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문한 몇 권의 책들 가운데 하나는 라마찬드란 등의 <두뇌실험실>(바다출판사, 2007)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았는데, 사전 주문을 하면 올리버 색스의 <화성의 인류학자>(바다출판사, 2005)까지 끼워준다고 해서 '막판'에 주문을 넣었다. 그렇기도 하고 전작인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바다출판사, 2006)을 '최근에 나온 책들'에서 한번 다룬 바 있는 데다가 두어 달 전에 구하기도 해서 내친 김에 라마찬드란 컬렉션을 갖추기로 한 것(두 권이니까 컬렉션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저자는 이름에서 알 수 있지만 인도 태생의 뇌과학자이고, <뉴스위크>가 뽑은 21세기 가장 주목해야 할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고 한다. 출간된 첫해에 <이코노미스트>지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었다는데, 그 '첫해'란 지난 1999년을 말한다.

사실 뇌과학 내지는 대뇌생리학의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내는 저자의 원조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이다. 작년에 한 출판사에서 재출간됐지만, 나는 지난 93년 살림터출판사에 나온 번역본을 갖고 있었다(어디 박스에 들어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때는 사실 별달리 주목을 받지 못했던 책이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 <화성의 인류학자>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한국에서도 일약 (준)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들어서게 된 것(국내에서 최근 몇 년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심리학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라마찬드란은 그 바톤을 이어받는 저자인데, <두뇌실험실>의 서문 또한 올리버 색스가 쓰고 있다. 그의 말: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은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신경학 책이다."

내용 소개를 읽어보면, 다 두뇌의 특정 부위 손상으로 말미암아 이런저런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의 임상사례집처럼 보인다. "사고로 한쪽 팔을 읽었지만 계속해서 환상 팔이 움직이는 생생한 감각을 느끼는 아마추어 운동선수, 뇌졸중을 겪은 후 웃음을 통제할 수 없게 된 사서의 이야기. 또 머리에 끔찍한 중상을 입은 후 자신의 부모가 복제인간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한 젊은이" 등. 

"뇌과학계의 ‘셜록 홈스’라고 불리는 라마찬드란은 이 책에서 그가 해결한 가장 이상한 사례들과 함께 그것들이 인간의 본성과 마음에 대해 알려주는 통찰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면봉이나 거울과 같은 원시적인 도구를 이용해, 사라진 팔이 실재한다고 느끼는 환자에서부터 자신의 부모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환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경병 환자들을 연구한다.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그 어떤 과학자도 감히 도전하지 않았던 인간 본성의 심오하고 미묘한 질문들에 답한다. 우리는 왜 웃거나 우울해지는가? 우리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며, 또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기만하거나 꿈을 꾸는가? 우리는 왜 신의 존재를 믿는가? 이 책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마지막 남은 의학적 미개척지에 대한 의학적 탐사의 기록이다."

그러니까 흥미로운 지점은 각각의 임상사례로부터 '인간의 마음'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차원에 대한 탐사로 넘어가는 대목이다. 그리고 뇌과학계의 '홈스'와 색스는 그 유력한 길잡이가 되겠다. 노벨상 수상자인 프란시스 크릭은 이렇게 적었다: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다음주면 나도 읽어볼 수 있겠다...

07. 01. 18.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쟈 2007-01-18 23:08   좋아요 0 | URL
이거 교양선데요...

로쟈 2007-01-18 23:31   좋아요 0 | URL
수정했습니다. '형기증'에도 오타가 있네요.^^ 좋은 아침 맞으시길...

비로그인 2007-01-18 23:34   좋아요 0 | URL
로쟈님 뇌과학에도 관심 많으신지요? 교양서 수준의 책들은 거의 범람할 정도인 듯한데 .. ( 읽어봐도 감흥이 오는 책이 별로 없어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이 있길래 반색했었는데 품절이더군요;

로쟈 2007-01-18 23:42   좋아요 0 | URL
몇몇 저자들만 읽습니다. 아주 유명한 책이라든가.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다보니까 뇌과학이나 인지주의쪽에도 시선이 가게 되네요. 아니 원래는 별개의 관심사였던 것 같습니다. 다치바나의 책은 갖고 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에바 2007-01-19 00:21   좋아요 0 | URL
'아마존'에서 지젝의 <시차적 관점> 뒤에 있는 색인을 보니 조지프 르두의 이름이 보이던데 지젝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체없는 기관>에선 데닛에 대해 꽤 호의적인 것 같은데요? 물론 어려운 내용이라 이해는 잘 못했습니다. ㅜㅜ

로쟈 2007-01-19 01:33   좋아요 0 | URL
저도 <시차적 관점>을 갖고만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르두에 대해서는 'Synaptic Self'란 책을 인용하면서 두 페이지 정도 할애하고 있네요. 데닛에 관한 대목은 나중에 시간이 나면 올리도록 하지요. 나중이라...

sommer 2007-01-19 01:05   좋아요 0 | URL
에바/제가 지금 기억하기로는 인지과학을 '자유'와 연관지어 수용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대로 거칠게 말씀드리면, 자유를 자기 의식의 환상으로 설명하는 인지과학의 입장을 '자유와 필연성'의 일치로 수용하는 것 같습니다. 운명을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설명에서 운명 자체에 이미 필연적으로 그 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예로 들고 있더군요...지젝에게 자유는 계속해서 리버럴한 것에 대한 부정으로서 등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네요...

머큐리 2007-01-19 09:05   좋아요 0 | URL
저도 사전주문해서 화성의 인류학자를 받고 싶은데... 지금은 안하나여?

이네파벨 2007-01-19 09:21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예전에 사이언스올제라고..Scientific American의 한국판 번역에 참여할 때...라마챈드런 박사의 글(공감각에 관한)을 번역한 일이 있습니다. 글을 재미있게 잘 쓰셨던걸로 기억...
(사이언티픽 어메리칸이라는 잡지...정말 멋집니다. 한동안 구독해보다가..자꾸 밀려서 지금은 안보고 있지만...약간의 지적 소양을 갖춘 비과학자 일반 대중이 과학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좋은 매체죠...단...염치없는 이야기지만...국내 번역판보다 영어로된 SA 를 읽는 편이 이해가 빠릅니다. ^^)

사전주문...지금도 유효한지 달려가봐야되겠네요~ 지가 공짜라면 사족을 못써요..호호

이네파벨 2007-01-19 09:23   좋아요 0 | URL
X...벌써 이벤트 끝났나봅니다.
책값도 비싼데...나중에 도서관에서 빌려봐야쥐..흥...

로쟈 2007-01-19 11:16   좋아요 0 | URL
제가 본문에 '막판'이라고 적어드렸는데요.^^;

린(隣) 2007-01-19 12:57   좋아요 0 | URL
저도 하나, 이미 10년도 더 전에 철학동네에서 데넷 등의 인지이론을 통해 자유의 문제를 나름대로 제기한 책이 있지요. 이정원선생님께서 쓰신 <의식과 자유>(동녘)라고. 갠적으론 존경하는 선생님의 사모님이기도 하고, 전공쪽으로도 들뢰즈의 영화철학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신 몇 안 되는 분들 중 한 분이죠. 당시로선 아주 앞선 관심을 가지고 계셨고, 더구나 윤리학 차원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지만, 스피노자의 행동학적 관점과 통하겠죠. 요즘 철학쪽에서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오래된 책은 잘 모르실거 같아 그냥 소개해요.

로쟈 2007-01-19 13:21   좋아요 0 | URL
책은 알고 있습니다. 얇은 책이어서 그냥 넘어갔더랬는데, 깊이 있는 책이었나 보네요...

moonnight 2007-01-19 14:25   좋아요 0 | URL
앗.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색스의 책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만 읽었어요. 무지 재미있었는데도 화성의 인류학자. 랑 나는 침대에서.. 는 사놓고 아직 못 읽었어요.; 두뇌실험실도 색스의 것만큼 재밌을까요? 로쟈님의 리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로쟈 2007-01-19 16:19   좋아요 0 | URL
색스가 추천하는 책이니까요. 한데, 제 리뷰를 기다리시면 안되는데요. 1년에 두어 개 쓰는 형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