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얘기가 나온 김에 오래전에 쓴 자작시를 한 편 옮겨놓는다. 공장에 대한 기억은 오지 않을 미래처럼 아득하고 아련했다. 꽃나무 공장들, 그런 얘기를 써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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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공장들이 보인다
꽃나무에 꽃이 핀다
동정 없는 세상에 굴뚝같은 마음으로 꽃이 핀다
공장들, 멀리 공장들이 보인다 그것들은 단단한 벽돌로 세워졌다
낮에도 밤에도 공장으로 가는 길은 복잡하다 공장으로 가는 길은 막다른
골목이다 비둘기들은 한쪽 눈을 가리고 공장으로 간다
한때는 나도 공장에 가고 싶었다
꽃잎이 눈처럼 쌓인다 폐차장에 버려지는 낡은 타이어처럼
꽃잎이 눈처럼 쌓인다 주인 없는 사진 속 시간의 먼지처럼
공장들, 멀리 공장들이 보인다 연기에 가려 희끄무레하다
아버지는 내게 기름때 묻은 행복을 가르쳤다 너는 물위에 뜬 기름이다 너는
이 세상 아름다운 빛이다 나는 구역질이 났다
그후 간간이 내겐 희끄무레한 일들이 일어났다
공장들, 멀리 공장들이 보인다 어렴풋이 공장들만 보인다
아름드리 벚꽃나무 아래에서 네모 반듯하게 나는 반생을 살았다
이젠 고백한다 곧게 뻗은 전깃줄만 보면 나는 자꾸 매달리고 싶어진다
그때마다 감정의 소켓에서 전구를 갈아끼운다
한때는 나도 공장에 가고 싶었다……
꽃나무에 꽃이 핀다 굴뚝같은 마음으로 꽃이 핀다
낮에도 밤에도 공장으로 가는 길은 복잡하다 공장으로 가는 마음은
막다른 마음이다 비둘기들은 오늘도 절뚝거리며 공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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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