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기행의 하이라이트는 <설국>의 배경, 에치고유자와를 방문하는 것이다. 보통 신칸센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다카사키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에 신칸센을 타고 에치고유자와역에서 하차하는 방식을 취했다. 만약을 대비해 아침일찍 출발했는데 버스로 이동중에는 나쓰메 소세키와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의 비교, 일본근대문학 작가들의 계보와 함께 그 특이성으로서 ‘사소설‘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다카하시역에서 에지고유자와역까지는 23분 소요. 여러 개의 긴 터널을 통과해 에치고 유자와역에 들어설 때 거짓말처럼 설경이 펼쳐졌다. 오늘은 눈이 조금 흩날리는 정도였지만 어제 꽤 많은 눈이 내려 쌓인 것. 맑은 날씨에 영상의 기온에도 한껏 설국의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일행의 환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에치고유자와역에서(이 역 안에도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있었는데 나도 일행과 함께 500엔을 주고 다섯 잔의 사케 시음에 참여해보았다) 도보로 이동하여 설국관으로 향했는데, 지난 2018년에 왔을 때와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아니다, <설국>에 등장하는 고마코의 방 재현은 그때 없었던 것 같기도). 민속박물관을 겸하는 곳인데 한켠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설국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한국어 번역본도 여러 종이 전시돼 있었다.

설국관 관람은 점심시간 즈음이어서 전반과 후반을 나누어 진행했는데 그 사이에 부근 식당에서 우동전골로 점심을 대신했다. 설국관 관람 다음 일정은 야스나리가 묵었던 다카한 료칸을 찾는 것. 숙박객에게만 내부를 개방한다고 하여 이번에는 직접 야스나리의 방을 구경하진 못했다. 대신 언덕에 자리한 다카한 료칸에서 야스나리가 보았을 법한 설산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국의 느낌을 음미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료칸의 언덕을 조금 내려가 스와신사로 향했는데 <설국>에서 시마무라와 고마코가 찾는 곳. 작품에는 ‘신사‘로만 지칭되는 곳이 스와신사다(하기야 <설국>에는 에치고 유자와라는 지명도, 다카한 료칸이나 스와신사 같은 구체적인 장소명도 나오지 않는다). 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 눈이 수북히 쌓인 길을 걸어가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 눈길에 줄지어선 일행의 모습이 마치 무슨 원정대 같았다. 예기치않은 ‘모험‘이었지만 모두들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것처럼 즐거워했다. 설국기행으로 예정했던 일들이 그렇게 완수되었다.

에치고 유자와는 지형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스키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혹시라도 눈이 안올까봐 염려하는 마음도 있었다(열에 한번꼴로 눈이 안오기도 한다 하고). 다행히 어제 눈소식이 있었고 실제로 오늘 기대만큼의 설경을 볼 수 있어서 반갑고 다행스러웠다. 내일은 다시금 도쿄로 돌아가서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소세키 산방을 방문한다. 오후에는 국립신미술관 방문도 예정돼 있지만 각자 자유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저녁비행기로 귀국길에 오를 예정. 예상대로 4박5일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여행의 추억은 오래 남으리라.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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