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단풍이 절정이고 오늘은 10월의 마지막날이다. 이런 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세월은 제 갈길을 가고 남아있는 자들만 뒤늦게 정신 (못)차린다(그런 세월 죽이는 일로 세월을 다 보내다니!). 그나마 가을이어서 다행이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좀 붉어져도 단풍에 묻혀갈 수 있으니. 점심 먹고 잠시 걸었지만, 천성이 다소간 게으른 탓에 산책은 눈으로만 즐기기로 한다. 그럴 때 도서 산책은 꽤나 요긴한 핑계가 된다. 교양있는 척하며, 게으름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덤으로 천재들과도 아는 척하고...

 

 

 

 

이번에 맨처음 꼽을 책은 단연 도날드 스포토(D. Spoto; 1941- )의 <히치콕>이다. 나대로 히치콕의 대해서는 작년에 지젝 편,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새물결, 2001)에 실린 평문들을 자세히 읽으면서도 언급한 적이 있고, 그때 스포토의 저명한 전기 <천재의 이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생애>가 번역되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더랬다. 이번에 <히치콕>이란 제하에 신간이 나왔길래 나는 그 전기인가 했는데, 책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예술세계: 그의 영화인생 50년>이란 원제의 또다른 책이다. 국역본의 제목은 <히치콕: 히치콕의 영화 50년>(도서출판 동인).

이번주 영화주간지 <필름 2.0>에도 소개가 됐는데, 잠시 옮겨보면 이렇다. "드디어 나왔다. <히치콕>의 저자 도날드 스포토는 슬라보예 지젝과 로빈 우드, 그리고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와 클로드 샤브롤에 뒤지지 않는 히치콕 마니아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예술'이라는 원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처음 1976년에 나왔고(*아마존에서 현재 판매중인 건 1991년판이다), 이를 받아본 히치콕은 도날드 스포토를 LA로 초청해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히치콕의 초기 무성영화로부터 <로프> <이창> <토파즈>까지 45편의 영화들을 연대기적 접근방식으로 세밀히 분석하고 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스포토의 신간은 그의 전기와 함께 히치콕 기본서에 속한다. <필름 2.0>의 기자도 언급하고 있지만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가 그런 기본서이며, 역시나 '까이예' 비평가 출신의 샤브롤과 에릭 로메르가 편집한 책으로 작년에 국역본이 나온 <알프레드 히치콕>(현대미학사, 2004)도 히치콕의 초기작들을 다루고 있는 기본서이다. 거기에 새로운 기본서로 추가된 것이 지젝의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이고. 해서, 반갑고 고무적이다(기본서들은 우리 교양의 기초를 튼실하게 해준다).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히치콕의 영화 대부분은 국내에 비디오나 DVD 타이틀로 출시돼 있다(주로 '유니버설'이나 '씨네코리아'에서 나왔고, 나오고 있다). 하니 여유만만한 분들은 45편의 영화 리스트와 스포토의 해설을 옆에 놓고 히치콕의 영화들을 연대기순으로 죽 관람하시면 되겠다. 

로로로 시리즈로 나온 또다른 전기 <앨프레드 히치콕>(한길사, 1997)은 너무 간략한 느낌이 있지만 일독할 만하다(이 책에 대해서는 '리뷰'를 쓴 적이 있다). 저작 목록을 보건대 스포토는 일급의 전기작가이며,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즈와 배우 마릴린 먼로, 제임스 딘, 로렌스 올리비에, 잉그리드 버그만 등에 관한 전기도 갖고 있다. 그 중에서 국내엔 <제임스 딘>(한길아트, 1999)이 번역돼 있다. 예수와 성 프란치스코에 대한 전기도 쓴 걸로 봐서 거의 종횡무진이라고 해야 할 듯. 국내에 잘 알려진 전기작가로서는 20세기 전반기의 슈테판 츠바이크와 자웅을 겨룰 만하다. 물론 그의 책들이 더 많이 소개된다면...  

 

 

 

 

두번째 책은 히치콕(1899-1980)과 같은 생년을 가진 미국 작가 헤밍웨이(1899-1961)가 "모든 현대 미국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헉핀>으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예찬한 가장 '미국적인' 작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의 '철학이야기' <정말 인간은 개미보다 못할까>(북인)이다. 원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What is man?)'. 지난 여름에 <지구로부터의 편지>(베가북스)라는 풍자적인 이야기가 번역/소개된바 있지만, 근년/최근에 와서 트웨인의 책들이 신간으로 자주 눈에 띈다. 사실 이번 신간 때문에 새삼 더 주목하게 된 책은 지난 2월에 나온 그의 자서전, <마크 트웨인 자서전>(고즈윈, 512쪽)이다. 모스크바에서 돌아와 내가 이 연재를 잠시 쉬던 때에 나온 책이서 거명하지 않고 지나갔던 책인데, 이 기회에 눈도장을 찍어둔다.

그의 자서전은 서강대 장영희 교수가 "대작가 마크 트웨인이기 전에 인간 마크 트웨인으로서 철저한 자기성찰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자상한 남편과 아버지, 이웃으로서의 모습과 쾌활하고 자유분방한 성격, 삶을 꿰뚫는 예리한 풍자 밑에 흐르는 슬픔과 페이소스가 담겨 있는 자서전 문학의 정수"라고 평하고 있는 책으로 트웨인의 독자나 예비독자라면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할 책이다.

 

 

 

 

미국 문학의 '간판' 작가답게 트웨인은 국내에도 헤밍웨이만큼 잘 알려져 있지만 주로 '아동물'을 통해서이다. <톰 소여의 모험>이 웬만한 아동/청소년 문고에는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고, 나도 초등학교 때 소년소년 세계명작 시리즈로 트웨인을 처음 만났다. 유감스러운 건 대부분의 경우 그런 게 트웨인과의 인연의 전부라는 점. 나 또한 사실 대학에 와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미국문학사에서 그토록 '중요한' 작품이란 걸 알게 되고서 다소 놀랐을 정도였다(특히, 현대 미국문학 평론가 레슬리 피들러의 견해 참조). 그간에 머리가 큰 만큼 <허클베리 핀의 모험>(민음사, 1998/2005)도 이젠 '고전'으로 다시 읽어볼 만하다.

 

 

 

 

레슬리 피들러의 제자이기도 한 김성곤 교수의 <미국문학과 작가들의 초상>(서울대출판부, 1993)은 내가 '미국문학 사전'으로 자주 애용하는 책인데, 거기엔 영국시인 오든(W. H. Auden)의 흥미로운 평문 '허크와 올리버'가 실려있다(전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든은 두 작품, 즉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현대 영미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거명하면서 두 주인공 허크와 올리버를 비교한다. 그는 자연에 대한 태도, 현실에 대한 태도, 그리고 시간과 돈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하여 이들을 대조하는데, 가령 유럽(영국)인에게서 자연이 어머니의 품 같다면, 미국에서의 자연은 야성적이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인들이 읽기에 <헉핀>은 매우 슬픈 소설이라고 말한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끝장면에서 올리버가 사랑이 있는 가정에 입양되면서 그의 꿈을 실현하는데 반해서 유사한 모험들을 겪게 되지만 허크는 그의 친구 짐과 결국엔 헤어질 것이며 다시는 못나게 되리라는 걸 독자가 알게 되기 때문이다. 또, 사건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유럽인들은 새로운 요소를 보지 못하는 반면에(사건들은 '반복'으로 의미화된다) 미국인들은 반복의 요소를 보지 못한다(사건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으로 지각된다. 이런 경우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돈의 경우도 대비되는데, "올리버의 경우, 그것은 법적 상속권에 의해 그에게 주어진다. 허크의 경우에는 그것이 순전히 행운일 뿐이다." 오든은 거기서 조금 더 나간다: "미국에서 돈은, 자연이라는 용(龍)과의 전투를 통해 빼내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곧 성인의 표증을 상징한다. 미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돈을 갖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것이다... 유럽의 단점은 탐욕과 인색이며, 미국의 단점은 이 양적인 돈이 성인의 표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어디에서 중단해야 될는지 알기 어려운 데서 기인하는 근심이다... 사실 미국인들은 물질에 대해서 별로 연연해하지 않는다. 충격적인 것은 미국의 소비일 뿐이다. 마치 유럽의 미국인들에게 충격적인 것이 유럽의 탐욕이듯이." 음미해볼 만한 견해이다.

 

 

 

 

세번째 책은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초원>(범우사). 이번에 나온 5권짜리 체호프 선집 중 제3권인데, 특별히 이 책을 꼽은 건 중편 <초원>이 최초로 번역됐기 때문이다(책에는 '구세프' 등 4편의 단편이 더 실려 있다). 작년에 서거 10주년을 맞아 여러 행사들이 치러졌었다는 얘기는 '모스크바 통신'에서 전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오종우 교수의 체호프 선집 2권,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과 <벚꽃동산>이 열린책들에서 나왔었는데, 탄생 145주년을 맞은 올해 좀더 그럴 듯한 5권짜리 선집이 나온 것. 그간에 많이 번역된 드라마의 경우에는 이채로울 것이 없지만(희곡 <바냐 아저씨>가 <바냐 외삼촌>으로 번역된 게 좀 튄달까), 초기 단편들이 대거 포함된 1-3권은 주목할 만하다.

1888년에 발표된 <초원>은 진지한 주제를 담은 분량 있는 작품을 써보라는 주위의 충고에 답하기 위해 씌어진 작품인데(방점은 '분량'에 있다) 주로 콩트나 단편들 위주로 써온 체호프에게 '중편' <초원>은 모험적인/실험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이었다. 한 소년의 초원 여행을 기본 플롯으로 갖고 있는 서정적인 작품인데, 초기 체호프의 전매특허인 '코믹'은 극소화되어 있으며 내게는 작품 자체의 의미보다는 작가가 왜 '장편'으로는 나아가지 못했을까를 궁리해보게 만드는 작품. 역자는 이 작품으로 학위논문까지 쓴바 있기에 적역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초원>이란 작품이 단연 상기시켜주는 이름은 러시아의 저명한 체호프 학자 알렉산드르 추다코프(추다꼬프)이다. 국내 대학에서도 강의를 한바 있고(나도 강연을 한번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인 제자들도 길러낸 분인데, 그의 출세작 <체호프의 시학>에 이 <초원>에 대한 자세한 비평적 분석이 실려 있기 때문(<체호프의 시학>은 체호프에 관한 단일 연구서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그의 또다른 주저가 <체호프의 세계>이고, 이것은 <체호프와 그의 시대>(소명출판, 2004)로 번역돼 있다. 물론 전문서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과는 다소 무관한 책이지만. ('모스크바통신'에서도 거명한 바 있는) 추다코프 교수를 다시금 언급하는 것은 정정하던 그가 얼마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작년에 푸슈킨과 체호프에 관한 그의 강의를 청강해두지 못한 게 아쉽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국내에선 체호프 전공자 오종우 교수의 연구서 <체호프의 코미디와 진실>(성균관대출판부, 2005)이 이번에 출간됐다는 것도 기록해둔다. 역시나 전문서이지만 애호가들도 읽어볼 만하겠다.  

  

 

 

 

네번째 책은 종교학자 엘리아데(1907-1986)의 <세계종교사상사>(이학사)이다. 전3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는데, 우리 출판의 '역량'을 과시하는 듯해서 나름으로 부듯하다. '엘리아데'란 이름은 내게 좀 각별한데, 대학에 들어와서 제일 처음 들은 낯선 이름이 바로 '엘리아데'였기 때문이다(나는 첫학기에 조기수강신청했던 '철학개론'을 물리고 대신에 '종교학 개론'을 들었다). 해서 엘리아데는 내게 '대학'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모든 것과 결부돼 있다. 지성, 학문, 자유, 학자, 열정, 강의 등과 말이다. 하여간에 이번에 나온 방대한 저작은 <종교형태론>(한길사, 1996)과 함께 서가에 꽂아두고 쉬어쉬엄 읽어보면 좋겠다. 사실 모스크바 체류시 막판에 가장 망설였던 게 고서점에서 본 엘리아데 러시아어본들을 사느냐, 마느냐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은 인터넷에 전문이 올라와 있었다. 덕분에 이 방대한 책의 러시아어본을 나는 손에 물 안 묻히고 소장하고 있다. 

   

 

 

 

그 자체가 종교학 입문의 성격도 갖는 엘리아데 입문은 엘리아데의 제자이기도 했던 정진홍 교수의 <엘리아데: 종교와 신화>(살림, 2003)이 단연 독보적이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다른 적임자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엘리아데 자신의 저작으론 <종교의 의미: 물음과 답변>(서광사, 1990)과 함께 <성과 속>(한길사, 1998)이 기본서. 독문학 연구자인 안진태 교수의 <엘리아데.신화.종교>(고려대출판부, 2005)도 다소 전문적이지만 지난 5월에 나온 관련서이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실재의 윤리>의 저자 알렌카 주판치치의 니체론 <정오의 그림자>(도서출판b)이다. 원제는 '가장 짧은 그림자(The Shortest Shadow : Nietzsche's Philosophy of the Two)'. 저자 주판치치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이 여성 '사무라이'로서 슬라보예 지젝이 가장 총애하는 제자 중의 한 사람이다. '칸트와 라캉'을 다룬 전작에 이어서 잔뜩 기대를 모으는 책인데(앞으로 '주판치치의 모든 책'이 될 것이다) 혹자는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에 비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인연이 닿았다면 번역을 맡을 수도 있었던 책이라 이번 출간이 반갑고 기대된다(나 같이 게으른 역자를 안 만난 게 여러 모로 다행스럽다). 또 마침 책세상판 니체 전집도 완간된 김에 이번 겨울은 니체에 폭 빠져보는 것도 일리 있겠다. 초심자라면, 이번에 나온 로런스 게인의 '만화책' 입문서 <니체>(김영사) 정도는 떼주시길(나는 작년에 러시아어본으로 읽었다).

니체에 관한 전기로는 자프란스키의 <니체>(문예출판사, 2003)와 홀링데일의 <니체, 그의 삶과 철학>(이제이북스, 2004)가 기본서이다. 전자는 독어권을 대표하며(철학자 전기에 있어서 자프란스키는 최고의 실력자이다) 후자는 카우프만, 아서 단토 등의 책과 함께 영어권(미국)의 대표 저작. 참고로 홀링데일은 카우프만과 함께 니체 영역(英譯)을 양분했었다. 그리고 국내의 대표 저작은 '한국의 책 100권'에 선정된바 있는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민음사, 2000). 이젠 외국어로도 읽을 수 있다!(독역되었나?)...

기타 여러 시인들의 시전집들과 토마스 쿤 평전, 몇 권의 정치학 책과 데이비드 흄에 관한 책 등이 보관함에 들어 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어느새 캄캄하다...

05. 10. 31.

P.S.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제발 이젠, 그만 만나자구요?!

P.S.2. 이 페이퍼를 계기로 즐찾 400이 되었다. 평균 하루에 한 명꼴로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었다. 찾아주시는 분들의 상당수는 출판관계자들인 것으로 안다(일부는 나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물론 엉터리나 찍어대는 분들은 나와는 아직도 계산할 게 많이 남아있다. 서로의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겠으니, 모쪼록 독감들 주의하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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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10-31 15:25   좋아요 0 | URL
한 발 빠르셨습니다. 흐흐...

로쟈 2005-10-31 15:32   좋아요 0 | URL
이런 거 먼저 찜하면 혹 상품이라도?..

이네파벨 2005-10-31 16:04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천재의 이면...>의 원제가 혹시 The Dark Side of Genius: The Life of Alfred Hitchcock 아닌가요? 이 원서 저에게 있어요! 10년쯤 전 미국에 있을때 벼룩시장에서 $1.5 주고 산 페이퍼북...
몇페이지 읽다 말고 처박아두었는데 시간나는대로 읽어보아야겠네요.

이 책을 쓴 스포토가 뛰어난 전기작가였군요...
전 개인적으로 평전이라는 장르를 무척 좋아하는데....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주 유명한 인물이 아니고서는...

전 히치콕은 개인적으로 잘 모르고...("새"와 "vertigo"를 보았을 뿐예요. 둘 다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파고들어온 느낌은 아니라서...)
오히려 "테네시 윌리엄스"의 전기를 읽어보고 싶어요.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들은....저에게 정말이지 intimate한 감동을 주기 때문에....
실제로 윌리엄스의 삶도 그의 작품들 못지않게 어둡고 불행했다고 들은 기억이 나는데....

고통의 진흙탕에 속에서 딍구는 돼지처럼 온 몸에 고통을 처덕처덕 발라가며....
고통의 실을 잣는 거미처럼 제 몸 가장 깊은 곳에서 누구나 외면하고 싶고 누구도 감히 드러내 보이지 못하는 가장 어둡고 아픈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예술가들....
삶과 작품을 떼어놓을 수 없는 예술가들...

그런 사람들의 전기를 읽어보고 싶어요.
(을유문화사에서 기획중이라는 빌리 할러데이의 전기도 기대 중...)

근데 우리나라에서 테네시 윌리엄스의 전기를 번역해 내놓으려는 용감한(or 돈벌생각 없는) 출판사는 아마 없겠죠?

바람구두 2005-10-31 16:19   좋아요 0 | URL
아니, 그 대신에 땡스 투 했답니다.

로쟈 2005-10-31 17:30   좋아요 0 | URL
이너파벨님/ 그 책 맞습니다(잘 사두신 겁니다). 부피가 좀 되죠. 저는 같은 1899년생인 작가 나보코프와 히치콕을 비교해보려는 생각에서 관련 대목을 좀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두 사람이 같이 작업을 할 뻔 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바람구두님/ 땡큐...

니브리티 2005-11-01 09:14   좋아요 0 | URL
와~ 주판치치의 책이 나왔군요! 마침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을 읽고 있던 참인데...이중긍정 얘기는 도통 머리가 아파서...이해할 듯 하면서도 논점을 놓치거나...그동안의 내 글쓰기가 '원한의 글쓰기'는 아니었나 섬뜩했다는...ㅜ.ㅜ 정말 잘됐군요. 당장 주문해야지...ㅋㅋ

비로그인 2005-11-01 17:08   좋아요 0 | URL
김재인 씨가 이경신의 "니체의 철학" 번역을 "쓰레기"라고 평하셨던데 로쟈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로쟈 2005-11-01 17:13   좋아요 0 | URL
제가 <니체와 철학>을 아직 통독하지 않았는데, 진태원씨 같은 경우는 읽을 만한 번역이라고 했었죠. 제 생각엔 <니체와 철학>보다도 <들뢰즈 커넥션>에 더 오역이 많을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