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과장된 타이틀로 보이지만, 최근에 불역된 이승우의 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이 그렇다. '한국문학 유럽서 뿌리내린다'. 이전에 한국문학 번역현황과 관련된 페이퍼를 올린 거 같은데, 그런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기사를 옮겨놓는다. '문학의 뒷계단'이란 카테고리에도 맞을 듯하고(우리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유감스럽게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평일에 한국문학이 아니라 러시아문학을 강의하는 처지인지라 마땅히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게 핑계이다). 재작년에 러시아 체류시 모스크바의 대형서점에서 단한권의 한국문학 작품도 찾아볼 수가 없어서 씁쓸했던 기억이 있는데, 러시아쪽 사정도 나아지기를 이 참에 기대해본다.

 

 

 

 

서울신문(06. 10. 27) 한국문학 유럽서 뿌리 내린다

한국문학이 유럽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이 유럽 각지에 소개돼 평단의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지만 최근 들어 평론가의 관심은 물론 일반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며 판매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프랑스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승우의 장편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이다. 지난 8월말 프랑스 줄마출판사에서 출간한 ‘식물들의 사생활’은 한국소설로는 이례적으로 출간 한달 만에 초판 2500부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2000년 ‘생의 이면’을 통해 이미 프랑스 문단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이승우의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일간지 ‘르 피가로’와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등 언론매체에서 앞다퉈 기사를 다뤘고, 이어 프랑스 최대 서점체인망인 프낙의 ‘가장 주목받는 신간 외국소설 10권’과 또다른 대형서점 버진의 ‘가을 신간 권장도서목록 30권’에 선정됐다(*독역본 이미지들만 뜬다. 아래는 독역본 <생의 이면>).

번역을 지원한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팀장은 “프랑스에서는 바캉스 시즌이 끝난 가을에 신간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데 올 가을 680여종의 신간 중에 이승우의 소설이 주목받았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줄마출판사측도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이승우 특유의 지적이고 관념적인 작품세계가 프랑스 독자들의 성향과 잘 맞았다는 분석이다.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독자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이승우의 소설은 한국문학의 진정한 세계화에 장밋빛 기대를 걸게 하는 사례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스웨덴 최대 일간지 ‘다켄스 니헤테르’는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문화면에 대서특필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한국전쟁의 그늘 아래’라는 제목으로 실린 서평은 “한국전쟁과 1950년대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다룬 작품임에도 모든 전쟁에 내재된 무감각한 증오 및 문화적 억압 그리고 전쟁 속에서 성숙해지는 주인공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외에 번역·출간된 한국문학 작품은 세계 45개국, 총 1220여종. 작가별로는 고은 시인의 작품집이 8개국에서 16종이 소개됐고, 황석영 7개국 23종, 이문열 12개국 31종, 이청준 10개국 28종 등이다. 곽효환 팀장은 “한국문학이 세계 각국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지만 이중 재판을 찍는 경우는 10권에 1권 정도”라며 “작가 선호도가 나라별로 다른 만큼 명확한 타깃마케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문화교류 차원을 넘어 세계 문학시장에서 우리 문학의 상품가치를 높이기위한 지원책도 적극 모색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프랑스 파리, 스웨덴 스톡홀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등지에서 문학행사와 출판지원 조인식, 해외독후감 대회 시상식 등을 가졌다. 소설가 김훈, 은희경, 윤흥길, 황석영, 김인숙, 시인 김선우, 평론가 신수정 등이 참여했다. 번역원은 특히 내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독후감대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윤부한 팀장은 “전세계 12곳의 한국문화원을 통해 독후감대회를 열어 현지 평론가와 독자 모두에게 우리 문학을 좀더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순녀기자)

06. 10. 29.

P.S. 아래가 불역본 <식물들의 사생활>이다. 여느 프랑스책들처럼 표지는 단촐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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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10-2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뿌리 내리다'와 '뿌리 내린다'의 차이. 후자는 뭔가 주술적인 바램이 포함된 것 같아요. ^^
날이 갈수록 번역된 문학 작품들을 도저히 못 읽겠어서 한반도에서 쓰인 것을 빼고는 띠엄띠엄 영어권의 작품만 읽어내고 있습니다. 흠.

로쟈 2006-10-29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오타'가 났었네요.^^

테렌티우스 2006-12-0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의 서재를 읽는 것이 일상생활의 하나가 되었네요...^^
불어본 이미지는 아래의 프낙 서점 사이트에 있고요... 그림을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http://www4.fnac.com/Shelf/article.aspx?PRID=1843378&Mn=6&Ra=-1&To=0&Nu=2&Fr=3


로쟈 2006-12-0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이미지를 옮겨놓았습니다. 프랑스쪽은 표지장정에는 돈이 별로 안 들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