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학자이자 미술평론가 아서 단토의 <일상적인 것의 변용>(한길사, 2008)이 '한길 그레이트북스'의 100번째 책으로 출간됐다고 하여 관련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알라딘에는 책도 아직 입고가 되지 않은 듯하다). 대신에 우연히 읽게 된 기사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아내로서 몇 권의 책을 공저하기도 한 앤 드루얀의 방한 소식이다. 이번에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사이언스북스, 2008)가 재출간된 것도 방한의 한 계기라고 한다(잊혀진 책이 다시 나온 것!). 예전에 나온 초판 번역본도 생각이 나기에 겸사겸사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뉴시스(08. 05. 07)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한글로 읽는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겸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자 앤 드루얀(59·사진)이 왔다. 8일까지 계속되는 ‘서울디지털포럼 2008’에 참석한다. 드루얀은 스타 천체과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부인이다.‘코스모스’시리즈를 비롯해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남편과 함께 썼다.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영화 ‘콘택트’의 시나리오도 그녀의 작품이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한국어판을 낸 드루얀은 7일 “칼 세이건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책이었다. 과학적인 부분은 대부분 칼이 썼고 역사라든지 문체에는 내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따지고 보면 사실 50대 50 정도로 기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오랫동안 종교와 철학의 영역에 숨어있던 의문들을 우주론과 진화론적 관점으로 파헤친다.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올라가 인류가 어떻게 현재까지 오게 됐는지, 인류의 공격성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살펴본다.



천문학 관련서를 많이 집필한 부부가 인류의 진화사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이렇다.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과 위기 상황, 인류 문명이 멸망할 가능성을 느끼면서 현재 우리 문명이 갖고 있는 문제를 인류의 기원, 생명의 기원으로 돌아가 살펴보고 싶었다.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는 생물 종에 대해, 우리의 진화적 역사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인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고 싶었고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들여다보고자 했다. 진화의 역사에서 보면 인류는 분명 우리 조상들의 폭력성을 물려받았지만 동시에 서로 돕고 평등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희망적인 전망을 얻을 수 있었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1992년에 나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도 특별히 고칠 구석은 없다고 자부했다. “이 책처럼 ‘코스모스’도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 씌어졌다. 하지만 ‘코스모스’다큐멘터리는 수정도 없이 텔레비전 황금시간대에 편성돼 인기를 끌었고 여전히 인기 있다. 마찬가지로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과학 정신, 과학적 입장은 거의 수정되지 않았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읽을 때 신경써야 할 점도 귀띔했다. “폭력성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진화의 산물이라는 측면에서 다뤘다. 우리가 가진 지금 모습이 진화를 통해 나온 최고의 결과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런 신비를 가져온 우주와 자연에 감사하기를 바란다.”

그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명품으로 책을 지목했다. 자녀와 함께 독서하는 것은 단순 지식 전달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지식을 경험케 하는 최고의 교육방법은 책읽기”라고 확언했다.(강경지기자)

08. 05. 07.

P.S.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예전에 <잃어버린 조상의 그림자>(고려원, 1995)란 제목으로 출간됐었다. '칼 세이건과 함께 떠나는 인류사 탐험'이 부제였고 500쪽 가량의 분량. 새로 나온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700쪽 분량이다. 저자가 특별히 고칠 구석이 없다고 자부하는 책이므로 개정판을 옮긴 건 아닐 테고 그냥 국역본 편집상의 차이가 200쪽 분량의 차이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어디 박스에나 들어가 있을 책이니 내게는 소장도서의 의미가 전혀 없고, 필요하다면 도서관에서나 빌려볼 수 있겠다. 칼 세이건이 가장 좋아했던 책이라고 하니 왠지 다시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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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파벨 2008-05-08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여전히 예쁜 할머니로 늙어가는군요.
안그래도 이 분이 방한한다는 얘기를 출판사 편집장님께 듣고...
이 할머님 보고 싶어서 서울 디지털 포럼 참가 신청하고픈 마음도 있었는데..
언젠가 책이나 읽어보는걸로 대신해야겠어요.
칼세이건 전기를 읽었는데...
앤 드루이언은 완벽한 여성으로 그려지더군요. 멀쩡한 가정을 깨고 자기 애인과 칼의 둘째 부인 린다에게 피눈물낸것만 빼고는...

로쟈 2008-05-08 11:43   좋아요 0 | URL
정념은 피눈물보다 진한가 봅니다...

qualia 2008-05-0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 세이건(Carl Sagan)을 매우 존경합니다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두 번씩이나 조강지처를 미련없이 버리고 새 애인과 새장가를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앤 드루얀(Ann Druyan)과는 피비에스(PBS) 텔레비전 연속물 《코스모스 Cosmos: A Personal Voyage》 13부 작을 같이 만들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고 하죠?

첫 부인 린 마걸리스(Lynn Margulis, 린 마굴리스)과 둘째 부인 린다 솔즈먼(Linda Salzman, 린다 살츠먼)도 정말 지적이고 아름다우시던데요. 셋째 부인이셨던 앤 드루얀 여사님도 정말 지적이고 아름다우십니다. 칼 세이건은 세 분을 모두 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토록 사랑했으니 결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혼하자니 이혼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토록 사랑했던 조강지처를 새 애인 때문에 거침없이 버리다니... 도무지 이해를...

사랑은 배신인가 봅니다.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선 또 한 사람을 배신해야만 하니까요.

로쟈 2008-05-08 17:54   좋아요 0 | URL
공감하거나 동의하기 어려울지는 모르지만 지극히 이해 잘 되는 일 같은데요...

2008-05-08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08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09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술 2008-05-0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소리 하면 미친놈 취급받을 수도 있지만 다부다처제가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쟈 2008-05-08 22:20   좋아요 0 | URL
'가능한' 해답은 아니네요.^^

심술 2008-05-08 22:48   좋아요 0 | URL
일부는 이미 하고 있죠.^^
광마일기에 실린 '겉궁합 속궁합' 같은 작품도 이미 90년에 나왔었구요.
언젠가 알라딘에서 노닥거리다가 1950년대 쯤인가에 영국에서 이부일처로 산 사람들이 있다는 얘길 읽었는데 그 글 다시 찾아보려고 검색했지만 도저히 못 찾겠네요. 세 사람 가운데 하나가 꽤 이름난 작가였다는 기억은 나는데 누구 얘긴지 로쟈님 혹시 아십니까? 마태우스님 페이퍼였던 거 같기도 한데 마태님께 여쭤보니 자기가 그런 글을 썼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대요.

로쟈 2008-05-09 11:06   좋아요 0 | URL
'법적으로' 다부다처제가 존재한 적이 있던가요? 실제적인 난교와는 별개의 문제로...

심술 2008-05-09 18:42   좋아요 0 | URL
법적으로 다부다처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5-0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녀시대의 노래 kissing you같은 사랑이 좋아요.
어유...한 사람 비위 맞추기도 힘든데 어떻게 여러 사람을 데리고 산대요?

로쟈 2008-05-09 11:07   좋아요 0 | URL
동시에는 힘들겠지만, 시간차를 두면 가능하겠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05-0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되면 그 긴 세월을 한 사람하고만 산다는 것도 문제겠네요.

로쟈 2008-05-10 11:15   좋아요 0 | URL
왜 다들 처음엔 '영원히 사랑하겠노라' 맹세하잖아요.^^

노이에자이트 2008-05-10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너무 냉소적인 것도 좀 거시기하죠.
한동안 조용하던 전여옥 의원이 칼 세이건을 인용했는데...지금 광우병 괴담이나 촛불시위를 보면 칼 세이건이 말하는 거짓과학이라는 악령을 믿는 이들 같다고...전 의원 특유의 악의적 인용이네요.

로쟈 2008-05-11 11:19   좋아요 0 | URL
거짓과학이라는 악령이 아니라 유사정치라는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죠...

김상호 2008-05-1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핑커의 새 책 보니 흥미로운 문구가 있더라구요. 일부일처제를 정면으로 독점시장으로 보는 식이었어요. 물론 일부일처제 자체가 남자들에게 오히려 유리한 제도이긴 하지만..대놓고 일부일처제를 까던데요. 제 전공 내지 직업과 관련있어서 더 흥미가 갔어요. 만일 그런식이었다면 세 여자가 칼 세이건을 공유했겠죠. 흐

로쟈 2008-05-11 22:29   좋아요 0 | URL
새 책이 또 나왔나요? 아니면 영어본 말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