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에서 환승하여 오랜만에
서울역 지나 청량리 가는 길
아니 청량리는 지나쳐 외대앞까지 가는 길
오래 전 나는 청량리까지만 갔었지
청량리 588 부근에서 자취하던 신학생 친구
지금도 목회일을 하는지 진작
그만 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연락이 닿은 지 오래라
알 수 없지만
그때는 더더욱 알 수 없었고 다만
가난한 신학생이어서 저렴한
동네도 허름하고 겉보기에도 저렴한
자취방에 살았지 자취방이 거기에 있었지
한겨울에 나는 왜 그곳에 갔을까
심리학개론 기말리포트를 원고지에 적던 기억만 있는
그곳에 무슨 심리였는지 나는
(알 것도 같은 심리다)
홍등가를 돌아가지 않고 한복판을 가로질러 갔다네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도 그랬을까
진한 화장 언니들의 손을 한참 뿌리치고서야
나는 신학생 친구와 라면을 먹을 수 있었지
한 번은 아니었을 테지만
(지금은 없어졌다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때
나는 소냐를 만났던가
만났던가
어느 사이 로쟈가 되어
러시아문학을 강의하러 가는 길
신설동 지나 외대앞까지 가는 길
곧 청량리도 지나가리라
내리실 곳은 오른쪽이지만
나는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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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4-3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한 화장 언니들 사이를 용감하게 걸어가는
어린 로쟈(샘)는 어떤 얼굴이였을까 궁금하네요~

로쟈 2018-04-30 19:20   좋아요 0 | URL
파마머리로 다녔던 시절.^^

로제트50 2018-04-3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산에서 주욱 살다가 서울사람과 결혼해서 상경했답니다.
고궁들 안국동 대학로가 추억과 애착이 깃든 장소입니다.
부산에서 대학다닐 때 내성적이어서
집 학교 가끔 큰서점이 있는 시내가
다 였지요 ㅠ 여기서 궁금, 서울의
로쟈님이 대학시절 주로 다녔던 곳은 어디였을까요?^^

로쟈 2018-04-30 19:20   좋아요 0 | URL
저는 주로 신림동.

sprenown 2018-04-3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또옙스키는 거짓말장이다!
쏘냐 같은 창녀는 없다.

로쟈 2018-04-30 19:19   좋아요 0 | URL
러시아 얘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