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비평공간 '비평고원'

다음 카페 '비평고원'이 개설 10주년을 맞아 기념문집을 냈다. 출판사쪽 표현으론 씨북(Cbook)이다. "블로그북(Blook)의 경우 기본적으로 단일저자로 이루어진 출판물인 데 반해, Cbook(카페북, 커뮤니티북)은 엄청나게 많은 복수의 저자로 이루어진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비평고원의 '원년 멤버'이자 '핵심 멤버'(카페에서는 '불멸회원'이라고 칭한다)로서 나도 그 '복수의 저자'로 참여하고 있으니 인연이 없지 않다. 출간을 기념하여 카페 정모도 이번 주말에는 예정돼 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카페 공지를 참고해보시길. 제일 먼저 뜬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한겨레의 더 자세한 기사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8677.html 참조).   

  

경향신문(10. 07. 01) 인문학 고수들의 ‘담론 대결’ 책으로 묶었다  

인문학커뮤니티 ‘비평고원’이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9876) 개설 10년을 맞아 <비평고원 10>(도서출판 b)을 냈다. 그간 카페에 오른 2만여개의 게시글을 추리고 엮은 문집이다. 문학·예술·철학에서 축적한 담론이 원고지 1072쪽의 방대한 분량에 오롯이 담겼다.  

비평고원은 2000년 4월28일 ‘쿤데라와 고진의 고원’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수준 높은 비평 글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문학 관심자들의 방문이 늘어났고, 비평 대상도 다양해졌다. 2004년 지금 이름으로 바꿨다. 6월 말 현재 회원 수는 1만394명, 개설 기간에 비하면 많지 않은 수인데도 대중지성의 근거지로 주목받았다. 회사원·대학(원)생·농부·자영업자 같은 학생·생활인들이 학력 같은 배경이 아니라 필명만 내걸고 비평을 올렸다. ‘주례사 비평’ ‘인사치레성 댓글’ 없이 날것의 글쓰기 대결을 벌였다. 몇몇 ‘고수’들은 번역서의 오류를 찾아 공개 비판했다. ‘번역 논쟁’은 비평고원의 내공을 제도권 지식 사회에 알린 사건이었다.

비평고원은 까다로운 운영 원칙을 고수한다. 학연·지연·유명세를 배제한다. “개인 친분 강화는 불필요한 인간 관계에 휘말리게 한다”며 오프라인 모임을 가능한 한 갖지 않고 있다. ‘책이라는 상품’을 소개하는 서평보다 ‘책이 다루는 문제’에 관한 비평 쓰기를 정체성으로 삼았다.

운영자 ‘소조’가 머리말에 쓴 말은 비평고원의 현재 의지, 미래 전망, 자부심을 잘 나타낸다. “고상하게 보이는 인문학계가 실은 학벌과 친분, 예의에 의해 작동되는 곳이라면, 가진 게 별로 없는 이들이 모인 비평고원은 너저분한 계급장, 훈장을 모두 떼고 오로지 사유의 진지함과 핵심에 육박하는 날카로움(집요함)만으로 유지되는 장소입니다. 한국 지성계가 환관들에 의해 유지되는 국가기구의 하나라면, 비평고원은 오로지 자신의 무공에 의지하여 ‘의(義)’를 행하는 강호 또는 무림입니다.”(김종목기자) 

10. 06. 30. 

P.S. 찾아보니 2000년 9월 16일에 내가 적은 카페 가입인사는 이렇다. 당시엔 카페명이 '쿤데라와 고진의 고원'이었고, 주인장의 닉네임이 '쿤데라'였다. 2000년이라, '로쟈'는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대학과 학원의 강사로 뛰던, 결혼 1년차 '백수'였더랬다. '알라디너'로서는 2개월차쯤?..

안녕하십니까? 운영자님의 강권에 못이겨 가입인사를 몇 자 적습니다. 저는 쿤데라의 팬이고 고진의 책도 절반은 읽어 보았으니까 이 카페의 회원이 될 만한 자격은 있는 듯하여 주저없이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제자 둘러본 카페들 중에서는 그 중 수준이 높은 듯하여(kundera님의 열성과 부지런함이 인상적입니다!) 반갑기도 하구요. 하지만 아직은 쿤데라'와 '고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갈피가 잡히지는 않습니다. 많은 지도편달 있으시길...  또 '고원'이라, 이건 들뢰즈의 용어를 가져온 듯한데, 하여간에 지적 열정이 넘치는 듯하여 보기에 좋습니다. 내용도 탄탄해 보이는데,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가겠죠? 저는 러시아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대철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데리다나 레비나스 같은 저자들을 좋아합니다. 관심에 비한다면 읽은 건 별로 없지만, 능력이 닿는 한도 내에서 저도 글을 올리기로 하지요. 아무튼 만나게 되서 거듭 반갑습니다. 그리고 감기들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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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스토예프스키를 싫어한 작가들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6-30 21:01 
    <비평고원 10>(도서출판b, 2010)이 출간된 김에 카페 비평고원에서의 활동 초창기에 로쟈가 어떤 글을 올려놓았었나 궁금해서 찾아봤다. 주로 댓글들이 많았는데, 마침 '도스토예프스키를 싫어한 작가들'이란 테마로 주인장(쿤데라님)과 논쟁을 벌인 게 있어서 옮겨놓는다. 댓글답지 않게 길게 쓴 대목도 있다. '마침'이라고 적은 건 안 그래도 도스토예프스키 강의 자료를 만들려던 참이기 때문이다. <비평고원 10&g
  2. 정보의 바다에 쌓아올린 인문학 성채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7-06 09:36 
    '비평고원'과 <비평고원>(도서출판b, 2010) 관련기사를 하나 더 옮겨놓는다. 지난 주중에 나도 기자의 전화인터뷰에 응한 기사다. 개인적으론 자체 평가와 의의, 한계 등을 짚는 기사를 나도 쓰기로 해서 참고가 된다.     한국일보(10. 07. 06) 정보의 바다에 쌓아올린 인문학 성채  2000년 4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쿤데라와고진의 고원'이라는 이름의 인문학 카페가 개설
 
 
비로그인 2010-06-30 20:13   좋아요 0 | URL
"한국 지성계가 환관들에 의해 유지되는 국가기구의 하나"라는 기사의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여기서 환관이라 함은 스스로 재생산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걸 꼬집는 거겠죠? 다른 쪽으로 상상하면 안 되겠죠?

그나저나 강호의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군요.
음, 갑자기 주먹이 불끈 쥐어지네요^^

로쟈 2010-06-30 21:40   좋아요 0 | URL
'강호'란 수사는 수명이 꽤 길어요.^^

Kitty 2010-06-30 22:16   좋아요 0 | URL
여기 운영자님이 한국 문학 비평한 조영일씨 맞죠?
가끔 가서 글 읽어보고는 하는데 책으로 나왔군요. 담아갑니다 ^^

로쟈 2010-07-01 00:01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이젠 비밀도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