의 기원에서부터 독재, 그리고 소련 몰락에 이르는 비극적인 과정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혁명 이전의 제정 러시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인류 최대의 유토피아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 혁명과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이 어떻게 현실에서 왜곡되고 실패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레닌과 볼셰비키의 10월 혁명에서 고르바초프의 개혁 이후 소련 몰락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혁명의 계승과 진행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다.˝

그러니까 러시아혁명사를 상당히 확장된 스케일로 재검토한 책이다. 그럼에도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강점. 더 자세한 혁명사를 원한다면 저자의 <민중의 비극>을 참고하면 되겠다(1891년부터 1924년까지를 자세히 다룬다).

파이지스의 책으론 러시아 근대 문화사를 다룬 <나타샤 댄스>(이카루스미디어)가 처음 소개되었고 또다른 대표작으로 스탈린시대를 조명한 <속삭이는 사회>(교양인)도 번역돼 있다. 이제 이름을 기억해두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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