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의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 리처드 랭엄의 신간이 나왔다('인간진화생물학자'라고 불러야 하나? 랭엄은 이 학과의 창설자다). 확인하니 오랜만에 나온 책이다. <요리 본능>(2011)과 <악마 같은 남성>(1998)이 앞서 나온 책. 20여 년간 세 권의 책이다. 
















"때로는 한없이 사악하고 때로는 더없이 관대한 인간 본성의 수수께끼를 진화적 탐구를 통해 풀어 가는 책이다.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이자 저명한 진화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은 이 책에서 ‘자기 길들이기’ 등 흥미로운 개념과 풍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폭력과 이타주의, 전쟁과 협력, 사형과 도덕 등의 중요한 주제들에 다가간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강한 야만성에 맞서는 사회적 관용과 통제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처음 소개된 <악마 같은 남성>이 인간 폭력성의 기원을 추적한 책인데,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중요한 전거가 되기도 했다(일본 학자의 책으론 <인간 폭력의 기원>이 같은 주제를 다룬다). 이에 대한 반론은 아구스틴 푸엔테스의 <크리에이티브>에서 읽을 수 있다. 나는 핑커보다는 푸엔테스의 견해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랭엄은 영장류(침팬지) 학자로 경력을 시작했는데, 대학원 시절에는 제인 구달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영어판 <인간의 그늘에서>에 서문을 붙이기도 했다.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에는 같은 하버드대학 생물학과의 에드워드 윌슨이 추천사를 붙였다.  인간의 공격성에 대한 윌슨의 견해는 <인간 본성에 대하여>를 참고할 수 있다. 동물행동학 1세대 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콘라드 로렌츠의 <공격성에 관하여>가 이 분야의 원조격. 이대출판부에서 나온 책인데, 알라딘에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중고샵에만 나와 있군).


아무튼 인간 폭력성(공격성)이란 주제에 관한 가장 최신의 저작이어서(원저는 지난해에 나왔다) 기대가 된다. 견해가 다른 푸엔테스('퓨엔테스'로 번역됨)에 대한 언급도 한군데 나오는데, 생각난 김에 푸엔테스의 신작도 나온 게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P.S. 가장 널리 알려진 동물행동학자(<털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의 책이 알게 모르게 계속 나오고 있는데, 특히 예술 본능과 관련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예술적 본능과 폭력성 간의 상관성도 해명이 필요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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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2020-12-2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들 읽기는 하시는지 궁금. 리뷰가 아니라 구입한 책 목록 소개가 더 맞을 듯 한데요...

로쟈 2020-12-21 22:44   좋아요 0 | URL
페이퍼는 그런 용도를 쓰는 글이고요, 리뷰는 따로 씁니다. 몇권은 리뷰를 쓰거나 강의에서 다룬 책..
 

'독일철학'으로 분류되는 책의 저자들이다. 프레히트라는 성만으로는 아직 생소한데, 리하르트 다비드 프레히트라고 해도 마찬가지일까? 현재 독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라고 하는데, 우리에게도 <나는 누구인가>와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가 번역돼 있다. 이번에 나온 건 <사냥꾼, 목동, 비평가>(열린책들).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이자 개성 넘치는 지성인으로 평가받는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저서. 제목의 유래는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구상한 유토피아다. 1845년 브뤼셀 망명 시절 두 사람은 포도주에 흠뻑 취한 상태에서 이상적인 사회를 그려 보았다. 두 사람이 꿈꾼 유토피아는 각자가 오늘은 이 일을 하고 내일은 저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 다시 말해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낮에는 고기를 잡고, 저녁에는 가축을 몰고, 밤에는 사색과 비평을 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였다. 디지털화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일견 우리는 유토피아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생업 노동에서 해방된, 자유롭고 충만한 삶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미래의 사냥꾼, 목동, 비평가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공산주의 유토피아론에 대한 현재적 재검토로서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겠다. 
















통상 <철학적 사유의 작은 학교>로 소개되었던 야스퍼스의 철학 입문서가 <철학적 생각을 배우는 작은 수업>(이학사)이란 제목으로 다시 나왔다. 방송강의를 바탕으로 한 야스퍼스 말년의 저작. 20세기 독일철학의 거장 가운데 한 사람이 생각했던 철학의 핵심 문제들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기꺼이 손에 들 수 있다. 
















비슷한 용도의 책이라면 러셀의 <철학의 문제들>도 비교해볼 수 있겠다. 



 












그리고 라이프니츠의 책으로 <신인간지성론>(아카넷)이 초역돼 나왔다. 
















잘 알려진 <모나드론> 외 라이프니츠의 주저가 무엇인지 확인해봐야겠다. <형이상학 논고>나 <변신론>은 구입해두기만 한 상태다(최근에 <라이프니츠 읽기>도 구입했다). 이번에 나온 <신인간지성론>은 '로크의 <인간지성론>에 대한 비판'이 부제다. 
















로크의 <인간지성론>은 현재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와있다(한길사판 1권은 품절 상태군). 순서상으로는 로크의 책부터 읽어야 할 터이니, 라이프니츠의 책은 당분간 '그림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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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심리학의 고전급 저작으로 캐럴 길리건의 대표적 <다른 목소리로>가 다시 번역돼 나왔다. 페미니즘 이론서의 봇물 속에서 보이지 않아 의아했었는데, 나오긴 나오는구나 싶다. 원저는 1982년작이고(원저도 개정판이 나왔다), 초역본은 1997년에 나왔었다. 제목이 <침묵에서 말하기로>라고 바뀐 건 불만인데, 별개의 책인 것 같은 착시감을 갖게 해서다.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가 부제.
















"하버드대학교 최초의 여성학 교수이자 현재 뉴욕대학교에서 인문학 및 응용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캐럴 길리건은, 1970년대 초 콜버그와 함께 연구 조교로 일하며 그가 옹호하는 이론이 각 목소리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특정 관점이 구성되는 사회구조를 외면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여성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 심리 이론과 도덕 이론이 남성의 목소리에만 집중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침묵에서 말하기로>를 썼다. 길리건은 이 책을 통해 프로이트, 에릭슨, 콜버그, 피아제 등 저명한 심리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여성을 지속적으로 배제해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직접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듣고 관찰한 후 ‘돌봄의 윤리’를 여성의 도덕 발달 기준으로 제시한다."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길리건의 책은 하버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였던 로런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단계론을 겨냥한 책이다(콜버그의 책들은 절판됐군). 단순한 구도로 하자면, 길리건은 남성과 여성의 도덕 기준상의 차이를 '정의의 윤리 vs 돌봄의 윤리'로 제시한다(입센의 <인형의 집> 강의 때마다 길리건의 견해를 소개하곤 한다). 아무튼 빠진 이가 채워진 듯해서 다행스럽다. 
















길리건의 책은 몇 권 더 소개돼 있다. <담대한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로>의 속편격(으로 읽어달라는) 책이다. <치유>는 심리치료 소설. 그렇더라도 가장 중요한 책은 역시 <다른 목소리로>(<침묵에서 말하기로>)다. 
















덧붙여, 페미니스트 법학 입문서로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한울)도 최근에 나온 책이다(책값은 만만찮다). 이론서로는 <젠더란 무엇인가>와 같이 읽어볼 만하다. 젠더이론이나 페미니즘 관련서는 계속 출간되고 있는데, 앤절라 가브스의 <페미니스트, 엄마가 되다>(문학동네)도 눈에 띈다. 통상 모성과 페미니즘은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에 저자의 경험담이 궁금하다. 

















말이 나온 김에, 낙태권은 핵심적인 젠더 이슈 가운데 하나인데, 최근에는 '임신중지'나 '임신중단'이란 표현을 쓴다. 관련한 책들이 몇 권 나와 있어서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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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5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5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8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리클레스와 미켈란젤로 사이에 접점이 있는 건 아니다(각각 아테네 민주주의 전성기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성기를 대표하는 정치가와 예술가라는 점 정도?). 다만 두 사람과 그 시대를 다룬 책이 나란히 나왔을 뿐. 
















먼저, 고대 그리스 사학자 도널드 케이건의 <페리클레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저자가 쓴 책으로 페리클레스의 시대를 다룬다. 원제는 '아테네의 페리클레스와 민주주의의 탄생'.


"고대 그리스 역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 도널드 케이건의 <페리클레스>는 페리클레스가 민주주의를 창조하고, 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채택한 첫 공동체인 아테네를 위해 했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워 시민이 스스로를 다스렸고, 자유로운 개인들이 탁월해지기 위해 노력하던 시대를 이끈 페리클레스의 리더십은 과연 어떤 점에서 탁월했던 것일까? 페리클레스의 역할과 정체성을 '귀족' '민주주의자' '제국주의자' '전략가' '영웅' 등 14가지로 분류하여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케이건의 다른 책으로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저자 투퀴디데스와 저작의 탄생 과정을 다룬 <투퀴디데스, 역사를 다시 쓰다>(휴머니스트)가 더 있다(지금 보니 절판되었군).  

















한편으로, <페리클레스>는 '지식향연'에서 펴낸 세 번째 책이다(알고보니 신세계그룹과 김영사가 함께 만든 인문출판 브랜드다). 처음 나온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은 이미 여러 번역본이 나와 있는 터여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보리스 존슨(현 영국 수상, 그 사람이다)의 <처칠 팩터>를 거쳐서 <펠리클레스>까지 나오고 나니 방향을 좀 잡은 듯싶다. 이런 종류의 양서가 더 많이 기회되면 좋겠다. 
















로스 킹의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도토리하우스)은 재간본이다. 작년봄 이탈리아 문학기행을 앞두고, 절판된 책을 중고본 구입한 기억이 있다. 로스 킹은 '역사소설가'라고 소개되는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를 다룬 논픽션들이 여럿 갖고 있는 저자다. 르네상스 시대로 잠입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가이드라고 할까.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은 르네상스 천재들의 치열한 각축전과 그들의 삶을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르네상스 예술가들과 통치자들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밝히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을 새로운 프레스코로 채운 4년 4개월간의 과정을 따라가며, 그를 둘러싼 천재적인 예술가들 간의 시기와 갈등, 예술혼, 그리고 삶을 16세기 르네상스의 역사 속에서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화집 <피렌체>는 이탈리아에 다녀와서 기념으로 구입한 기억이 있다. 혹여 그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피렌체를 다시 방문한다면 복습 겸 예습 삼아서 완독해봐야겠다(<파리의 심판>은 마네와 인상파를 다룬 책이다). 
















당연하게도 미켈란젤로를 다룬 책은 다수가 나와 있다. 역시 이탈리아 문학기행을 준비하면서 앤소니 휴스의 <미켈란젤로>(한길아트)와 조반니 파피니의 평전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등을 구입했었다. 물론 몇 페이지 넘겨놓았을 뿐인데, 르네상스 거장들에 대해서 강의할 일은 없을 터이기에 일단은 장서용으로 삼을 참이다. 그래도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은 궁금한 점이 있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좀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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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신작이 지난달부터 예판으로 떠 있는데(나는 원서를 이미 구하고 번역본을 기다리는 중이다), 제목이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이다.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가 부제. 능력주의 비판서로 분류할 수 있고, 이 주제로는 이미 몇 권의 책이 나온 바 있다. 
















대표적으론 '능력주의'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마이클 영의 소설 <능력주의>부터 능력주의를 신화라고 비판한 <능력주의는 허구다>까지. 






























아울러 능력주의와 함께 분당세습과 신분사회를 화두로 하는 책들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연초에 나왔던 <세습 중산층 사회>(생각의힘)가 반향을 얻으면서 이 분야의 책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능력주의와 새로운 신분사회의 유착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영어권에는 이미 다수의 책들이 나와 있고, 계속 나올 듯싶다. 


흔히 '능력주의'는 한국사회에서 자주 공정성의 표지처럼 생각되어왔지만, 그것이 한갓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 역시도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거쳐가야 할 인식의 단계라고 생각된다. 넓은 독자층이 지니고 있기에 샌델의 신작이 요긴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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