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치는 이야기인데, 작년 12월에 창간된 한 비평저널의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지젝과 가라타니 고진 등의 책을 내고 있는 도서출판b 에서 창간한 <악트>가 그것이고, 찾아보니 알라딘에도 뜨긴 뜬다. 필진의 다수는 나도 참여하고 있는 다음카페 '비평고원'의 멤버들이다. 표제는 'Art', 'Critique', 'Theory'의 앞글자를 딴 것이기도 하지만 지젝과 정신분석에서의 키워드이기도 하다(지젝에 관한 글이 많은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실험적인' 잡지이기에 대중성은 고려되고 있지 않지만 뭔가 '악트'한 비평세계가 개척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컬처뉴스(07. 12. 11) "기존에 없던 저널을 만들겠다"

예술과 비평, 이론을 망라하는 비평저널 『Act』(악트) 창간호가 출간됐다. 『Act』는 'Art', 'Critique', 'Theory'의 첫 글자를 딴 비평저널로, 현대예술, 문학비평, 번역, 리뷰 등 장르에 상관 없이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며, 실험적인 ‘젊은 글’들이 실려 있다.

창간호가 나오기까지는 인문학을 전문적으로 출판하고 있는 ‘도서출판 b’, 현대철학 세미나팀 ‘난곡연구소’, 인터넷 비평 공간 ‘비평고원’, 실험성이 강한 예술가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갤러리 정미소’의 협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성민 난곡연구소 기획위원은 “기존에 읽어본 적 없는 비평저널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악트’는 예술과 이론, 비평이 진정한 의미에서 서로를 지지해 주는 저널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이성민 기획위원은 “이름 그대로 ‘악트’에는 세가지 주제가 장르에 상관없이 실릴 예정이지만 현실적으로 음악비평 등은 필자를 구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당분간은 문학과 미술, 영화 등이 주를 이룰 것”이라면서, “잠재적 필자 속에는 정치학이나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창간호에는 조영일 문학평론가의 「황석영과 가리타니 고진’(입답 대 비평)」, 회사원이자 ‘비평고원’에서 활동중인 김도영의 「최소차이의 미장센을 위한 배경 설정하기」, 미국 남가주대 시네마틱아트 박사 과정에 재학중인 박제철의 「(예술-비평을 가지고)무엇을 할 것이나? : 욕망의 레닌주의적 재발명」 등이 실려있으며, 「아티스트와의 만남」에서는 미술작가 오용석과 김소연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조금은 어렵게 읽히기도 하는 박제철의 글은 맑스의 잉여가치 개념과 라캉의 잉여향유 개념, 지젝의 ‘최소차이’ 혹은 ‘시차’ 개념 등을 연동시킨 선언적 성격이 강한 글이다. 그는 이러한 몇 가지 이론을 돌파함으로써 이론-실천적 유효성을 해명하고 거기에 역사적 계기를 할당하는 시도를 보여줌과 동시에 ‘잉여가치를 넘어서’라고 표현해볼 수 있을 실천적 테제를 제시한다.

김도영의 글은 리뷰하기 어렵기로 손꼽히는 슬라보예 지젝의 『죽은 신을 위하여』(김정아 역, 길, 2007)를 이야기하면서, 이 저작에서도 볼 수 있는 “변증법적 역설을 자신이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정교하게 다듬고 적재적소에 변주할 수 있는 탁월한” 지젝의 능력을 높이 평했다. 이 글과 더불어 최근 한 블로그에 실렸던 영화 <300>을 다룬 지젝의 글 「진정한 헐리우드의 좌파」도 함께 실려있다(*내가 정리해놓은 건 http://blog.aladin.co.kr/mramor/1475998 참조).

한편 창간호에서 유일하게 컬러도판이 실린 ‘아티스트와의 만남’에는 간단한 작가 소개 외에 어떠한 텍스트도 없이 소수적인 것에서부터 역겨운 것을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는 오용석 작가와 현대성의 불안, 현대자본주의의 구조 등을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들로 구현하고 있는 김소연 작가의 작품이 실려있다.

김소연 작가는 “보통 미술잡지에서는 내 작품 자체가 아닌 내 작품을 텍스트로 한 비평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내 작품을 접하는 이들의 시각이 좁아질 수 있는 데 반해 ‘악트’에서는 작품 자체가 그대로 실려있어 보는 사람 마음대로 읽힐 여지가 있어 좋다”고 전했다. 비평저널 『Act』는 앞으로 연 2회로 출간될 예정이며, 책은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태윤미기자)

08. 0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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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01-2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한국판 'Lacanian Ink'의 탄생 같은 느낌을 주는 잡지로군요. 얼마 전 무용평론가 김남수 선생의 글을 통해 알게 된 잡지인데, 로쟈님도 소개를 해주시니,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로쟈 2008-01-27 21:03   좋아요 0 | URL
은근히 그런 걸 겨냥했을 수도 있지만 라캉주의에 편향된 잡지는 아니구요.^^

2008-01-27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8-01-27 21:03   좋아요 0 | URL
이래저래 독자들을 겨냥한 책은 아니지요.^^;

비로그인 2008-01-2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계신곳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신촌 '글벗서점'이라는 책방에 갔더니, 다른 이들 손을 거친 러시아어 원서들이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더군요. 저야 노어에는 까막눈이라 어떤 책이 있는지 전혀 모르지만, 혹 필요하신 책이 있을까 해서 알려드립니다.
헌책방이고, 오전 11시 경 부터 자정까지 문을 엽니다. 홍대입구역 2번출구에서 내려 신촌역 방향으로 죽 길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으로 크게 책방이 보인답니다 :)
혹 들를 일 생기거든 필요한 책 발견하시길 바래요.

로쟈 2008-01-28 00:01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전공 공부를 그만두는 분들이 처분하는 책들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