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심리학의 고전급 저작으로 캐럴 길리건의 대표적 <다른 목소리로>가 다시 번역돼 나왔다. 페미니즘 이론서의 봇물 속에서 보이지 않아 의아했었는데, 나오긴 나오는구나 싶다. 원저는 1982년작이고(원저도 개정판이 나왔다), 초역본은 1997년에 나왔었다. 제목이 <침묵에서 말하기로>라고 바뀐 건 불만인데, 별개의 책인 것 같은 착시감을 갖게 해서다.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가 부제.
















"하버드대학교 최초의 여성학 교수이자 현재 뉴욕대학교에서 인문학 및 응용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캐럴 길리건은, 1970년대 초 콜버그와 함께 연구 조교로 일하며 그가 옹호하는 이론이 각 목소리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특정 관점이 구성되는 사회구조를 외면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여성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 심리 이론과 도덕 이론이 남성의 목소리에만 집중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침묵에서 말하기로>를 썼다. 길리건은 이 책을 통해 프로이트, 에릭슨, 콜버그, 피아제 등 저명한 심리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여성을 지속적으로 배제해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직접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듣고 관찰한 후 ‘돌봄의 윤리’를 여성의 도덕 발달 기준으로 제시한다."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길리건의 책은 하버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였던 로런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단계론을 겨냥한 책이다(콜버그의 책들은 절판됐군). 단순한 구도로 하자면, 길리건은 남성과 여성의 도덕 기준상의 차이를 '정의의 윤리 vs 돌봄의 윤리'로 제시한다(입센의 <인형의 집> 강의 때마다 길리건의 견해를 소개하곤 한다). 아무튼 빠진 이가 채워진 듯해서 다행스럽다. 
















길리건의 책은 몇 권 더 소개돼 있다. <담대한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로>의 속편격(으로 읽어달라는) 책이다. <치유>는 심리치료 소설. 그렇더라도 가장 중요한 책은 역시 <다른 목소리로>(<침묵에서 말하기로>)다. 
















덧붙여, 페미니스트 법학 입문서로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한울)도 최근에 나온 책이다(책값은 만만찮다). 이론서로는 <젠더란 무엇인가>와 같이 읽어볼 만하다. 젠더이론이나 페미니즘 관련서는 계속 출간되고 있는데, 앤절라 가브스의 <페미니스트, 엄마가 되다>(문학동네)도 눈에 띈다. 통상 모성과 페미니즘은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에 저자의 경험담이 궁금하다. 

















말이 나온 김에, 낙태권은 핵심적인 젠더 이슈 가운데 하나인데, 최근에는 '임신중지'나 '임신중단'이란 표현을 쓴다. 관련한 책들이 몇 권 나와 있어서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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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5 06: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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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5 1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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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0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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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0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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