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난민'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얘기다. 기사를 읽어보니 어쩌면 우리도 곧 그런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소위 '대학원 육성'이니 '대학원 중심 대학'이니 하는 구호들의 공허한 귀결이 '박사 난민'들의 '박사 알바' 아닐까? 남의 일 같지 않은 노릇이다.

한겨레(07. 12. 04) 일본 ‘박사 난민’ 사회문제로 편의점·술집 ‘박사 알바’ 수두룩

일본에서 ‘박사 난민’이 넘쳐나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대학원에서 어렵게 공부해 박사학위를 따고도 일정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시간강사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는 이른바 ‘프리터 박사’가 전국적으로 1만2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10월20일 출판된 <고학력 워킹푸어-‘프리터 생산공장’으로서의 대학원>(저자 미즈키 쇼도)은 발매 두 달도 못돼 5만5천부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박사 난민의 실태를 드러내는 기폭제가 됐다.

2004년 규슈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리츠메이칸대학 연구원 겸 시간강사’인 저자 미즈키(40)도 1년 계약이 끝나는 내년 봄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신분이다. 그는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독신이어서 겨우 먹고 살수 있는 정도이다”며 “그나마 시간강사라는 직업이 있으니까 상당히 나은 편이다”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가 알고 있는 한 여성 박사(33)는 대학 시간강사 외에도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 월 15만엔을 벌어 생활비로 충당하고 있다. 선술집 알바나 학원강사를 겹치기로 뛰면서 ‘파친코 프로’가 된 박사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박사과정 수료자는 과거 최다인 1만5966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사망·소재불명자’가 9.2%인 1471명에 이른다는 놀라운 통계결과도 있다. 미즈키는 “우수했던 여성 친구는 어느날 갑자기 연구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 지 담당교수도 알지 못한다. 그런 사람을 몇 명이나 알고 있다. 심신에 어딘가 병이 든 사람이 많다. 집안에 틀어박힌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박사 1인당을 키우는 데 1억~1억5천만엔의 비싼 국비가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본인이나 국가나 막대한 손실이다.

박사난민 양산에는 무계획적인 대학원 중점화 정책이 있다는 지적이다. 1991년 당시 문부성이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연구의 진척’으로서 대학원 강화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도쿄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지 않은 학생이나 미취업으로 고민하는 학생에게 앞다투어 적극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권했다.

1985년 약 7만명이었던 대학원생이 단 20년여만에 두 배가 넘는 16만명으로 부풀어 올랐다. 일본 대학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대학진학자 감소를 대학원 진학 증가로 만회한 셈이다. 문부과학성은 넘쳐나는 박사 대책으로 박사학위 취득 이후 대학 등 연구기관에 3~5년간 적을 두고 장려금 등을 받는 ‘포스트 닥터’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도 올해 1만5천명이 넘을 정도로 포화상태이다.(도쿄/김도형 특파원)

07. 12. 04.

P.S. 이공계는 사정이 다른가? 대학원 육성/강화로 고급 두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칼럼도 옮겨놓는다.

매일경제(07. 12. 04) 인재강국으로 가는 길

한국은 고급 두뇌 확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18세 이상 인구 대비 이공계 박사 비중은 유럽연합(EU) 주요 국가가 0.6%인데, 한국은 0.4%에 불과하다. 바이오, 나노 등 미래 유망 산업을 주도할 이학박사 배출 수는 미국에 비해 7%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한국 대학에서 이공계 박사가 100명 나올 때 미국 대학에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수가 27.3명이다. 일본 독일 등이 한두 명인 것에 비하면 너무 많은 수다. 그나마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아 고급 두뇌의 외국 유출은 엄청나다. 외국인 근로자 중 전문 인력 비중은 7.6%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 30~40%와 비교할 때 고급 두뇌의 국내 유치는 형편없다.

한국의 고급 두뇌 문제는 정부와 대학의 공급자 주도 정책에 주로 기인한다.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범용 인재 중심의 양산 정책에만 매달리면서 대학의 질적 경쟁력은 약화되었고, 이공계 인력의 시장 가치 저하, 고급 두뇌 이탈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이공계 인력의 잠재적 풀(Pool)도 충분해 적절한 유인책과 대학의 질적 경쟁력만 확보되면 고급 두뇌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첫째, 세계적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연구중심대학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일찍부터 대학원을 고급 두뇌 산실로 인식한 선진국은 대학원 위주의 연구중심대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대학 중 5%인 연구중심대학이 정부지원 연구비 90% 정도를 가져가고, 과학기술 분야 박사 90% 이상을 배출한다. 특히 최고 교수 확보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세계적 교수 한 명은 탁월한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것 외에도 고급 두뇌를 끌어 모으는 집적지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공계 교육 품질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중ㆍ고교 과정 수학ㆍ과학 교육이 시원찮아 대학에서 애를 먹고 있다. 대학의 학부 전공 교육도 부실하여 대학원에서 하는 연구를 따라잡기가 어렵다. 미국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수학ㆍ과학 교육에 대한 로드맵을 새로 짜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도 서둘러야 한다.

셋째, 잠재적 고급 두뇌들에게 다양한 진로 기회와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미래는 과학기술 기반 사회이기 때문에 이공계 직업 분야 전망이 밝다. 미국은 2014년까지 10대 직업군 중 7개에서 이공계 인력이 핵심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들 직업 성장률은 26%로 평균 15%보다 훨씬 높다. 전통적인 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금융공학, U-비즈니스,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특허ㆍ표준 등 창조적 전문 직업 분야에서도 이공계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와 대학은 다양한 전문대학원 설립, 외국 우수대학과 프로그램 제휴 등을 통해 이공계 인력의 다양한 진로 선택을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 의학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미래 유망 산업은 의학과 관련된 것이 많다. 바이오, 의료기기, 신약 개발, 의료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 분야는 의학만으로 되지 않는다. 이학, 공학, 의학이 협업을 해야 한다. 인재가 의학계로 진출하는 것은 시장논리여서 어쩔 수 없다면 이제는 의학인력과 협업을 통해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다섯째, 이미 육성된 국내외 고급 두뇌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은 박사급 연구 인력 중 70% 정도가 대학에 편중돼 있다. 이들이 학교 바깥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역과 산업에 실제적인 기여를 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지역과 산업에 적합한 실용적 연구를, 기업은 연구 결과에 대한 상업화를, 지역은 이들에 대해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국내 고급 두뇌 부족분은 세계적 연구소와 연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네트워킹을 통해 보충하는 길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국외 R&D 거점 마련을 통해 현지 고급 두뇌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급 두뇌 확보는 정부와 대학만의 일이 아니다. 고급 두뇌를 필요로 하는 기업도 힘을 보태야 한다. 기업은 고급 두뇌 요건을 대학에 구체적으로 주문하고 재정을 비롯한 실제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총 고용 인력 중 16.8%에 불과한 과학 기술 인력 고용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30%로 끌어올리는 등 과학기술 인력 활용(고용)을 책임져 주어야 한다.(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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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그 2007-12-04 22:29   좋아요 0 | URL
저는 지난주에 대학원 합격하고서 세상 물정 모르고 좋아하고 있었네요... 어째 만만찮은 앞날을 예견하는 듯합니다.^^;

로쟈 2007-12-04 22:31   좋아요 0 | URL
ㅎㅎ 축하합니다. 축하할 일인가는 더 생각해봅시다.^^;

sweetmagic 2007-12-05 01:32   좋아요 0 | URL
박사난민 ㅋㅋㅋ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통감합니다.
심신의 어딘가에 병이 생긴다는 말에서는 ..........더 할말도 없습니다요.

로쟈 2007-12-05 08:37   좋아요 0 | URL
자살도 합니다.--;

순오기 2007-12-05 03:56   좋아요 0 | URL
우리도 곧 이렇게 될거라는 위기감이 확~ 느껴집니다.
박사난민보다 박사알바라는 말이 더 피부에 와 닿네요ㅠㅠ

로쟈 2007-12-05 08:37   좋아요 0 | URL
이미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일요일의마음 2007-12-05 11:01   좋아요 0 | URL
석사는 괜찮은거죠^^ 전 2학기까지 마쳐야 '중퇴'로 쳐준대서 버티고 있어요 ㅋ

로쟈 2007-12-06 00:12   좋아요 0 | URL
석사는 사정이 좀 낫겠습니다. 돈이 덜 들어갔으니...

비연 2007-12-05 13:46   좋아요 0 | URL
남의 일이 아니네요..흑흑.

로쟈 2007-12-06 00:13   좋아요 0 | URL
난민공동체라도 만들어야겠습니다.^^;

사량 2007-12-05 23:01   좋아요 0 | URL
저런 책이 '5만 5천부'나 팔리는 나라라면 별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정말 아무런 대책 없는 한국에 비하면...-_-;

로쟈 2007-12-06 00:14   좋아요 0 | URL
번역돼 나오면 박사들 호주머니깨나 털어먹겠습니다.--;

자꾸때리다 2007-12-06 12:08   좋아요 0 | URL
어딜가도 이런 소리는 있는 듯 하네요. 의사 선배들도 요즘에 학교 와서 단골 메뉴로 하는 말이 앞으로 의사 수가 '폭증'해서 먹고 살기 힘들 거라고 하던데요.

로쟈 2007-12-06 12:30   좋아요 0 | URL
사실 의사, 변호사야 이전에 너무 많이 '먹었던'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