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기행 3일차는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 방문이 첫 일정이었다. 신쥬쿠 구립기념관으로 1941년에 지어진 일본식 기와집 두 채로 이루어져 있고 후미코가 51년 사망시까지 살았던 집이다. 집이 두 채인 것은 당시 건축법상 건평의 제약 때문이었다는데, 한 채는 사실혼 관계였던 남편 명의의 집이었다고 한다. 사진상으론 작아 보였는데 실제로는 각 채마다 방이 여럿인데다가 잘 가꾸어진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기념관 관리인으로부터 집의 내력과 각 방의 쓰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쇼와기 베스트셀러 여성작가의 기념관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오전의 관람객은 우리 일행밖에 없었지만.

하야시 후미코에 대해서는 버스로 이동중에 대표작 <방랑기>를 중심으로(국내에는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와있다. 창비세계문학전집판과 일본 근현대 여성문학 선집판이다) 특징과 문학사적 의의를 강의했다. ‘서민문학‘ 대표작가로서 갖는 희소성을 강조했다. 쇼와기에 6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는 <방랑기>는 행상 부모와 함께 여인숙을 전전하며 성장해서는 카페 여급을 포함한 여러 직업을 전전한 작가의 가난 체험기이자 독서기다. 후미코의 독서 편력은 다양한 가운데 체호프와 톨스토이, 그리고 고리키 등이 포함돼 있어서 1920년대 일본 독서문화의 일단까지도 엿보게 한다.

문학기행 준비강의 때는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영화 <부운>(1955)의 원작 <뜬구름>을 읽었는데 사실 40년대에 쓰인 작품들은 이 집이 산실이었겠다(태평양 전쟁기에 잠시 피난하긴 했지만).

기념관을 나와서는 오후 일정을 위하여 가마쿠라로 향했다. 지난 2018년 때는 시간상의 문제로 가마쿠라까지 가지 못하고 요코하마에서 대체 일정을 진행한 기억이 있다. 일본문학기행에서 가마쿠라는 초행인 셈. 나쓰메 소세키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 배경이라는 이유로 넣은 일정인데, 가마쿠라 방문기는 따로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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