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에서 환승하여 오랜만에
서울역 지나 청량리 가는 길
아니 청량리는 지나쳐 외대앞까지 가는 길
오래 전 나는 청량리까지만 갔었지
청량리 588 부근에서 자취하던 신학생 친구
지금도 목회일을 하는지 진작
그만 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연락이 닿은 지 오래라
알 수 없지만
그때는 더더욱 알 수 없었고 다만
가난한 신학생이어서 저렴한
동네도 허름하고 겉보기에도 저렴한
자취방에 살았지 자취방이 거기에 있었지
한겨울에 나는 왜 그곳에 갔을까
심리학개론 기말리포트를 원고지에 적던 기억만 있는
그곳에 무슨 심리였는지 나는
(알 것도 같은 심리다)
홍등가를 돌아가지 않고 한복판을 가로질러 갔다네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도 그랬을까
진한 화장 언니들의 손을 한참 뿌리치고서야
나는 신학생 친구와 라면을 먹을 수 있었지
한 번은 아니었을 테지만
(지금은 없어졌다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때
나는 소냐를 만났던가
만났던가
어느 사이 로쟈가 되어
러시아문학을 강의하러 가는 길
신설동 지나 외대앞까지 가는 길
곧 청량리도 지나가리라
내리실 곳은 오른쪽이지만
나는 지나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