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에서 돌아와 커피 한잔 마시며 밀린 페이퍼를 적는다. 오늘내일 여러 편 써야 할 것 같다. 알라딘을 비운 게 날짜로는 삼일인데, 꽤 오래 전처럼 여겨진다(설마 적응이 필요할까?). 휴가중에 택배가 세 개 와 있었는데,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주말과 오늘자 신문까지 올라온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에 대한 리뷰기사 몇 편 가운데, 일부를 옮겨놓는다. 반응이 나쁜 건 아니어서 다행스럽다.

 

 

필명 로쟈로 활동해온 서평가이자 러시아 문학 전공자인 지은이 이현우씨는 “푸시킨이 ‘인생의 소설을 다 읽기도 전에 떠난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듯이 우리도 이 인생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지 않고 덮었더라면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밝은 슬픔’에서 시작해 도스토옙스키의 ‘정신병동’을 지나 레프 톨스토이의 불화의 세계와 맞닥뜨리노라면 문득 청년기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수도, 러시아 고전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들고 싶을 수도 있다.(한겨레)
이 시대 타고난 이야기꾼 로쟈가 러시아 문학 강의를 펴냈다. 저자는 작정하고 러시아 문학을 파고드는 듯하다. 러시아의 역사와 지리적 특성, 문학사 전반의 특징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러시아 문학 거장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해설한다. 하지만 저자의 타고난 입담은 단순히 러시아의 문학을 소개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 시인으로 칭송받은 푸시킨이 원고지 매수를 세어가며 글을 쓰는 강박증세를 보였고,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는 그 시대 모든 작가와 사이가 나빴다는 점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대문호들의 기행을 들려준다. 그들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동시에 은밀한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국제신문)
책은 푸슈킨에서 시작해 19세기를 마감하는 체호프로 끝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레이먼드 카버의 공통분모가 체호프다. 하루키의 소설 '1Q84'에 체호프가 쓴 사할린 섬 이야기가 나오고, 카버는 마지막 작품 '심부름'의 주인공을 체호프로 삼았다. 그러면 왜 체호프일까.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탄 앨리스 먼로가 '캐나다의 체호프'로 불리듯, 그는 단편의 절대지존이다. 이른바 '등신들'만 데리고도 4막 희곡을 끌어간다. '잘난 놈들'의 이념이 아니라 '못난 놈들'의 무능으로 위대한 문학을 창조했다. 한국 독자에게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만 알려진 푸슈킨은 러시아 문학의 핵심이다. 키가 작았지만 유머와 글재주로 유혹한 여성이 결혼 전에만 100명을 넘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잘 썼을까. 1강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어 보시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조선일보)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강의실을 책 속에 옮겨 놓았다. 책장을 펼치면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를 빛낸 문호들의 삶과 대표작을 누비는 장대한 여정에 동행할 수 있다. 러시아 작가의 계보는 푸시킨에서 시작한다. 푸시킨과 더불어 고골, 레르몬토프까지 이 3대 작가들이 1820∼1840년대 러시아 근대 문학의 토대를 쌓았다. 이후 1856∼1880년 활동한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3대 작가로 꼽힌다. 19세기의 문을 닫은 작가는 체호프였다. 푸시킨은 러시아 최초의 ‘전업 작가’였다. 기울어진 귀족 가문 출신이었던 그는 자기가 쓴 원고 매수까지 꼬박꼬박 기록해뒀다. 부유한 귀족 작가인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는 작품을 쓰지 않아도 생계에 지장이 없었지만 푸시킨은 달랐다. 푸시킨 문학은 기본적으로 슬픔을 다루지만 밝고 경쾌하다.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예브게니 오네긴’에도 푸시킨 특유의 ‘밝은 슬픔’이 관통한다.(동아일보)
서평가 ‘로쟈’이자 러시아문학 연구자 ‘이현우’인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학생이 아니라 일반 독자를 위한 러시아문학 입문인 이 책은 푸슈킨에서 시작해 레르몬토프,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를 거쳐 체호프에서 끝난다. 투르게네프와 도스토예프스키는 2편, 나머지 작가는 1편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이들의 문학세계를 설명한다.18세기 표트르 대제 이전까지 러시아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문명이랄 게 없었다. 몽골의 침입과 지배로 인해 르네상스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문화를 수입하면서 문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인텔리겐차 계급이 형성된다. 인텔리겐차는 전문 지식인을 뜻하는 영어 인텔렉추얼과 달리 비판적 지식인을 뜻하는데 이들이 러시아문학의 전성기를 이끈 독자층으로 자리 잡는다.(경향신문)  

14. 01. 20.

 

P.S. 가장 의외의 평은 '이 시대 타고난 이야기꾼'이란 호명이다. 담당기자가 누군가와 혼동한 게 아닌가 싶다. 서평꾼과 이야기꾼은 종류가 좀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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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문학계 소식은 두 가지다. 문학동네에서 한국문학전집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1차분으로 20권이 먼저 나왔다)과 제롬 샐린저의 평전이 나왔다는 것. 한국문학전집은 실물이 나오게 되면 다루기로 하고(눈으로만 몇 권 찜해놓았다) '이주의 발견'에 값하는 케니스 슬라웬스키의 <샐린저 평전>(민음사, 2014)만 먼저 언급한다.

 

 

'발견'이라고 했지만 책은 구면이다. 슬라웬스키의 원저를 몇달 전에 데이비드 쉴즈의 <샐린저>와 함께 구입했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평전을 좋아하기도 하고 강의상의 필요 때문이기도 하지만, 은둔 작가의 대명사였기에 샐린저 평전은 더욱 구미가 당긴다. 미국에서도 결정판 전기가 연이어 나온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슬라웬스키 판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91년의 생애를 가로지르는 광대한 자료 조사, 엄밀한 작품 분석과 끈질긴 인터뷰 끝에 완성된 결정판. 샐린저 사후 최초로 발표된 전기로, <호밀밭의 파수꾼>, <아홉 개의 이야기>, <프래니와 주이> 등 그의 대표작이 탄생한 배경을 망라했을 뿐 아니라,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샐린저의 미발표 작품과 초기 단편들까지 모두 소개한다. 또한 샐린저의 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 유진 오닐의 딸 우나 오닐과의 사랑과 파경, 비밀에 부쳐진 첫 결혼, 출판사 및 언론과의 마찰, 그가 접한 동양철학과 신비주의 영향 등 베일에 싸인 샐린저의 사생활까지 전부 공개한다.

 

대표작이 많지 않아서 번역된 샐린저의 책은 모두 구비해놓고 있는데, 평전을 읽게 되면 가닥을 <호밀밭의 파수꾼> 이외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가닥을 잡을 수 있을 듯싶다. 당장은 아니고 여름 독서 목록이다. 한 겨울에 꾸리는 여름 독서배낭이랄까.

 

 

 

<샐린저 평전>이 떠올리게 해준 책은 역시나 레이먼드 카버 전기의 결정판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강, 2012)이다. "십 년이 넘는 자료조사, 수백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완성된 거대한 '카버 연대기'.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캐롤 스클레니카가 집필한 책으로, 흡사 세밀화처럼 카버의 생애를 그려내고 있다."

 

 

'미국의 체호프'로 불리는 카버의 단편들은 주로 집사재판과 문학동네판으로 나와 있었는데, 집사재판은 모두 절판된 상태이고 <대성당>(문학동네, 2007)도 품절이다. 판갈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숏컷>도 그렇고) 카버의 대표작을 지금 독자들이 구해볼 수 없다는 건 넌센스다.

 

샐린저나 카버나 강의에서 다뤄본 작가들이다(둘다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점도 공통적이군). 두 작가에 대해 나대로 갖고 있는 이해가 없지 않은 셈인데, 평전을 읽으며 새로 업그레드해봐야겠다. 여름까지는 카버의 책도 새로 단장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싶다. 이제, 공항으로 가봐야겠다...

 

14.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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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며칠간 휴가일정에 들어가기에 '이주의 저자'도 앞당겨서 골라놓는다(휴가지에서도 포스팅이 가능한지 알 수 없기에). 이번주에는 '단골' 느낌의 저자 셋이다.

 

 

먼저, 글솜씨, 그림솜씨를 모두 뽐내는 김병종 화백의 <화첩기행1-5>(문학동네, 2014)가 다시 나왔다. 그냥 그림만으로도 표지가 화려하게 빛난다. 다시 나오게 된 경위는 이렇다.

인문정신과 예술혼이 씨줄과 날줄로 아름답게 수놓인 예술기행 산문의 백미, <화첩기행> 연작은 1999년 첫째 권을 선보인 이래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연작을 종합해 김병종 예술기행의 아주 특별한 연대기를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주기 위하여 이전에 출간된 <화첩기행> 3권, <김병종의 모노레터>,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을 지역별.주제별로 분류, 전면 개정하고 4권으로 묶었으며, 6년 만의 신간 북아프리카 편 <화첩기행 5>을 포함해 문학동네에서 전5권으로 새롭게 출간했다.

어디 못 떠날 경우 '방콕여행'의 가이드로서도 손색이 없을 책이다. 아, 경비는 좀 들겠다...  

 

그리고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1-2>(휴머니스트, 2014). 이번에 나온 건 '20주년 기념판'이다. 첫권의 표지도 기억하는데, 물경 20년이 돼버렸다! 1994년에 나온 건 이런 표지였다.

 

 

아무튼 한 세월이 흘러간 것이니 놀라운 일이면서 동시에 좀 슬픈 일이기도 하다. 나이를 생각해서 그렇다. 저자와 독자가 같이 늙어가는 것이니 서로 유감을 가질 일은 아니고, 다만 세월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 정현종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세월 또한 '금강력사'다. 이길 수가 없다!

 

 

끝으로 장정일의 독서일기 '시즌2'라고 할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3>(마티, 2014)도 셋째 권이 나왔다. 2010년에 1권, 2011년에 2권이 나왔으니 3년만이다. 아마 3년 정도가 통상적인 터울일 것이다. 나도 올해말이나 내년초에는 세번째 서평집을 묶을 예정인데, 이런 시리즈와 함께 필시 우리는 늙어갈 것이다. 물론 그렇게 다 늙어가기 전에, 사필귀정으로 몇 사람 구속되는 건 꼭 두 눈으로 봐야겠다!..

 

14.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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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화제가 된 뉴스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14일자 사설이었다. 요즘 불편한 관계에 놓인 박근혜 대통령와 아베 총리가 교과서 문제로는 나란히 입길에 올랐는데, 미국의 이 대표 언론은 두 집권자의 편파적 역사 교과서 밀어붙이기를 문제삼았다. 그러자 한국에선 외교부와 교육부가 부랴부랴 반박성명을 내기까지 하는 촌극이 빚어졌는데, 거꾸로 교과서 문제를 '대국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터무니없다는 사실과 함께 그 정치적 속내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사설 원문과 번역문을 자료삼아 옮겨놓는다. 출처는 경향신문이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141811251&code=970100&nv=stand).

 

 

■‘정치인과 교과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각각 자기 나라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하는 새로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고 있다.

아베는 문부과학성에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는 교과서들만 (검정) 승인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가 주로 우려하는 것은 2차 대전 시기에 대한 것으로, 그는 부끄러운 역사의 장(章)으로부터 초점을 이동시키고 싶어 한다. 일례로 그는 한국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서 밀어내길 바라며, 또한 (중국) 난징에서 일본 군에 의해 저질러진 대학살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그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가 일본의 전시 침공들을 지워버리고 위험한 애국주의를 부추기려 한다고 말한다.

박근혜는 일본 식민통치와 탈식민 이후 남한의 독재가 교과서에 반영되는 걸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일제 식민통치에 부역한 한국인들 문제를 축소하고 싶어 하며, 지난해 여름에는 한국 교육부에 새 역사교과서를 승인하게 밀어붙였다. 이 교과서는 일본에 협력했던 이들이 ‘강압에 의해 그랬을 뿐’이라고 쓰고 있다. (현재 한국의 전문가 집단과 엘리트 관료 중 다수는 일제 식민통치에 협력했던 가문 출신들이다.) 학자들, 노조들, 교사들은 박근혜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비난해왔다.

아베와 박은 모두 전쟁이나 (친일) 부역에 민감한 가족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일본의 패전 이후 연합국은 아베의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를 A급 전범으로 체포했다. 박의 아버지 박정희는 식민통치 시기 일본군의 장교였으며 1962년부터 1979년까지 남한의 군사독재자였다. 두 나라에서 역사 교과서를 개정하려는 이런 위험한 시도들은 역사의 교훈을 위협하고 있다.

 

Politicians and Textbooks

Both Prime Minister Shinzo Abe of Japan and President Park Geun-hye of South Korea are pushing to have high school history textbooks in their countries rewritten to reflect their political views.

Mr. Abe has instructed the Education Ministry to approve only textbooks that promote patriotism. He is primarily concerned about the World War II era, and wants to shift the focus away from disgraceful chapters in that history. For example, he wants the Korean “comfort women” issue taken out of textbooks, and he wants to downplay the mass killings committed by Japanese troops in Nanking. His critics say he is trying to foster dangerous nationalism by sanitizing Japan’s wartime aggression.

Ms. Park is concerned about the portrayal of Japanese colonialism and the postcolonial South Korean dictatorships in history books. She wants to downplay Korean collaboration with the Japanese colonial authorities and last summer pushed the South Korean Education Ministry to approve a new textbook that says those who worked with the Japanese did so under coercion. (A majority of professionals and elite civil servants today come from families that worked with the Japanese colonizers.) Academics, trade unions and teachers have accused Ms. Park of distorting history.

Mr. Abe and Ms. Park both have personal family histories that make them sensitive to the war and collaboration. After Japan’s defeat in the war, the Allied powers arrested Mr. Abe’s grandfather, Nobusuke Kishi, as a suspected class A war criminal. Ms. Park’s father, Park Chung-hee, was an Imperial Japanese Army officer during the colonial era and South Korea’s military dictator from 1962 to 1979. In both countries, these dangerous efforts to revise textbooks threaten to thwart the lessons of history.

 

14. 01. 15.

 

 

 

P.S.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책은 한홍구의 <유신>(한겨레출판, 2014)과 함께 강상중, 현무암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책과함께, 2012)다(많은 비밀을 풀어준다). 전인권의 <박정희 평전>(이학사, 2006)도 <유신>의 배경으로 다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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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2014년 1월
품절


신의 죽음이 진정한 해방이 되고 인간이 본래의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할 일이 있다. 죽은 신이 남긴 그림자인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 어떻게 허무주의를 극복할 것이다. 길은 옛 신에 근원을 둔 낡은 가치를 파기하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존재 의미를 회복하는 데 있다. 니체는 이 작업을 가치의 전도라고 불렀다. 이때의 새로운 가치는 본연의 가치, 즉 도덕 이전의 자연적 가치를 가리킨다. 앞으로는 이 대지, 이 자연이 모든 가치의 모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의 초월적 이념과 신앙, 그리고 도덕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서 니체는 루소의 말을 빌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호소하게 되었다. - 18쪽

자연은 다양한 형태의 힘이 지배하는 힘의 세계다. 자연을 움직이는 것은 신도 신적 섭리도 아니다. 자연은 도덕적 실체가 아니다. 따라서 자연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다. 보다 많은 힘을 확보해 자기를 전개하려는 의지가 있을 뿐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주어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많은 힘을 얻기 위해 끝없이 분투한다. 힘에서 밀리는 순간 도태되기 때문이다. 힘에 대한 이 같은 지향이 힘에의 의지다. 니체는 이 힘에의 의지를 인간의 삶과 역사를 포함해 세계 내의 모든 운동을 추동하는 것은 물론 우주 운행을 주도하는 원리로까지 받아들였다. - 18쪽

힘에의 의지와 함께 니체의 우주 이해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당시 자연과학에서 유력한 우주 모델로 수용되고 있던 것은 우주가 총량이 일정한 힘(에너지)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즉 공간은 유한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힘은 운동을 본성으로 하기 때문에 힘의 운동에 끝이 있을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운동에서 산출되는 시간은 무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니체는 공간이 유한하고 시간이 무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의 끝없는 이합집산에 의한 순환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가 우주 운행의 원리로 제시하게 된 영원회귀 교설의 내용이다. - 18-19쪽

영원한 회귀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단순한 반복이 있을 뿐이다. 끝없는 단순 반복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여기서 인간은 극단의 권태와 공허에 빠지게 된다. 이때 인간을 엄습하는 것이 허무주의, 또 다른 허무주의다. 이 허무주의는 우주적인 것으로서, 파괴력에서 신의 죽음 뒤에 오는 허무주의를 능가한다. 가치 전도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던 앞의 허무주의와 달리 여기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허무주의에 의해 파멸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는가. 파멸로 끝나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치유는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이 허무주의 또한 극복되어야 한다. 니체는 영원한 회귀가 우리의 운명이라면 운명을 사랑하라고 권한다. 거기에 세계와 우리의 존재에 대한 최고 긍정이 있다. 운명에 대한 사랑, 이것이 니체가 요구하는 '운명애'다. 이 경지에서 허무주의는 극복된다. - 19쪽

문제는 초월적 이념과 이상 속에서 왜소해질 대로 왜소해진 오늘의 인간에게 신의 죽음을 받아들여 가치를 전도시키고 허무주의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할 힘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니체는 그럴 힘이 없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인간이 달라져야 한다.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지닌, 정직하며 강건한 인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렇게 거듭난 인간이 바로 위버멘쉬다. 우리가 성취할 최고 유형의 인간이다. - 1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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