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책장에서 <사랑하면 죽는다>(세계사)를 발견하고서야 몇달 전에 중고로 구입한 기억이 떠올랐다. 저자는 소설가이면서(<사랑하면 죽는다>가 소설이기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연구소장이다(<커플의 종말>에 실린 프로필). 연구소장의 책이라고 하기엔 분량이 얇지만 커플과 결혼제도에 관한 새로운 성찰을 제시한다고.
저자가 가장 먼저 검토하는 건 결혼에 대한 톨스토이의 가설로 <크로이체르 소나타>(<크로이처 소나타>)에 근거를 둔 것이다. 안 그래도 지난주와 다음주에 계속해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강의가 있고, 강의에서는 자연스레 그의 결혼관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아쿱의 정리한 톨스토이의 가설은 (1)결혼은 섹스를 사랑으로 바꾸는 장치다(<안나 카레니나>), (2)결혼은 섹스를 파괴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크로이처 소나타>), 이다. 이 두 가설을 검토하고 그에 응답하면서 커플의 미래 혹은 대안적 커플을 제시하려는 것이 저자의 구상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커플에 관한 사회학적·역사적 분석, 나폴레옹 시대 이후 유럽에서 연애결혼의 유행, 톨스토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결혼 제도와 연애의 의미, 빌헬름 라이히와 샤를 푸리에가 제시한 이상적 커플 모델 등이 담긴 이 책을 통해 풍부한 지적 자극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다.˝
강의와 관련해서도 필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하지만 어디 그런 책이 한둘이랴...
PS. 참고로 다음주 금요일(20일) <안나 카레니나> 강의는 강릉의 말글터서점에서 진행한다...
PS1. <커플의 종말>에 나오는 한 문장.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제국의 고관 알렉시스 카레니나의 아내다.˝(34쪽) 카레닌의 아내여서 ‘카레니나‘가 된 것인데(여성형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안나 카레닌‘으로 옮긴 경우는 있다), 남편 카레닌을 ‘카레니나‘로 부르다니! 졸지에 이 부부는 동성커플이 되었다! 이 정도 작품은 제발 읽어보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