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기행의 공식일정이 무탈하게 종료되고 공항으로 향하는 중이다. 도쿄대교를 건너면서야 도쿄가 항구도시라는 걸 새삼 확인한다. 도쿄항이 배경인 소설이 있다면 둘러보았을텐데(전지적 문학시점).

에치고유자와는 밤새, 그리고 아침까지도 계속 눈이 내렸다. 1박2일의 짧은 설국기행이었지만 설국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눈이 많이 내린 그제와 오늘 사이, 어제 설국 일정을 소화했다는 것도 행운이었다. 눈이 쌓였지만 맑은 날씨였기에 목표한 장소들을 차질없이 가볼 수 있었다. 날씨가 변수라고 생각한 문학기행이었는데 염려가 무색할 만큼 날씨가 맞춤하고 좋았다.

에치고유자와를 떠나 예상대로 3시간쯤 내달려 도쿄도심으로 되돌아왔고, 버스에서 하차해서는 소세키 탄생지(표석이 서 있다)를 거쳐서 소세기 산방(나쓰메 소세키 기념관)을 찾았다. 한번 와본 곳이지만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그때도 있었던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전시내용이 뭔가 더 충실해진 것 같았다. 소세키 산방의 여러 방과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기념관 바깥에 있는 동상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공식 문학일정이 모두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일행은 도쿄이학대학 주변 분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원래는 수요일 점심을 먹으려던 곳인데 일정이 바뀌면서 마지막날 점심식사가 되었다. 이어서 향한 곳은 롯폰기의 국립신미술관인데 건축가 구로카와 키쇼의 작품이라는 미술관 자체가 ‘작품‘이었다.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나는 건물을 좀 둘러보고 카페에서, 진행을 함께한 스탭들과 커피를 마시는 쪽을 택했다. 인청공항에 무탈하게 도착해야 여행이 종료되는 것이지만 일본에서의 일정을 큰탈없이 마무리해 다행스럽다.

2차 일본문학기행을 기획한 데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 지난번에 일본근대문학관을 방문하지 못한 것이 걸렸던 것인데, 이번에 그곳은 물론 가마쿠라 해변과 엔가쿠지도 찾아가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찾은 에치고유자와는 한번 찾았던 곳임에도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예닐곱 차례나 찾은 것도 그 매력과 무관하지 않겠다.

로쟈와 함께하는 문학기행은 올해 일본문학기행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2월에 한국문학기행(목포/여수), 그리고 4월의 오스트리아문학기행(+슬로베니아와 헝가리),10월의 중국문학기행(청두, 베이징, 상하이)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작가와 문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문학기행의 발걸음은 멈추지않고 계속되리라는 것이 마음가짐이다. 부디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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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기행의 하이라이트는 <설국>의 배경, 에치고유자와를 방문하는 것이다. 보통 신칸센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다카사키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에 신칸센을 타고 에치고유자와역에서 하차하는 방식을 취했다. 만약을 대비해 아침일찍 출발했는데 버스로 이동중에는 나쓰메 소세키와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의 비교, 일본근대문학 작가들의 계보와 함께 그 특이성으로서 ‘사소설‘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다카하시역에서 에지고유자와역까지는 23분 소요. 여러 개의 긴 터널을 통과해 에치고 유자와역에 들어설 때 거짓말처럼 설경이 펼쳐졌다. 오늘은 눈이 조금 흩날리는 정도였지만 어제 꽤 많은 눈이 내려 쌓인 것. 맑은 날씨에 영상의 기온에도 한껏 설국의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일행의 환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에치고유자와역에서(이 역 안에도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있었는데 나도 일행과 함께 500엔을 주고 다섯 잔의 사케 시음에 참여해보았다) 도보로 이동하여 설국관으로 향했는데, 지난 2018년에 왔을 때와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아니다, <설국>에 등장하는 고마코의 방 재현은 그때 없었던 것 같기도). 민속박물관을 겸하는 곳인데 한켠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설국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한국어 번역본도 여러 종이 전시돼 있었다.

설국관 관람은 점심시간 즈음이어서 전반과 후반을 나누어 진행했는데 그 사이에 부근 식당에서 우동전골로 점심을 대신했다. 설국관 관람 다음 일정은 야스나리가 묵었던 다카한 료칸을 찾는 것. 숙박객에게만 내부를 개방한다고 하여 이번에는 직접 야스나리의 방을 구경하진 못했다. 대신 언덕에 자리한 다카한 료칸에서 야스나리가 보았을 법한 설산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국의 느낌을 음미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료칸의 언덕을 조금 내려가 스와신사로 향했는데 <설국>에서 시마무라와 고마코가 찾는 곳. 작품에는 ‘신사‘로만 지칭되는 곳이 스와신사다(하기야 <설국>에는 에치고 유자와라는 지명도, 다카한 료칸이나 스와신사 같은 구체적인 장소명도 나오지 않는다). 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 눈이 수북히 쌓인 길을 걸어가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 눈길에 줄지어선 일행의 모습이 마치 무슨 원정대 같았다. 예기치않은 ‘모험‘이었지만 모두들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것처럼 즐거워했다. 설국기행으로 예정했던 일들이 그렇게 완수되었다.

에치고 유자와는 지형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스키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혹시라도 눈이 안올까봐 염려하는 마음도 있었다(열에 한번꼴로 눈이 안오기도 한다 하고). 다행히 어제 눈소식이 있었고 실제로 오늘 기대만큼의 설경을 볼 수 있어서 반갑고 다행스러웠다. 내일은 다시금 도쿄로 돌아가서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소세키 산방을 방문한다. 오후에는 국립신미술관 방문도 예정돼 있지만 각자 자유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저녁비행기로 귀국길에 오를 예정. 예상대로 4박5일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여행의 추억은 오래 남으리라.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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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4일차의 날이 밝았다. <설국>의 무대 에치고 유자와로 떠나는 날이라(설국기행의 날) 아침 일찍 일정이 시작된다. 시미즈 터널을 지나 ‘눈의 고장‘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해보는 것이 핵심 가운데 하나.

어제 오후엔 가마쿠라를 찾아 점심식사를 하고 일본의 고찰 가운데 엔가쿠지를 방문했다. 국보 문화재를 보유한 절이지만 문학기행의 관심은 두 작품의 배경/소재라는 것. 나쓰메 소세키의 <문>(소세키 자신이 수행한 절이기도 하다)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천 마리 학>(<천우학>)이다.

그리고 소세키의 <마음>에서 ‘나‘가 ‘선생님‘과 만나는 가마쿠라 해변을 찾았다. 유명 휴양지답게 긴 해안선을 따라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졌다. 소세키도 가족과 함께 찾았다는 곳이다. 문학강의는 주로 소세키의 근대세계문학과 일본근대문학의 관계, 그리고 <마음>의 주제에 대해서 다뤘다.

출발한 버스가 도쿄 도심을 지나고 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인 듯 출근하는 직장인이 많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에치고 유자와는 어제 눈이 왔고 오늘은 가끔 눈이 내릴 수 있다는 예보다. 버스로 이동하다가 신칸센으로 환승하여 에치고 유자와역에서 내릴 예정이다. 일본문학기행의 팔부능선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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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기행 3일차는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 방문이 첫 일정이었다. 신쥬쿠 구립기념관으로 1941년에 지어진 일본식 기와집 두 채로 이루어져 있고 후미코가 51년 사망시까지 살았던 집이다. 집이 두 채인 것은 당시 건축법상 건평의 제약 때문이었다는데, 한 채는 사실혼 관계였던 남편 명의의 집이었다고 한다. 사진상으론 작아 보였는데 실제로는 각 채마다 방이 여럿인데다가 잘 가꾸어진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기념관 관리인으로부터 집의 내력과 각 방의 쓰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쇼와기 베스트셀러 여성작가의 기념관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오전의 관람객은 우리 일행밖에 없었지만.

하야시 후미코에 대해서는 버스로 이동중에 대표작 <방랑기>를 중심으로(국내에는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와있다. 창비세계문학전집판과 일본 근현대 여성문학 선집판이다) 특징과 문학사적 의의를 강의했다. ‘서민문학‘ 대표작가로서 갖는 희소성을 강조했다. 쇼와기에 6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는 <방랑기>는 행상 부모와 함께 여인숙을 전전하며 성장해서는 카페 여급을 포함한 여러 직업을 전전한 작가의 가난 체험기이자 독서기다. 후미코의 독서 편력은 다양한 가운데 체호프와 톨스토이, 그리고 고리키 등이 포함돼 있어서 1920년대 일본 독서문화의 일단까지도 엿보게 한다.

문학기행 준비강의 때는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영화 <부운>(1955)의 원작 <뜬구름>을 읽었는데 사실 40년대에 쓰인 작품들은 이 집이 산실이었겠다(태평양 전쟁기에 잠시 피난하긴 했지만).

기념관을 나와서는 오후 일정을 위하여 가마쿠라로 향했다. 지난 2018년 때는 시간상의 문제로 가마쿠라까지 가지 못하고 요코하마에서 대체 일정을 진행한 기억이 있다. 일본문학기행에서 가마쿠라는 초행인 셈. 나쓰메 소세키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 배경이라는 이유로 넣은 일정인데, 가마쿠라 방문기는 따로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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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아침. 조식을 먹고 휴식하는 중이다. 새벽에 일어났다가 뉴스특보가 나와서 잠이 깨는 바람에 ‘얼리 버드‘ 모드가 됐다. 일정이 변경돼 오늘은 오전에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을 찾고, 곧바로 가마쿠라로 향할 예정이다. 하야시 후미코(<방랑기>)와 나쓰메 소세키(<마음>), 가와바타 야스나리(<천 마리 학>) 등을 오늘 다룰 예정.

강의준비를 하고 잠시 들춰본 책은 강상중의 <도쿄 산책자>. 문학기행의 일환이지만 도쿄의 대학가와 중심가를 좀 걷다보니 ‘산책자‘ 기분도 들었고. 책은 도쿄의 다양한 장소들에 대한 짤막한 인문 스케치이고 사진집이다. 깊이는 부족하지만 도쿄의 이모저모를 일별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어제 둘러본 롯폰기와 도쿄대 등에 관한 장들을 읽었다. 예전에 읽은 저자의 나쓰메 소세키론도 떠올리면서(소세키 입문서로 읽을 수 있는데 저자가 주로 다루는 작품은 전기 3부작과 <마음>이다).

강상중의 대표작이 <고민하는 힘>인가? 저자가 소세키에게 진 빚을 고려하면 그 힘은 ‘소세키와 함께 고민하는 힘‘이라고 해도 좋겠다. 어제 롯본기힐스 52층에서 본 전망과 일루미네이션 야경 사진, 그리고 루이스 부르주아전 사진을 기록삼아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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