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과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무슨 관계가 있나 싶겠지만, 최근에 나온 <다윈 평전>(뿌리와이파리, 2009)과 <다락방의 미친 여자>(이후, 2009)의 압도적인 분량 때문에 같이 묶게 됐다. <다윈>이 1295쪽이고, <다락방>이 1076쪽이다. 액면가로는 각각 5만원과 4만8천원. 두 권 다 두 명의 저자가 썼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인데, <다윈 평전>을 쓴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는 당연히 내겐 생소한 이름들이지만,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공저자 산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페미니즘 문학을 다루는 모든 이론서에서 언급되는 저명한 학자들이다(물론 더 유명한 건 <다락방의 미친 여자>라는 저서명이다). 아무려나 같은 시기에 나온 두 묵직한 저작을 기념하여 간단한 책소개를 옮겨놓는다. <다윈 평전>의 경우엔 소개기사이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출판사의 소개글이다.  

경향신문(09. 11. 20) 다윈은 20년 동안 진화론을 숨겼다

“악마의 사제가 아니면 누가, 이런 꼴사납고 소모적이며 실수를 연발하는, 저속하고 끔찍할 정도로 잔혹한 자연의 소행들에 대한 책을 쓸 수 있겠는가.”(<종의 기원> 집필을 시작할 무렵인 1856년에 찰스 다윈이 쓴 글, <다윈 평전>에서 인용)

2009년은 진화론으로 인류의 생명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찰스 다윈(1809~82)의 탄생 200주년이다. 또 오는 22일은 자연선택설이라는 진화론의 핵심 주장을 담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이 첫 출간된 지 150주년 되는 날이다. 한국엔 24일이 출간일로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는데 <종의 기원>을 펴낸 출판업자 머레이는 판매를 시작한 22일 모든 책이 팔렸다는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영국에선 22일이 <종의 기원> 출간일로 공인받고 있다.

국내 출판계는 ‘다윈의 해’를 맞아 다윈과 진화론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한 책들을 쏟아냈다. 교보문고와 인터넷 서점 YES24에 따르면 올해 다윈 혹은 진화론을 키워드로 발간된 신간들은 어린이·청소년 대상을 제외하고도 20종이 넘는다. 판매량도 과거에 비해 대폭 늘었다. 다윈과 진화론, 다윈 이론의 현대적 변용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여러 개의 창이 마련된 셈이다.

다윈 관련 책의 결정판은 최근 출간된 <다윈 평전>(뿌리와이파리·사진)이다. 135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은 영국의 과학사가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가 공동 집필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다윈의 삶을 시간 순서로 조명한 평전은 ‘고뇌하는 진화론자의 초상’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젊은 시절 성직자가 되려 했으나 유물론자가 돼버린 다윈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윈은 서른살 무렵 창조설을 깡그리 뒤엎는 진화의 비밀을 깨우쳤지만 비밀 공책에 적어뒀을 뿐 20년 동안 묻어뒀다. 실제로 다윈은 과학계의 주류가 활동하는 런던을 피해 시골에 칩거했음에도, 자신이 발견한 진화론의 함의들을 고심한 탓에 평생을 편두통과 구토에 시달려야 했고 두려움 때문에 몸져 눕기도 했다는 것이다. 다윈은 ‘종이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지인에게 털어놓으면서 “이것은 살인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데스먼드·무어의 <다윈 평전>과 함께 다윈 전기의 쌍벽을 이루는 것이 자넷 브라운의 책이다. 브라운은 비글호를 타고 다윈이 세계일주를 하는 시기를 앞뒤로 나눠 2권으로 다윈 전기를 묶었는데, 다윈이 진화론을 발견하고 사회에 발표하는 후반부 책이 김영사에서 12월 중 나올 예정이다. 브라운의 다윈 전기는 천재적인 자연사학자로서의 면모보다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산물로써의 다윈, 즉 혁명을 바라던 지식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다윈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데스먼드·무어의 <다윈 평전>과 차별성을 보인다. 최근 출간된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피터 매시니스|부키) 역시 다윈 자체보다는 <종의 기원>이 발간되던 1859년 언저리의 사회상과 과학·기술적 발견들을 조명하고 있어 다윈을 이해하기 위한 간접 자료로 가치가 있다. 



지난 1월 출간된 <다윈 이후: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말하다>(사이언스 북스)는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다윈주의의 쌍벽을 이루며 논쟁을 벌인 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으로 주목받는다. 굴드는 77년 처음 출간된 이 책에서 다윈의 사상이 어떻게 왜곡·확산됐으며,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하고 진화론을 남용해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불러온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했다. 



국내 저자의 책으로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비롯한 19명의 연구자가 철학·법학·심리학·정치학·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다윈 사상이 끼친 영향을 고찰한 <21세기 다윈 혁명>(사이언스 북스)이 호평을 받고 있다. 최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과 함께 ‘다윈포럼’을 만들어 활동 중인데 <종의 기원> <인간의 유래>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등 다윈의 대표 저서도 새롭게 번역하고 있다.

생물학자이자 과학도서 평론가인 김명남씨는 “일반인들은 진화론을 이미 완성된 이론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유전학 발전에 따라 진화론도 생동감 있게 발전하면서 경제학·심리학 등 영향력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김재중기자) 

  

|페미니즘 비평의 기념비적 연구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
산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가 인디애나 대학에서 우연히 만나 『다락방의 미친 여자』 초안이 될 여성 문학에 대한 강의를 구상할 때까지만 해도 여성 작가들을 다루는 문학 수업은 대학 내에서 완전히 낯선 주제였다. 청교도적이면서 남성적인 학풍이 지배하던 대학에서 두 저자는 제인 오스틴, 살롯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그리고 조지 엘리엇 등 19세기를 수놓았던 여성 작가들을 강의실로 불러낸다. 그리고 이들 여성 작가들의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감금과 탈출의 이미지, 거식증이나 광장공포증, 폐소공포증 같은 질병의 은유들에 주목한다.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이러한 분열적인 이미지들이 남성 문학과는 매우 다르게 형성돼 온 여성 문학 전통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텍스트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여성 작가들이 직면했던 당대의 현실과 문학적 풍토를 두루 고찰하는 가운데 문학사를 여성의 입장에서 새롭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힌다. 그 연구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페미니즘 인식의 지평을 영문학, 더 나아가 인문학에 성공적으로 주입시킨 페미니즘 비평사의 산증인이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넘어서|
두 사람이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출간할 무렵, 페미니즘 비평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산드라 길버트가 서문에서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자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고 반짝였다."고 표현한 그 순간, 즉 문학사를 여성의 입장에서 새롭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수전 구바와 함께 흥분했던 그 순간은 페미니즘 비평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19세기 여성 문학가들이 남긴 광범위한 유산을 여성 작가들의 미학적 반항성이라는 주제로 훌륭하게 갈무리하고 있는 이 책은 케이트 밀렛의 『성性 정치학』과 함께 페미니즘의 정치적 열망을 문학 비평으로까지 성공적으로 확장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영미 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넘어서야 할 거대한 산이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작이다. 또한 여성 작가들의 문학적 상상력을 환상적인 어조로 밀도 있게 다루는 두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원서로 700쪽, 번역서로 1,000쪽에 이르는 이 책이 결코 두껍게 느껴지지 않는다. 번역 과정에서 옮긴이의 꼼꼼한 주석을 추가했으며, 2000년 개정판 서문을 통해 두 저자가 자신들의 작업 과정을 흥미롭게 펼쳐 보이고 있다.  

|차 례|

1부 페미니스트 시학을 향하여
1장 여왕의 거울-여성의 창조성, 남성이 갖는 여성의 이미지와 문화적 부권의 메타포
2장 전염된 문장-여성 작가가 된다는 것의 불안
3장 동굴의 우화

2부 허구의 집안에서-제인 오스틴의 가능성의 거주인들
4장 산문 속에서 입 다물기-오스틴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젠더와 장르
5장 제인 오스틴 뒤에 숨겨진 이야기-그리고 그것의 내밀한 중개인들

3부 우리는 어떻게 타락했는가?-밀턴의 딸들
6장 밀턴의 악령-가부장적인 시와 여성 독자들
7장 공포의 쌍둥이-메리 셸리의 괴물 같은 이브
8장 반대로 바라보기-에밀리 브론테의 지옥의 바이블

4부 샬롯 브론테의 기괴한 자아
9장 내밀한 내면의 상처-『교수』의 학생
10장 자아와 영혼의 대화-평범한 제인의 여정
11장 굶주림의 기원
12장 루시 스노우의 매장된 삶

5부 조지 엘리엇의 소설에 나타난 감금과 의식
13장 상실감이 빚은 예민함-조지 엘리엇의 숨겨진 비전
14장 파괴의 천사, 조지 엘리엇

6부 고통의 힘
15장 체념의 미학
16장 하얀 여자-에밀리 디킨슨의 진주 실  

0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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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찰스 다윈을 만나다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9-04 10:35 
    이번주 출간도서 가운데 분량으로 가장 압도적인 책은 재닌 브라운의 <찰스 다윈 평전>(김영사, 2010)이다. 탄생 200주년이었던 작년에 이미 예고된 책인데, 출간이 약간 늦어졌다(하긴 <종의 기원> 새 번역본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무튼 에이드리언 데스먼드 등이 쓴 <다윈 평전>(뿌리와이파리, 2009)과 다윈에 관한 전기 중에서 단연 독보적이라 한다(사실 2000쪽이 넘는 분량 자체가 독자를 압
 
 
펠릭스 2009-11-20 06:27   좋아요 0 | URL
'종의 기원'에서의 '선택'(and'변이')과 '소크라테스'의 '선택(참,거짓)'은 육체와 정신 진화(다양화)의 원동력같지만 '다윈'이 진화의 실례로 왜 동물만 예로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로쟈 2009-11-20 09:27   좋아요 0 | URL
<인간의 유래>는 따로 쓰니까요...

펠릭스 2009-11-20 13:42   좋아요 0 | URL
예,,'종의 기원'발표 12년후에 썼군요. 그리고 보면 '다윈'은
대단한 확신과 용기있는 학자군요. '소크라테스'도 그렇구요.
현대의 일부 지식인들은 권력의 지짓대를 역할을 하는데요.

수유 2009-11-20 08:49   좋아요 0 | URL
다락방의 미친여자 1076쪽.. 그래도 사야겠죠. 읽어야 띄엄띄엄.

로쟈 2009-11-20 09:26   좋아요 0 | URL
각 부별로 따로 읽으면 되니까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9:21   좋아요 0 | URL
다락방의 미친여자의 쪽수는 저를 좌절시키지만..
도전!!!

로쟈 2009-11-20 09:27   좋아요 0 | URL
좌절까지는 아니고, 들고 다니기 불편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