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렸다 어제는
빗길이었지 보고싶은 사람이
떠오를 것도 같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떠오르다가 가라앉는 것도
흔한 일이지 그대는 익사자
바람이 불었고
한 편의 시도 읽지 않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건
시도 아니고 그대도 아니었으니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더는 잃을 것도 없었다
바람은 어디에 묻히는지 궁금했다
무슨 글자라도 적고 싶었다
옆좌석의 타인들처럼 낯설었다
얼만큼 친해야 묘비명이 될 수 있는지
얼만큼 사랑해야 눈물자국이 될 수 있는지
눈물자국은 수술로 지운다는군
비가 내린다고 쓴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
나는 자유다 무슨 일을 해도
일이 아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나는 열중한다
나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보고싶었다고 적는다
더는 그대를 알아보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