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 출국을 앞두고 낮에 시내 하나은행에 가서 환전을 하고 편집자 미팅을 갖는 등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아직 이른 저녁이지만, 날짜론 9월이자 가을의 첫날이지만 그저 한 주의 마감이자 그 여름의 끝처럼 여겨진다. 마치 한 계절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 같다. 여행 일정을 무탈하게 소화하려면 내일은 휴식이라도 충분히 취해야겠다(그러면서도 내일 배송받기 위해 책을 몇권 주문했다).
거의 감기는 눈으로 겨우 펼쳐든 책은 부쩍 자주 책이 나온다 싶은 쉬즈위안의 <나는 내 나라가 낯설다>(이봄, 2017). ‘자주‘라고 적은 건 <미성숙한 국가>(이봄, 2017)가 지난봄에 나왔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서서는 <독재의 유혹>과 <저항자>가 출간됐었다. 저자는 1976년생의 ‘사회비평가 겸 작가이자 인문책방 운영자‘라고 소개되는데 일부에서는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중국 지식인˝이라고도 평가한다고. 그의 ‘국가 3부작‘이 지난봄부터 나오고 있는 것인데 앞으로 <한 유랑자의 세계>가 마저 나와야 완결된다.
이번에 나온 <나는 내 나라가 낯설다>와 조만간 나올 걸로 보이는 <한 유랑자의 세계>에는 공통의 부제가 붙어 있다. ‘국가를 바라보는 젊은 지식인의 인문여행기‘. 유럽여행을 앞두고 그의 책에 손이 간 것은 물론 ‘인문여행기‘말에 꽂혀서다. 나도 그런 걸 하나 써야 해서.
그런데 정작 기다리는 책은 따로 있으니 타이완 작가 잔홍즈의 <여행과 독서>(시그마북스, 2017)다. 오늘 배송돼야 할 책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이 책에 관심을 둔 이유는 제목이 다 말해준다. 여행독서를 위한 독서여행. 뭔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 때문인데, 문학기행을 자주 다니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이 이런 책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3년만의 유럽행이라 감회가 있을 것도 같지만 아마도 비행기가 이륙한 다음에나 좀 느껴질까 당장은 노곤함이 앞선다. 그나저나 검지 손가락으로 계속 타이핑하려니 손목도 뻣뻣하군. 원래는 짧게 쓰려고 북플에다 쓰기 시작했건만 적응하고 있는 탓인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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