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대사에 가장 정통하다는 영국의 역사학자 올랜도 파이지스의 <혁명의 러시아 1891-1991>(어크로스)이 출간되었다. 주저 <민중의 비극>을 은근히 기대했지만(분량이 무지막지하긴 하다) 러시아 현대사 100년의 압축판으로 대신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러시아 현대사의 권위자인 런던대학교 버벡 칼리지의 올랜도 파이지스 교수는 이 책에서 러시아 혁명을 100년 동안 장기지속된 하나의 사이클로 서술한다. 러시아 혁명을 다룬 대부분의 책들이 혁명이 일어난 1917년 전후의 짧은 시기의 사정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올랜도 파이지스는 이 책에서 혁명의 기원에서부터 독재, 그리고 소련 몰락에 이르는 비극적인 과정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혁명 이전의 제정 러시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인류 최대의 유토피아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 혁명과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이 어떻게 현실에서 왜곡되고 실패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레닌과 볼셰비키의 10월 혁명에서 고르바초프의 개혁 이후 소련 몰락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혁명의 계승과 진행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다.˝

그러니까 러시아혁명사를 상당히 확장된 스케일로 재검토한 책이다. 그럼에도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강점. 더 자세한 혁명사를 원한다면 저자의 <민중의 비극>을 참고하면 되겠다(1891년부터 1924년까지를 자세히 다룬다).

파이지스의 책으론 러시아 근대 문화사를 다룬 <나타샤 댄스>(이카루스미디어)가 처음 소개되었고 또다른 대표작으로 스탈린시대를 조명한 <속삭이는 사회>(교양인)도 번역돼 있다. 이제 이름을 기억해두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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