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귀가길에 타고가는 좌석버스이건만 아는 얼굴이 한명도 없어서 ‘이방인‘ 행세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히치콕의 영화를 떠올렸다. ‘열차 속의 이방인‘이란 제목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열차 안의 낯선 자들‘로 나와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원작. ‘낯선 승객‘으로도 번역된 적이 있군. 귀가하면 책장에 꽂혀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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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 휴일에는 한 시간씩 잠을 더 자지만 일요일 오전에도 피곤한 걸 보면 어저 낮잠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여름의 피로감이 막판에 밀려오는 것인지도. 정신을 차리느라 동네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밀린 페이퍼 중 하나를 적는다. 지난주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레닌전집 ‘ 얘기다.

일단 선집도 아닌 전집이 기획돼 출간된다는 사실이 놀랍다(러시아 말고 레닌전집이 나온 곳이 있던가?). 관련기사를 찾아보니 120권 규모다. 완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듯하고 솔직히 완간될지도 미지수이다. 여하튼 그래도 이전에 나온 책들도 좀 되기 때문에 20권은 넘길 수 있으리라.

또다른 특이점은 이번에 58-60권이 나왔다는 점. 아직 실물을 보지 못했지만 그건 전집의 목록이 이미 나와있다는 뜻이겠다. 이건 출판사의 의지를 내보이는 것일까? 이번 일차분 세권은 한 사람의 번역인데 전체 전집은 규모가 규모이니 만큼 다수의 공역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해서 레닌 전집 출간은 현재 출판계와 번역계의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도 될 듯싶다. 더불어 독서계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9월말 재간될 예정인 <지젝이 만난 레닌>(출판사가 바뀌면서 제목과 편제도 달라진다)의 해제도 맡게 돼 레닌의 글들을 얼마간 열독해봐야 한다. 아직 8월이지만 일거리는 벌써 10월(혁명)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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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그런 기술을 소개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그냥 책 제목이 그렇다. 다카다 아키노리의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바다출판사, 2017). 독서법에 관한 책들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는 건 아니지만 일단 ‘어려운 책‘을 다룬다는 점이 희소해보이고 저자가 실전편에서 다룬 책들에 라캉의 <에크리>나 지젝의 <까다로운 주체> 등도 포함돼 있어서 자못 구미가 당기는 책이다.

그렇지만 아직 독서를 시작하기 전이라 소감을 적지는 못한다. 다음주 강의에서 읽을 책을 한참 찾다가 지쳐서 쉬는 김에 침대로 갖고온 몇 권 가운데 하나여서 제목을 적었을 뿐이다. 서재의 주말 일거리들이 있지만 점심 외출의 후유증으로 피로한 상태라(돌잔치에 다녀왔다) 미뤄두고서 안부성 페이퍼만 올리는 셈.

일본의 현대사상 평론가로 소개되는(그런 직함도 일본에서는 가능한 모양이다) 다카다 아키노리의 책은 <나를 위한 현대철학 사용법>이 먼저 소개된 바 있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에는 이런 지식 중개자로서 ‘중간 저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난공불락의 어려운 책들과 직접 씨름하기 전에 필요한 노하우 혹은 요령을 전수해주는 느낌이랄까. 세계문학과 고전 강의를 진행하면서 내가 하는 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때가 되면 나대로도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을 써봐야겠다. 그런 관심에서도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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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강의를 끝내고 버스로 귀가하는 길에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은 다닐로 자넹의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새로운제안, 2017)다. 걷기를 주제로 한 책이 여럿 나왔기에 새로울 건 없겠다 싶었는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저자가 30년 경력의 등반 가이드이자 걷기 전문가란다. 걷기 전문가? 달리기 전문가나 경보 전문가라고 하면 그래도 봐주겠다. 걷는 거야 나도 수십 년 동안 해오고 있는 일이건만 따로 전문가가 있다니! 공연히 발끈하게 된다. 그렇게 치면 숨쉬기 전문가가 쓴 책도 나오겠다.

암튼 그냥 지나칠 책에 대해 발끈하는 바람에 엉뚱한 관심도서가 되었다. 더불어 걷기에 대한 다른 책들도 같이 비교해서 읽어보면 좋지 않느냐는 계책까지 짜내고.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반비, 2017)이나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책세상, 2014) 같은 번듯한 제목의 책들도 나와 있으니까. 조르주 무스타키의 노래 ‘보행자‘를 배경음악으로 깔아도 좋겠다(다시 확인해보니 영화 <고독한 보행자>의 주제가 ‘우편배달부‘다).

그나저나 몇십 년 걸어다녔다는 게 자랑은 아니고 다리 관절이 괜찮은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은근히 걱정되는군. 골다공증도 염려해야(염려하기 시작해야) 하는 나이라고 하니까. 한편으론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는 것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싶다. 뜬금없이 두 다리와 걷기 관련 관절들에 감사하고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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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정도 있지만 여름휴가를 여름에 가지 않은 것은 9월초에 카프카 문학기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신청자가 최소인원을 넘어섰기에 출발은 확정된 상태다. 9월 3일에 루프트한자 여객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니 이제 3주를 남겨놓았다. 여행준비도 서서히 시작해야 하는데(지난주에는 여권도 갱신했다), 여정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어떤 현지 변수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문학기행을 타이틀로 내건 만큼 카프카의 삶과 문학의 흔적을 알차게 더듬어보아야 한다.

카프카에 관한 책과 자료는 이미 포화상태라 내가 따로 챙기려고 하는 건 세 도시에 관한 책들이다. 빈과 프라하, 그리고 베를린. 카프카의 생애와 관련하여 가장 의미 있는 곳으로 고른 세 도시다(프라하에서 베를린으로 이동중에 드레스덴에도 들를 예정이다).

통상적인 동유럽 여행이었다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동선을 고려하면 베를린에서 내려오거나 가장 남쪽에 위치한 부다페스트에서 올라가는 여정이 되었을 것이다. 손 가까이에 있는 살림지식총서를 보니 빈, 프라하와 함께 부다페스트가 들어가 있다. 베를린은 아직 빠진 상태. 막상 빼놓는다고 하니까 다음번에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헝가리하면 내게는 루카치와 만하임 같은 학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임레 케르테스도. 그리고는? 흠, 김춘수의 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다시 생각하니 김춘수는 무의미시보다 이런 ‘의미시‘들이 더 좋은 게 아닌가 싶다(가장 김춘수적이지 않은 시다. 김춘수는 이러한 시로부터, 역사로부터 곧 떠나게 된다). 제목부터가 멋지지 않은가. 비극적 사건을 제재로 삼고 있지만, 한국현대시에서 가장 폼나는 제목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마 시인도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시집 제목으로 삼았으니까. 그리고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 부다페스트에 가야 하는 이유를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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