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의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의례적으로 새해 인사를 주고 받지만 표기연도가 19에서 20으로 바뀐다는 것 정도가 실감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닐까 싶다. 잠시 한해를 돌이켜보려고도 했지만 거창한 페이퍼가 될까봐 포기했다. 그저 아직 읽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된 책들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강의와 독서계획으로 읽게 될 책들에 대한 기대가 세밑의 소감이다.

간단한 정리. 이탈리아와 영국 문학기행을 각각 봄가을에 진행했고, 당연하지만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책으로 낼 수 있을지는 더 생각해봐야 하는데 일단 내년에 독일문학기행과 카프카문학기행은 책으로 정리할 예정이다(자연스레 읽고 정리해야 할 책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한권의 책도 내지 않고 한해를, 그것도 그토록 길게 느껴진 한 해를 보내는구나!

강의로 기억나는 건 순천에서 매달 한차례(상반기에는 두 차례였다) 진행한 세계문학강의. 작년말부터 시작한 5시간 연속강의도 이제는 익숙한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조이스의 <율리시스> 강의. 자세히 읽기의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오랜 숙제를 해치웠다는 데 의미를 두게 된다. 그리고 한국현대시 강의. 나의 관점과 견해를 분명히 하게 되었다. 영국과 미국의 현대작가들에 대한 강의. 줄리언 반스와 이언 매큐언, 그리고 필립 로스와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 토머스 핀천을 강의에서 읽을 수 있었다. 세계문학 퍼즐의 8할은 맞췄다는 느낌인데 내년에 몇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진행중인 독서계획. 다윈의 진화론과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종합적인 독서를 계획하고 있다. 사상고전과 정치철학 강의가 계기가 되어 이 책들에 대한 강의와 정리 계획도 과제목록에 올라와 있다. 내년 연초에 토마 피케티의 신작이 나올 예정인데 겸사겸사 마르크스와 21세기의 과제에 대한 독서계획도 잡을 예정이다. 슬라보예 지젝의 책들이 많이 밀려 있기도 하다.

새 강의계획은 네댓 가지가 머릿속에서 생성중인데, 이미 잡혀 있는 일정으로는 도스토예프스키 전작 읽기를 필두로 하여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 영국소설을 훑어보는 것과 20세기 전반기 프랑스소설을 읽는 것 따위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내년가을 프랑스문학기행 전까지는 다시 강의에서 다루게 될 것 같다. 20세기 후반기 한국소설 강의는 내달에 책으로 나올 텐데, 20세기 한국시도 강의를 한번 더 진행하면 책으로 엮어볼 계획이다. 여성문학과 스페인문학, 남미문학 등도 새로 고려하고 있는 강의들이다. 인생의 사계를 주제로 기획강의도 상반기에는 진행하려 한다. 일정으로만 치면 올해 이상으로 바쁘게 지나갈 것 같다...

PS. 아무 책도 안 올리기는 멋쩍어서 오늘 오전에 강의한 김수영에 관한 책을 몇권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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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12-3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영평전이 새로 나왔나 했더니
김수영의 번역평론집.
눈이 번쩍!!!
2020 나의 첫 책.

로쟈 2019-12-31 21:27   좋아요 0 | URL
네, 내친 김에 번역전집도 나오면 좋을 듯.~

막시무스 2019-12-3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기행 꼭 책으로 엮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올 한해도 로쟈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소개받았습니다!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행복하십시요!ㅎ

로쟈 2019-12-31 22:38   좋아요 0 | URL
네, 감사.~

파란마음 2020-01-01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책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해동안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로쟈 2020-01-01 11:22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wingles 2020-01-03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일 늦었지만 지난 한해 감사드리고요, 새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래야 책과 강의를 다 소화하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