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때문에 '나폴레옹'에 관한 이미지들을 검색하는데, 느닷없는 포르노 이미지들까지 끼어 있었다. 알고보니 <나폴레옹>이란 제목의 포르노 필름이 있었던 것. <나폴레옹>(이탈리아, 1998).

Наполеон. Анальный секс.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

이게 포르노비디오필름을 취급하는 러시아 사이트에 링크돼 있었는데 <나폴레옹>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아주 요지경의 세상이었다(세상은 넓다!). 포르노(혹은 AV) 산업이라면 이웃나라 일본이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그건 그만큼 일본의 조직사회가 공식적인 사회적 관계에서 복종/굴종을 강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방면으론 이탈리아 또한 만만찮아 보인다. 틴토 브라스만 해도 그냥 '소프트'해 보이니까. 차이라면 일본 포르노가 대략 시나리오 불문이라면 이탈리아는 좀 '클래식'하다는 정도. 적어도 '포르노세계사' 내지는 '포르노 세계문학사'를 찍어대는 걸 보면(덧붙이자면, 포르노의 경우에도 '클래식'은 판매랭킹이 많이 떨어진다. 대중들은 '클래식'이라면 포르노도 잘 보지 않는 것!).

러시아는 거기에 비하면 아직 아마추어이다. 소비에트 시절에는 포르노'산업'이라는 게 가능하지도 않았고 따라서 유통되지도 않았었기에. 이전에 '범성욕주의자의 근대철학사'란 페이퍼를 만든 바 있는데, 이 페이퍼는 거기에 짝이 될 수도 있겠다('로망스 대 포르노'란 글도 참조할 수 있겠다). 자체 검열상 스틸사진들을 올려놓을 수는 없고, 포스터 정도만 옮겨놓는다(모두 러시아어로 출시된 것들이다). 아주 일부만. 이 목록에 마르키스 드 사드나 자허 마조흐가 올라와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햄릿> 정도 되면 웃음이 나오고, <이상한 포르노 나라의 앨리스>나 고골 원작의 <비이> 정도 되면 입이 벌어진다...

 Маркиз Де Сад. Фильмы с сюжетом.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마르키스 드 사드>(이탈리아, 1996)

Барон Фон Мазох. Садомазо и фетиш.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폰 마조흐 남작>(이탈리아, 1998)

Гамлет. В костюмах.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햄릿>(이탈리아, 1996)

Робин Гуд. В костюмах.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로빈훗>(이탈리아, 1995)

Декамерон. В костюмах.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데카메론>(이탈리아, 1997)

Белоснежка и семь гномов. Фильмы с сюжетом.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이탈리아, 1996)

Алиса в стране Порно Чудес. Фильмы с сюжетом.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이상한 포르노 나라의 앨리스>(미국, 1996)

Вий.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비이>(러시아, 2002)

그리고, 러시아에서 최근에 제작되고 있는 포르노시리즈 <백야: 상트 페테르부르크>. 페테르부르크의 주요 관광지를 다 둘러볼 수 있는 잉여효과도 챙길 수 있다(관광상품 수준이다). 4편까지 나온 모양이다.

Белые ночи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а. Ночь 1.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야1>(러시아, 2001)

Белые ночи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а. Ночь 2.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야2>(러시아, 2001)

Белые ночи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а. Ночь 3.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야3>(러시아, 2001)

Белые ночи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а. Ночь 4. Русское порно. Порно Видео Филмс<백야4>(러시아, 2001)

참고로, 러시아 포르노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로는 이문영, "포스트소비에트 시기의 러시아 포르노그래피 연구"(슬라브학보, 제21권 2호, 2006)가 있다. 동영상보다 아카데믹한 쪽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06. 08. 29.

P.S. 러시아 포르노그래피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앞에서 거명한 논문의 결론으로부터 간략하게 인용하면, "제정 러시아는 종교에 의해, 스탈린 집권 이후 소련은 이념에 의해 섹슈얼리티에 대한 담론과 그 문화적 표현을 엄격히 금지하였고, 그 결과 포르노그래피가 전자의 경우에는 봉건적 가치에 대한 비판으로, 후자의 경우에는 국가에 의한 통제에 대한 저항으로 기능하였다..."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 이후 현대 러시아의 포르노그래피는 한편으로는 과거 시기 포르노그래피의 정치성을 계승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이 시기 포르노그래피는 소련시기에는 공공의 문화영역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등장함으로써 과거 권력에 의해 강요되어온 획일적 성담론에 대한 극복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근대 초기 포르노그래피의 비판성을 상실하고 자본주의의 성 상품화 논리를 온전히 반영하는 보수적 매체가 되어버린 서구 포르노그래피가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문화상품으로 수입되어 현대 포르노그래피의 모델이 되었다... 선정성과 상업성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대 러시아 포르노그래피가 섹슈얼리티의 담론의 다양화와 표현의 자유의 신장, 이것이 상징하는 문화적 다원주의의 발전과 확산에 기여했다는 점은 부정될 수 없을 것이다..."(2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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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06-08-2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화법을 빌자면, <저 동네>도 잘 되는 게 쉬운 건 아니죠. 열심히 '온고지신'하고 새로운 문법을 창조해내야 살아남지... -_- // [백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의 패러디, 아니면, 오도예프스키의 [러시아의 밤들] 패러디인가요??
// 그나저나, 다른 캐릭터야 성인이니까 그렇다치고, 우리의 저 앨리스 양은 <이상한 포르노 나라>에서 대체 뭘 한다요? ;;;--

로쟈 2006-08-2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야'는 보통명사입니다. 그리고 얼굴을 보면 앨리스는 충분히 과년한 앨리스인데요...

이리스 2006-08-29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척 고루한 코멘트입니다만.. 여긴 초등학생도 보려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곳 아닌가요? 이런것을 올려도 문제가 아니될런지..

로쟈 2006-08-2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려하시는 바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이 '포르노' 구경을 하려고 번거롭게 알라딘까지 드나들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porno'란 단어만 검색해도 널린 게 포르노인 걸요. 더불어, 저는 포르노가 하나의 (하위적)'장르'라고 생각합니다...

SMOKE 2006-08-3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요즘 초등학생들을 모르시는군요.......

마늘빵 2006-08-3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근데 별로 야할거 같진 않아요. -_- 모름지기 포르노는 보고 반응이 있어야 되는데 그냥 저거 봐서는 별 반응이 안생길듯.

로쟈 2006-08-30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러시아 작품들 빼고는 저도 별로 보고픈 생각이 없습니다...

이리스 2006-08-30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핫.. 그.. 그렇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