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과제로 읽어야 한다고 해서 일연의 <삼국유사>를 사러 서점에 나왔다가 들어가는 길이다. <삼국유사>는 판본이 많은데 집에는 학교에서 추천한 판본이 없어서다(추천본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이 들고 다니는 책이 있다고). 서점에도 없다면 좀 거리가 있는 도서관에까지 갈 뻔했는데 다행히 수고는 덜었다.
돌아가는 길에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며 표절에 관하여 적는다. 정확히는 <표절에 관하여>(봄날의책)란 책에 관하여. 이번에 나온 건 저자가 프랑스의 문학교수이자 표절 전문가다. 표절은 겉보기에는 간단한 문제이지만(이걸 베꼈잖소?) 텍스트간의 영향관계를 지칭하는 상호텍스트성으로까지 시야를 확장하면 매우 복잡한 문제가 된다. 게다가 역사적 고찰까지 더한다면? 저자가 바로 그런 일을 수행하고 있다.
˝표절에 관하여 누구도 명확히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표절은 오랫동안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창조적 변형과 추악한 범죄행위 사이에서, 이제는 무엇이 표절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논의와 판단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표절에 관한 공시적, 통시적 고찰을 통해 그 역할을 꽤 유용하게 해낸다.˝
표절에 관해선 남형두의 <표절론>(현암사)이 묵직한 가이드북이자 사례집. 너무 두꺼워서 나도 소장하고 있지는 않다. 주로 저작권과 관련하여 표절 문제를 다룬다.
토머스 맬런의 <표절, 남의 글을 훔치다>(모티브북)는 이번에 주목하게 된 책인데 엘렌 모렐-앵다르의 <표절에 관하여>와 비교하며 읽어봄직한 책이다. 표절에 관한 여러 시비와 논란을 소개하고 있어서 실전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나저나 관심이 간다고 하여 모든 책을 구입할 수는 없으니(그렇잖아도 매달 상당한 비용을 쓰고 있기에) 가까운 도서관을 검색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