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문학계 소식은 두 가지다. 문학동네에서 한국문학전집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1차분으로 20권이 먼저 나왔다)과 제롬 샐린저의 평전이 나왔다는 것. 한국문학전집은 실물이 나오게 되면 다루기로 하고(눈으로만 몇 권 찜해놓았다) '이주의 발견'에 값하는 케니스 슬라웬스키의 <샐린저 평전>(민음사, 2014)만 먼저 언급한다.
'발견'이라고 했지만 책은 구면이다. 슬라웬스키의 원저를 몇달 전에 데이비드 쉴즈의 <샐린저>와 함께 구입했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평전을 좋아하기도 하고 강의상의 필요 때문이기도 하지만, 은둔 작가의 대명사였기에 샐린저 평전은 더욱 구미가 당긴다. 미국에서도 결정판 전기가 연이어 나온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슬라웬스키 판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91년의 생애를 가로지르는 광대한 자료 조사, 엄밀한 작품 분석과 끈질긴 인터뷰 끝에 완성된 결정판. 샐린저 사후 최초로 발표된 전기로, <호밀밭의 파수꾼>, <아홉 개의 이야기>, <프래니와 주이> 등 그의 대표작이 탄생한 배경을 망라했을 뿐 아니라,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샐린저의 미발표 작품과 초기 단편들까지 모두 소개한다. 또한 샐린저의 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 유진 오닐의 딸 우나 오닐과의 사랑과 파경, 비밀에 부쳐진 첫 결혼, 출판사 및 언론과의 마찰, 그가 접한 동양철학과 신비주의 영향 등 베일에 싸인 샐린저의 사생활까지 전부 공개한다.
대표작이 많지 않아서 번역된 샐린저의 책은 모두 구비해놓고 있는데, 평전을 읽게 되면 가닥을 <호밀밭의 파수꾼> 이외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가닥을 잡을 수 있을 듯싶다. 당장은 아니고 여름 독서 목록이다. 한 겨울에 꾸리는 여름 독서배낭이랄까.
<샐린저 평전>이 떠올리게 해준 책은 역시나 레이먼드 카버 전기의 결정판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강, 2012)이다. "십 년이 넘는 자료조사, 수백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완성된 거대한 '카버 연대기'.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캐롤 스클레니카가 집필한 책으로, 흡사 세밀화처럼 카버의 생애를 그려내고 있다."
'미국의 체호프'로 불리는 카버의 단편들은 주로 집사재판과 문학동네판으로 나와 있었는데, 집사재판은 모두 절판된 상태이고 <대성당>(문학동네, 2007)도 품절이다. 판갈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숏컷>도 그렇고) 카버의 대표작을 지금 독자들이 구해볼 수 없다는 건 넌센스다.
샐린저나 카버나 강의에서 다뤄본 작가들이다(둘다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점도 공통적이군). 두 작가에 대해 나대로 갖고 있는 이해가 없지 않은 셈인데, 평전을 읽으며 새로 업그레드해봐야겠다. 여름까지는 카버의 책도 새로 단장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싶다. 이제, 공항으로 가봐야겠다...
14. 0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