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도 북플로 적는다(데스크톱 대신에 스마트폰을 쓴다는 뜻이다). 여러 제약이 있지만 누워서 쓸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이주의 발견은 데이브 컬런의 논픽션 <콜럼바인>(문학동네, 2017)이다.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제목이 가리키는 건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졌던 총기난사 사건이다. <콜럼바인>의 부제는 ‘비극에 대한 가장 완벽한 보고서‘다. 곧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가장 완벽한 보고서란 뜻이다. 2009년작.

‘가장 완벽한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이 사건을 먼저 다룬 건 영화다.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2002)과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2003)가 대표적인데, 나는 이 가운데 <엘리펀트>를 2004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보았다(자막 없이 본 건가? 아니면 러시아어로 더빙된 걸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은 전혀 없이 감독이 구스 반 산트라는 것만 믿고 봤다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다호> 같은 영화를 기대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콜럼바인 사건을 아주 담담하게 마치 기록영화처럼 찍은 영화. <콜럼바인>은 그 기억을 다시금 상기시켜줄 것 같다. 저자가 이 사건에서 어떤 교훈을(교훈이라는 게 있다면) 끄집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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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 출국을 앞두고 낮에 시내 하나은행에 가서 환전을 하고 편집자 미팅을 갖는 등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아직 이른 저녁이지만, 날짜론 9월이자 가을의 첫날이지만 그저 한 주의 마감이자 그 여름의 끝처럼 여겨진다. 마치 한 계절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 같다. 여행 일정을 무탈하게 소화하려면 내일은 휴식이라도 충분히 취해야겠다(그러면서도 내일 배송받기 위해 책을 몇권 주문했다).

거의 감기는 눈으로 겨우 펼쳐든 책은 부쩍 자주 책이 나온다 싶은 쉬즈위안의 <나는 내 나라가 낯설다>(이봄, 2017). ‘자주‘라고 적은 건 <미성숙한 국가>(이봄, 2017)가 지난봄에 나왔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서서는 <독재의 유혹>과 <저항자>가 출간됐었다. 저자는 1976년생의 ‘사회비평가 겸 작가이자 인문책방 운영자‘라고 소개되는데 일부에서는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중국 지식인˝이라고도 평가한다고. 그의 ‘국가 3부작‘이 지난봄부터 나오고 있는 것인데 앞으로 <한 유랑자의 세계>가 마저 나와야 완결된다.

이번에 나온 <나는 내 나라가 낯설다>와 조만간 나올 걸로 보이는 <한 유랑자의 세계>에는 공통의 부제가 붙어 있다. ‘국가를 바라보는 젊은 지식인의 인문여행기‘. 유럽여행을 앞두고 그의 책에 손이 간 것은 물론 ‘인문여행기‘말에 꽂혀서다. 나도 그런 걸 하나 써야 해서.

그런데 정작 기다리는 책은 따로 있으니 타이완 작가 잔홍즈의 <여행과 독서>(시그마북스, 2017)다. 오늘 배송돼야 할 책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이 책에 관심을 둔 이유는 제목이 다 말해준다. 여행독서를 위한 독서여행. 뭔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 때문인데, 문학기행을 자주 다니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이 이런 책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3년만의 유럽행이라 감회가 있을 것도 같지만 아마도 비행기가 이륙한 다음에나 좀 느껴질까 당장은 노곤함이 앞선다. 그나저나 검지 손가락으로 계속 타이핑하려니 손목도 뻣뻣하군. 원래는 짧게 쓰려고 북플에다 쓰기 시작했건만 적응하고 있는 탓인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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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꽁치 타령이 아니라 일본영화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1903-1963)의 책 제목이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마음산책, 2017). 정해진 규격의 글들을 모은 건 아니어서 오즈의 잡문집이라고 해도 될 듯한데 거기에 대표작 <도쿄 이야기>의 감독용 각본이 포함돼 있다. ‘오즈 야스지로 선물세트‘ 같은 책. 희귀한 만큼 선물로서도 각별하다.

오즈를 다룬 책으로는 거물 비평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감독 오즈 야스지로>가 여전히 유일하면서 최고의 책이고 그밖에 한두 권이 더 있는 정도. 그의 작품은 블루레이판으로도 나와 있는데 화질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인터넷상에서도 쉽게 다운받아 볼 수 있다(어젯밤에 내가 그랬다).

구로자와와는 달리 오즈의 영화는 극장에서 본 기억이 없고 몇편 DVD로 구했지만 열심히 볼일도 없었다. 하지만 일본 근대문학을 강의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는 유익하면서 적절한 독서거리여서 반갑다.

그나저나 꽁치가 먹고 싶다는 건 어느 계절의 입맛일까? 계절과는 상관없는 것일까? 참치나 연어라면 몰라도 꽁치라(꽁치구이도 먹어본 지 오래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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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으로 완간된 카프카 전집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5권이 편지와 일기다. 카프카 읽기의 절반은 이 편지와 일기 읽기라는 뜻이다. 카프카의 주요 작품들에 대해서는 얼추 빠짐없이 강의에서 다루었지만 편지와 일기는 참고자료일 뿐이어서 체계적으로 읽지 못했다.

카프카 문학기행에 들고 갈 책을 고르다가 <밀레나에게 쓴 편지>에 눈길이 간 건 그 때문인데 사실 다른 편지나 일기는 무게 때문에 들고 가기가 부담스러운 반면에 <밀레나에게 쓴 편지>는 맞춤하다. 그렇더라도 고민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닌데 나는 국내에 출간된 세 종의 번역서를 다 갖고 있기 때문.

정확하게 비교해 보지 않아서 판본과 번역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가볍기로는 지만지판이 가장 가볍지만 솔판은 전집판으로서 무게감을 지닌다. 출국 전에 몇 대목을 비교해보고 결정할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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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프랑스 현대철학자들에 대해서는 몇마디씩 할 수 있지만 예외적인 철학자도 몇 있는데 질베르 시몽동(1924-1989)이 대표적이다. 내가 아는 건 그가 ‘기술철학‘의 대표자라는 것 정도다.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양식에 대하여>(그린비, 2011) 같은 주저가 진작 소개되었지만 책은 구해놓고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번주에 그의 또다른 주저로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그린비, 2017)가 역자의 해설서,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그린비, 2017)와 함께 출간되었다. ‘개체화‘는 시몽동 철학의 핵심개념인데 비슷한 연배인 들뢰즈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기술철학의 다음 세대 대표자 베르나르 스티글러도 시몽동의 제자격 철학자다.

새로 두 권의 책이 나와서 상기하게 되는 건 올초에 나온 김재희의 <시몽동의 기술철학>(아카넷, 2017)이다. 알고 보면 이 책 덕분에 시몽동을 기술철학자로 기억하는 것이군. 여하튼 시몽동에 대해서는 두 권의 주저와 두 권의 연구서가 나와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모른 체하기도 어렵다. 당장은 좀더 얇은 국내 연구자들의 책으로 감이라도 잡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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