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을 떠나겠다는 사전공지를 올렸는데, 미리 작별인사를 받아서 머쓱하다. 비유하자면 명예퇴직 의사를 밝힌 것이고, 날짜는 미정이다(한두 달 정도 준비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20년간 머물렀던 곳이므로 단박에 모든 것을 정리할 수는 없고(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조금씩 해나가려고 한다. 이사에 비유하자면 이사를 결정했을 뿐 아직 옮겨갈 집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모든 이사가 그렇듯이 떠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흔히 하는 말대로 시원섭섭하다). 그래도 아주 떠나기 전까지는 하던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때가 되면 모든 흔적을 지울 수도 있다). 

















이번주에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망자들>(을유문화사)이 나왔다. 크라하트는 독문학 작가이지만 국적으로는 스위스 작가다. 안 그래도 (여행은 무산되었지만) 스위스문학클럽 강의를 마무리짓고 있어서(로베르트 발저를 다루는 다음주 강의가 종강이다) 관심을 두게 된다. 1966년 스위스 자넨 출생. 소개는 이렇다. 


"새로운 소설적 표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세계적인 작가,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최신작 <망자들>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0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동시대의 세계 문학이 낳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소설”, “위대한 파우스트적 우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현대 문학의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떠올랐으며, 크라흐트는 이 작품으로 헤르만 헤세 문학상, 스위스 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새로운 소설적 표현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뜻은 쉽게 말하자면 잘 읽히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격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작품이라는 것(독어권 작가로는 제발트의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겠다). 이제까지 세 권의 소설이 번역되었는데, 2016년작이 거기에 추가되었다(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간 작품들 가운데 최신작이 아닐까 싶다!). 크라흐트의 작품은 데뷔작 <파저란트>(1995)부터 <나 여기 있으리 햇빛 속에 그리고 그늘 속에>(2008), <제국>(2012)까지 주요작이 번역된 상태다. 언젠가 제발트 작품을 읽은 것처럼 강의에서 서너 작품을 연속해서 다루면 좋겠다 싶다. 


작가 연보에는 나오지 않는데, 크라흐트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작가다. 주한 독일문화원의 초청으로 2009년 방한하여 연희문학창작촌에 체류한 바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이 처음 소개되는 건 2012년이니까 한국에서는 '무명 시절'이었다. 모르고 지나쳤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만나볼 수 있겠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만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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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자는사람 2020-03-25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그냥 있어주세요, 로자님~

로쟈 2020-03-25 08:31   좋아요 0 | URL
20년 근속이라 명퇴가능합니다.^^

걸으며자는사람 2020-03-25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덕분에 책을 알기 시작하고 읽게 되었는데, 가신다니 섭섭하네요. 정 가시겠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가세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지 마시고요...

로쟈 2020-03-25 10:42   좋아요 0 | URL
사라지는 건 아니고 플랫폼을 바꾸려는 거에요. 이곳은 너무 오래 있었고요..

포스트잇 2020-03-2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땜에 알라딘 오는건데 아쉽네요.. 어디로 가시든 따라가야죠 뭐~

로쟈 2020-03-25 10:42   좋아요 0 | URL
너무 오래 있다보니 ‘적폐‘라는 생각에..^^;

2020-03-25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6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0-03-25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용기내봅니다. 가지 마세요ㅠㅠ;

로쟈 2020-03-26 00:19   좋아요 0 | URL
더 늦지 않게 익숙한 것과 작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