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정도 있지만 여름휴가를 여름에 가지 않은 것은 9월초에 카프카 문학기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신청자가 최소인원을 넘어섰기에 출발은 확정된 상태다. 9월 3일에 루프트한자 여객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니 이제 3주를 남겨놓았다. 여행준비도 서서히 시작해야 하는데(지난주에는 여권도 갱신했다), 여정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어떤 현지 변수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문학기행을 타이틀로 내건 만큼 카프카의 삶과 문학의 흔적을 알차게 더듬어보아야 한다.

카프카에 관한 책과 자료는 이미 포화상태라 내가 따로 챙기려고 하는 건 세 도시에 관한 책들이다. 빈과 프라하, 그리고 베를린. 카프카의 생애와 관련하여 가장 의미 있는 곳으로 고른 세 도시다(프라하에서 베를린으로 이동중에 드레스덴에도 들를 예정이다).

통상적인 동유럽 여행이었다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동선을 고려하면 베를린에서 내려오거나 가장 남쪽에 위치한 부다페스트에서 올라가는 여정이 되었을 것이다. 손 가까이에 있는 살림지식총서를 보니 빈, 프라하와 함께 부다페스트가 들어가 있다. 베를린은 아직 빠진 상태. 막상 빼놓는다고 하니까 다음번에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헝가리하면 내게는 루카치와 만하임 같은 학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임레 케르테스도. 그리고는? 흠, 김춘수의 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다시 생각하니 김춘수는 무의미시보다 이런 ‘의미시‘들이 더 좋은 게 아닌가 싶다(가장 김춘수적이지 않은 시다. 김춘수는 이러한 시로부터, 역사로부터 곧 떠나게 된다). 제목부터가 멋지지 않은가. 비극적 사건을 제재로 삼고 있지만, 한국현대시에서 가장 폼나는 제목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마 시인도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시집 제목으로 삼았으니까. 그리고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 부다페스트에 가야 하는 이유를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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