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들을 강의에서 두루 다루었지만 유일하게 예외가 있다면 앙드레 말로다. 대표작들이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오지 않아서인데 몇년 전에 나온 <정복자들>(민음사)에 이어서 이번에 <희망>(문학동네)이 출간되어 얼마간 해갈이 되는 모양새다. <인간의 조건>과 <왕도>도 새 번역본이 나오면 비로소 3-4강 정도의 강의를 꾸릴 수 있겠다. 사실 학부시절에 읽은 작품이 <인간의 조건>과 <왕도>였고 <희망>은 범우사판 번역본이 있었음에도 특별히 끌리진 않았던 작품이다. 이제 보니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1937년작.

˝앙드레 말로가 반反프랑코 전선에서 국제비행대 ‘에스카드리유 에스파냐‘를 조직하고 지휘하며 전쟁의 참상과 살육의 현장, 그 속에서 폐허가 된 인간의 마음을 목격하고 이를 바탕으로 썼다. 내전의 순간순간을 포착해 전쟁의 참혹한 상황을 고스란히 전달하면서도 제목이 암시하듯 단순한 비관에 그치지 않고, 종교와 혁명이 결합된 암시 및 환기의 장치들을 통해 20세기 지구촌 문명 속에서 해체된 정신의 혼돈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의지와 종교의 정수에 대한 탐구를 담아낸 작품이다.˝

자연스레 비교되는 건 오웰의 르포르타주 <카탈로니아 찬가>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이다. 말로는 평전들도 소개돼 있는 만큼 <인간의 조건>만 더 출간된다면 내년쯤엔 강의에서 다루고 싶다. 그렇게 대기중인 또다른 작가들이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인데, 사르트르의 <구토>(1938)와 보부아르의 <레망다랭>(1954) 등은 언제쯤 새로 번역본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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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8-04-1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전 앙드레 말로 평전을 읽어봤습니다. 선생님 리뷰를 보니 그때 읽은 책이 생각나네요.ㅎㅎ

로쟈 2018-04-13 23:14   좋아요 2 | URL
네, 관련서가 많이 나와 있는 편이죠.~

오독 2018-04-14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기로, <인간의 조건>(지만지)과 <구토>(하서출판사)는 한국어판 저작권을 각각 이 두 출판사가 가지고 있어서, 이 두 출판사가 새롭게 번역하지 않으면 새 번역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공저작권이 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로쟈 2018-04-14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76년몰이니 거의 생전에 만나보기 어렵겠네요.^^; 구토의 저작권이 하서에 있다니. 그 무성의한 판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