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렸다 어제는
빗길이었지 보고싶은 사람이
떠오를 것도 같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떠오르다가 가라앉는 것도
흔한 일이지 그대는 익사자

바람이 불었고
한 편의 시도 읽지 않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건
시도 아니고 그대도 아니었으니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더는 잃을 것도 없었다
바람은 어디에 묻히는지 궁금했다

무슨 글자라도 적고 싶었다
옆좌석의 타인들처럼 낯설었다
얼만큼 친해야 묘비명이 될 수 있는지
얼만큼 사랑해야 눈물자국이 될 수 있는지
눈물자국은 수술로 지운다는군

비가 내린다고 쓴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
나는 자유다 무슨 일을 해도
일이 아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나는 열중한다
나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보고싶었다고 적는다
더는 그대를 알아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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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18-09-0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내 몸에..다시 내 영혼이 깃들기를 기다린다.

로쟈 2018-09-05 23:37   좋아요 1 | URL
네 다의적으로 해석가능합니다.

물들래 2018-09-0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 그림은 어느 작가의 작품인지요? 그림이 말을 걸어오네요.

로쟈 2018-09-09 11:05   좋아요 0 | URL
작가는 모르겠습니다. Waiting for Godot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뜨는 이미지입니다.

dmsdud5789 2018-09-13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참 마음에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