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매주 두 차례(화, 목)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http://blog.aladin.co.kr/zizek)이 연재된다. 자음과모음의 웹진 형태로 알고 있는데, 연재 공간이 벌써 만들어져 있기에 깜짝 놀랐다. 한창 첫 연재분 구상을 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소개가 이미 나갔지만 조금 보충하자면 이런 취지다.
'첫 십년의 교훈'?! 지젝의 최근작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의 서론 제목이다. 돌이켜 보면, '9.11' 특별한 날짜로 시작된 2000년대의 첫 십년은 그 직전 1990년대의 10년만큼이나 다사다난했으며 세계정세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우리의 일상과 생각에도 자극과 충격을 주었다. 과연 세계는 어떻게 달라졌으며, 우리는 이 첫 십년을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을까? 슬라보예 지젝은 아마도 이 문제가 가장 골몰해온 철학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나는 그가 동시대의 철학자로서 개념적으로 파악한 지난 첫 십년을 <실재의 사막으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국역본은 <실재계 사막으로의 환대>), <이라크>,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라는 세 권의 책을 되읽어나감으로써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런 기획을 잡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의 책이 더 많이, 더 잘 읽히면 좋겠다는 바람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작업과 열정에 대한 경의의 표시다. 내게 이 일을 수행할 역량이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책임은 있다고 믿는다. 책임이란 '응답'이니까. 또한 '첫 십년의 교훈'을 잘 되새긴다면, 우리가 '다음 십년'은 혹 더 잘 생각하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을 해야만 갈 수 있다."라고 홍상수 영화의 주인공은 되뇌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젝을 읽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하여 우리는 '여배우' 대신에 '지젝'을 만날 참이다. 바야흐로 개봉박두! 많은 기대와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
10. 08.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