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신작소설집이 나온 이후 '두 여자'가 왠지 같이 연상이 돼서 검색을 해보았지만 '조우'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신정아 사건'('사태'라는 표현도 언론에서는 쓰는군)과 관련하여 전문가 인터뷰를 딴다면 나는 단연코 작가 정이현씨를 찾는 수밖에 없다고 보는 쪽이다(그래서 이 사건에 대해서라면 강준만 칼럼보다도 더 기다려지는 것이 '정이현 칼럼'이다). 이른바 '내츄럴 본 쿨걸'들의 대변인이자 그네들의 심리에 가장 밝은 작가가 그녀말고 또 있을까? 신작소설집 <오늘의 거짓말>(문학과지성사, 2007) 관련기사와 함께 말 그대로 '오늘의 거짓말'로 며칠째 뜨고 있는 신정아 사건 관련기사를 나란히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7. 07. 16) 정이현 신작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2002년),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2006년) 등 2권의 책으로 한국문학의 신데렐라가 된 정이현씨(35). 서울에 사는 젊은 중산층 여성의 경쾌하고 도발적인 일상을 그린 칙 릿 풍의 소재를 일정한 문학적 경지로 끌어올리는 게 그의 소설의 강점이다.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는 평가에도 불구, 남녀노소를 끌어들이는 흡인력과 예리한 관찰력, 영민한 문체의 힘은 그가 녹록지 않은 재능과 노력의 소유자임을 보여준다.

신작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문학과지성사)은 그런 정씨의 작품세계를 좀더 안착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타인의 고독’(2004년 이효석문학상) ‘삼풍백화점’(2006년 현대문학상) 등 수상작 2편을 포함, 10편이 실린 이번 작품집에서 그는 “사회적으로 보장된 안정된 삶이 과연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인가란 물음을 기존의 여성의 성과 결혼이라는 범주를 넘어 보다 전방위적인 삶의 양태들에로 가져간다”(평론가 박혜경).



대도시의 일상이란 테두리는 남겨두면서도 그 시선은 아내에게 얹혀살면서 카드키나 잃어버리는 빙충맞은 남편(‘그 남자의 리허설’)에게로, 강북에 살면서 여고 졸업후 강남의 백화점에서 일하다가 붕괴사고로 죽은 판매원(‘삼풍백화점’)에게로, 서른일곱살에 이르는 삶이 버거워 스물다섯에 기억이 멈춰버린 철없는 노처녀(‘위험한 독신녀’)에게로 향한다.

2022년의 시점에서 2004년 벌어진 한 소녀의 자살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빛의 제국’)나 인터넷 쇼핑몰에 가짜 상품사용 후기를 올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이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고민하다가 그것이 자신이 후기를 올렸던 러닝머신임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오늘의 거짓말’)는 우리 사회가 거대한 거짓말로 구성된 모래탑임을 증언한다.

그러나 그런 거짓말은 사회만이 아니라 연인간에도, 가족간에도 있다. 과외가 금지됐던 1980년대 엄마는 불법 미제장수로 돈을 벌어 비밀과외를 시키고 과외선생은 운동권 학생이다.(‘비밀과외’) 강남 부유층 부모는 대학생 외아들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미성년자 여학생을 죽인 걸 덮어버린다.(‘어금니’) 남편이 자기 아파트에서 일어난 유아살해사건의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는 아내(‘어두워지기 전에’)나 자신의 남자친구인 안과의사가 여자환자의 항문사진을 찍었다는 정황이 포착되지만 알리바이를 만들어 비호하는 임상병리사(‘익명의 당신에게’)도 안온한 일상을 위해 진실을 애써 외면한다. 그래서 7년간 연애한 뒤 결혼해서 7개월을 살고 애지중지하던 애완견을 서로 떠미는 부부(‘타인의 고독’)처럼 관계를 두려워하는 현대인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정이현의 소설에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이에는 수많은 거짓과 긴장, 그로 인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그러나 스스로 하는 짓을 아는 게 그의 주인공들이다. 그것을 포착한 순간 그들은 질끈 눈을 감거나 또다른 환상으로 그것을 포장한다. 굳이 라캉식으로 말하자면 사회질서를 가리키는 상징계 이전의 실재를 보는 건 죽음이므로.

-이번 소설집이 이전 작품들과 달라진 점이라면.

“첫 소설집에서는 동시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1인칭으로 지금·여기를 그리면서도 역설적으로 내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 거리가 냉소적 시선을 만들었다. 이번 책은 내가 경험했던 과거, 70~90년대가 모두 현재에 들어와있다는 생각으로 썼다. 당대를 다루되 기억을 호출하는 방식을 사용했고 냉소보다는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거짓을 알고도 외면하는데.

모르고 지내는 것과 알고 덮은 것은 다르다. ‘어금니’의 마지막 문장(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을 좋아한다. 그런 상태라면 균열과 파국을 아슬아슬하게 막으면서 가더라도 어떤 시점에서는 바뀔 수 있는 것이다.”(한윤정기자)

조선일보(07. 07. 17) 뉴욕 간 신정아씨 공항서 기자들과 실랑이

가짜 예일대 박사학위 논란을 빚고 있는 동국대 신정아(여·35) 교수는 17일 오전 미국 뉴욕의 JFK공항에 도착, 기자들의 질문에 “논문 표절을 고졸 학력으로 내린 언론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가짜 박사학위 문제로 파문이 커지던 지난 12일 극비리에 프랑스에서 입국한 후 16일 오전 11시 대한항공 KE081편으로 출국했다. 이날 공항에서 청바지 차림의 신 교수는 흰색 모자를 눌러쓰고 공항 대합실을 빠져나가려다 기자들과 5분정도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신 교수의 가족 A씨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 교수는 미국 예일대에 가서 (박사학위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고, 변호사 등과 법적 대응책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신 교수가 캔자스주립대 학사학위와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신 교수가 큰오빠와 함께 유학생활을 했고, (캔자스주립대) 학부 과정만 7년을 다녔는데 3년 다니다가 중퇴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측은 “(본인이) 살기 위해 어떤 서류를 만들어낼지 모르겠지만 무슨 근거를 대도 (신 교수의 박사학위가 위조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자신 있다”고 밝혔다. 동국대 관계자는 “ ‘신 교수의 예일대 입학과 학위가 모두 가짜’라는 예일대 총장 명의의 서신 원본이 오늘(16일) 도착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출국한 신 교수가 도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 교수 임용 의혹을 조사 중인 동국대 진상조사위원회는 신 교수 채용 당시 총장인 홍기삼씨와 상임이사인 임용택(영배 스님) 현 재단 이사장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일 동국대 학사지원본부장은 “신 교수에 대한 임용 취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를 공동 감독에 선임했다가 철회한 광주비엔날레측은 이르면 18일 광주지검에 신 교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김기훈 특파원)

 

 

 

 

 

 

07. 07. 17.

P.S. 찾아보니, 게다가 두 여자, 72년생 동갑내기다. 정이현, '삼풍백화점'이란 소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했고, 신정아, 자칭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다. 나는 신정아씨의 거짓말 이력이라면 '거짓말 이야기'가 공식적으로 환영받는 동네에서 더 훌륭한 성취를 이룰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워하는 쪽이다. 검찰 고발 사태로까지 갔으니 머잖아 사건은 자초지종이 만천하에 다시 한번 밝혀지고 누군가 법적인 책임을 지겠지만, 아직 젊은 나이이므로 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믿어본다. '작가 신정아'가 '큐레이터 신정아'나 '교수 신정아'보다 못할 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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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7-07-1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한 일입니다. 저 역시나 이 사건을 접하면서 정이현을 떠올렸는데요, 물론 '작품적'이라기보다는 '이미지적'인 것 쪽으로 기운 연상작용이었지만요.

로쟈 2007-07-17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집이 이때 나온 건 우연의 일치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을 동시에 떠올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런 일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조만간 주목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마늘빵 2007-07-1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정아가 미국갔다와서 어떤 증거를 댈지 기대됩니다.

로쟈 2007-07-18 23:20   좋아요 0 | URL
증거가 있다면 미국에 가질 않았겠지요...

mravinsky 2007-07-1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미국 갔다가 다시 오지 않겠죠. 미국에서 계속 헛소리 하거나 아니면 아예 잠적하든가.

로쟈 2007-07-18 23:17   좋아요 0 | URL
짐작엔 당분간은 오지 않을 듯싶네요...

jouissance 2007-07-18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도대체 언제나 신문에서 불쾌한 정아씨 기사를 안 볼 수 있으려나? 이제 서서히 짜증이 밀려오네요. 온갖 방정을 떠는 신문들이나 일단 소낙비는 피하겠다는 황(?)정아씨나 짜증납니다.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왜이리 짜증나는 일이 많은지. 로쟈님! 우리의 불쾌한 정아씨는 지금 뉴욕의 호텔방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로쟈 2007-07-18 23:05   좋아요 0 | URL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수습은 빨리 해주는 게 여러 사람 덜 고생시킬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비로그인 2007-07-1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본 이 페이퍼에는 수정중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었는데 ㅎㅎ 오늘 다 읽고 갑니다.
거짓말하다가 자신이 그 거짓말을 진짜라고 믿어버리는 무슨 심리학적 병인가 장애인가 이름도 있더군요 쯧쯧...

로쟈 2007-07-18 23:04   좋아요 0 | URL
어쩌면 거짓말이라는 관념 자체가 희박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쿨하게...

twinpix 2007-07-1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소설집을 구매하고픈 욕구가 생기네요. ㅇ.ㅇ

로쟈 2007-07-18 23:02   좋아요 0 | URL
빙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