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공항의 검색대 앞이다. 줄이 좀 있어서 오전에 들른 벼룩시장의 책방 사진 몇장, 올리려다 비행기에 탑승. 공항 와이파이 테스트용 페이퍼가 되어버렸다.

엘리아스 카네티의 한국어판 <군중과 권력>이 눈에 띄어 반가웠는데 아마도 유학생이 내다판 책인 듯. 실물은 아니고 주인이 사진을 모아놓았다. 그러고 보니 카네티의 카프카론을 수록한 <말과 양심>도 절판된 상태인데 다시 나오면 좋겠다(대표 장편 <현혹>도)...

결국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포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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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문학기행의 마지막 방문지인 베를린은 펠리체 바우어와의 약혼과 파혼이 이루어진 도시이자 도라 디아만트와 짧은 동거생활을 가졌던 도시다. 도라와는 1923년 발트해 연안의 휴양지 뮈리츠에서 만나는데 그녀의 도움으로 카프카는 오랜 숙원인 프라하 탈출을 결행하게 된다. 이주를 결심하는 것이다. 도라가 먼저 베를린에서 터를 잡고 카프카가 뒤를 따르는데 두 사람이 처음 같이 사는 곳은 베를린-슈테글리츠의 미겔슈트라세 8번지다(주소는 전집판 <밀레나에게 쓴 편지>의 연보에 따른다. ‘연보‘라고 적는다).

3년 전에 그곳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다가 끝내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한 기억이 있다(카프카가 살았었다는 표식을 못 찾은 것). 생각해보면 두 달도 살지 않았던 집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렵다. 카프카와 도라는 11월 15일에 같은 구역의 그루네발트슈트라세 13번지로 이사한다. 어제 우리가 찾은 곳이다. 이 집에는 현판이 벽에 걸려 있어서 카프카의 흔적에 값한다. 11월 15일부터 이듬해 1924년 2월 1일까지 살았던 곳이다.

그러고는 카프카와 도라는 한번 더 이사하는데(‘연보‘와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에 주소가 나온다) 베를린 첼렌도르프의 하이데슈트라세 25-26번지다. 이 세번째 주소지에서 카프카는 건강이 악화돼 막스 브로트와 함께 3월 17일 다시 프라하로 돌아오기까지 거주한다. 역시 두달이 안 되는 기간이다. 3년전에는 이 세번째 주소는 알지 못해서 찾아가지 않았다. 그루네발트슈트라세를 찾았을 때 2월초까지 살았다고 해서 프라하로 돌아가기까지 한달 반의 공백이 궁금했는데 세번째 주소지가 있었던 것.

하지만 우리의 문학기행은 그루네발트슈트라세 13번지에서 마무리했다. 그나마 두달 보름 정도 살았고 그곳에서 ‘작은 여인‘(‘조그만 여인‘)과 ‘굴‘ 같은 작품이 쓰인 걸로 추정되어서다(‘작은 여인‘은 도라를 염두에 작품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카프카의 베를린 체류 기간은 6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3월에 프라하로 되돌아간 카프카는 4월에 요양원과 병원 두어 곳을 거쳐서 최종적으론 키얼링에 있는 요양원으로 가고 그곳에서 6월 3일 세상을 떠난다(이미 다른 페이퍼에서 적은 대로다). 장례식은 11일에 프라하의 유대인묘지에서 치러졌다.

카프카가 살았던 두번째 집에서 우리는 여정을 마무리지었는데 베를린의 카프카는 프라하로 되돌아갔지만 우리는 이제 한국으로 떠난다.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될 터이지만 여기서 작별을 고한다. ‘안녕, 카프카. 카프카여, 안녕!‘ 사진은 어제 우리가 걸었던 산책로이다(집앞에서 단체사진만 찍고 정작 나는 사진을 빼먹었다)...

PS. 룸메가 보내준 사진을 추가한다. 카프카가 살았던 집 현판이다. 글자들이 너무 흐릿한 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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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학기행의 자투리 페이퍼다. 케테 콜비츠 박물관을 방문했다고 적었는데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회의 제목은 대략 ‘케테 콜비츠와 친구들‘에 해당한다. 전시공간이 아주 넓은 건 아니지만 4층으로 돼 있어서 볼거리가 적지는 않았다. 한번 둘러본 후에 나는 몇장의 사진엽서와 독영 대역본의 얇은 책자 하나를 구했다.

민중미술의 대모 케테 콜비츠의 프롤레타리아 회화를 직접 감상한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목탄화를 주로 그린 콜비츠의 꿈이 조각가였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 박물관 바로 옆에 ‘리테라투어하우스‘라는 유서 깊은 레스토랑/카페를 발견한 것도 예기치않은 소득이었다. 이 레스토랑 1층에는 멋진 서점도 있는데 이름이 ‘콜하스 앤 컴퍼니‘다. 베를린에 많은 서점이 있겠지만 나로선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규모와 신간을 갖춘 서점이었다. 문학과 인문 분야의 책이 않은 것으로 보아 좀 특화된 서점 같았다(러시아에도 이런 서점들이 있지만 문화적 공간감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작가 가운데서는 츠바이크의 책이 다수 눈에 띄었고, 신간 매대에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많았다. 유발 하라리를 포함해 마사 누스바움과 페터 슬로터다이크, 그리고 지그문트 바우만까지. 독어책을 읽을 줄 알았다면 책에 대한 욕심 때문에 많이 힘들 뻔했다. 다행히 ‘그림의 책‘일 뿐이어서 구경하는 데 만족할 수밖에. 베를린에 다시 온다면 한번 더 들러볼 만한 장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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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문학기행의 일정이 일단락되었다. 내일 오전에 베를린 최대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마우어 공원을 방문하고서 우리는 베를린 테겔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다.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장시간 비행을 한번 더 버텨내면 (한국시간으로) 월요일 오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베를린 중심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과 파리광장, 훔볼트대학, 연방의회의사당 등을 둘러본 것이 오늘의 오전 일정이었다. 오후에는 케테 콜비츠 박물관을 먼저 찾은 다음에 바로 옆 레스토랑 겸 카페인 ‘문학의 집‘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어서 카프카가 도라 디아만트와 함께 베를린에서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 그루네발트가 13번지를 찾았다.

3년 전에는 사람이 사는 집이었는데 오늘은 빈집처럼 보였다. 카프카의 마지막 인생을 잠시 복기하고 막스 브로트에게 남긴 그의 유언과 부모님께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일부 낭독했다. 기념 단체사진을 찍고 카프카가 걸었던 산책로를 따라 베를린 식물원까지 걸어가보는 게 카프카 투어의 대미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들른 곳이 베를린 한복판에 있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나는 3년전에 지하의 기념관까지 둘러보았던 터라 새로울 건 없었다. 다만 메모리얼에서 가까운 아케이드건물 유료화장실 요금이 다른 곳보다 2배 이상 비싼 1유로여서 놀랐다. 1300원이라니!

그만큼 놀란 건 한나 아렌트 거리, 곧 한나 아렌트가를 발견한 것. 히틀러가 정부인 에바와 동반자살했다는 벙커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눈에 띈 도로 표지판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사진을 확대해야 보인다). 생각해보니 3년 전에도 발견하고 흥미로워 했던 듯싶다. 새삼스럽게 바라본 건 아렌트의 주저 <인간의 조건>을 지난봄에 강의하고 또다른 주저인 <전체주의의 기원>을 이번 가을에 강의할 계획이기 때문. 한나 아렌트가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생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울리는 조합으로 여겨진다. 홀로코스트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책 가운데 하나가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니까.

그리하여 오늘의 여정은 케테 콜비츠에서 카프카를 거쳐 아렌트로 마무리되었다. 비록 그의 사후의 일이지만 카프카의 세 여동생이 모두 나치의 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했으니 카프카 역시도 홀로코스트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카프카의 문학은 홀로코스트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법과 권력의 부조리한 횡포? 생각나는 건 조르조 아감벤의 카프카론인데 또다시 카프카 투어를 떠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업그레이드 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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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목을 적으며 떠올린 건 두 가지다. ‘독일의 가을‘인지 ‘가을의 독일‘인지, 알렉산더 클루게의 영화와 장정일의 시. 클루게의 영화는 모스크바에서 힘들게 본 기억이 있다. 역시 독일영화의 거장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도 출연한 다큐식 영화. 1970년대 중반 적군파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니 영화 <바더 마인호프>도 생각나는군. 격렬했던 1960년대와 달리 순응주의가 대세였던 1970년대의 한 증상으로 보인다. 극단적 테러리즘은 대중적 정치운동의 실패나 포기를 뜻하므로.

여하튼 ‘독일의 가을‘이란 제목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걸 본 기억을 호텔 앞 풍경을 보면서, 이 또한 독일의 가을 풍경이기에, 떠올렸다. 또 한장의 사진은 어제 점심을 먹은 드레스덴의 식당 주변 거리다. 분수의 물줄기가 마음을 끌어서 한 컷. 이제 곧 베를린 시내 투어에 들어가는데, 연방의사당도 방문할 예정이다. 지금은 2017년 독일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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