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게이트에서 대기하며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보통 주문하던 아메리카노 대신에 ‘바리스타 초이스‘를 선택했더니 훨씬 맛이 좋아 만족해하면서(가격차이가 200원이다). 괌에서는 괌커피를 마시는 건가.
수년 전에 발리에 갔을 때도 기억나는 식사는 아침 뷔페에 나오는(즉석요리) 오믈렛과 발리커피였다(신맛이 많은 편이었다). 책을 읽을 수 없는 곳에서 기억거리가 되는 건 그런 소소한 것들이고 커피도 거기에 속한다. 아마 발리에서 읽은 책은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였다. 이번 여행에는 요즘 강의하는 코맥 매카시의 책과 나보코프의 책을 넣어왔다. 미국 작가 시절의 나보코프이므로 모두 미국문학에 속한다. 미국에 가서는 미국문학을.
코맥 매카시의 <로드>(2006)를 어제 강의에서 다시 읽으며 확인해보니 매카시의 신작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1933년생이므로 현재 86세다. 과연 예고된 신작이 나올 수 있는 건지 궁금하고 만약 출간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기록이 될 만하다. <로드>가 열번째 소설이므로 열한번째 소설이 될 터이다. 한데 종말 이후의 묵시록적 풍경을 보여준 <로드> 이후에는 어떤 소설이 가능한 것일까. 그건 그것대로 또 궁금한 부분이다.
이제 보딩 타임이다(지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