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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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판사끼리 경쟁이 붙어서 판권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는데, 좋은 작품 가져다가 이렇게 번역할 거면 안 하는 게 낫다. `사쿠라호사라`를 `벚꽃박죽`이라고 한 건 최악의 센스. 소리내서 발음해 보라. `벚꽃박죽`이 얼마나 듣기 싫은 발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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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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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소설은 처음 읽는다.

그리고 아마도 다시 찾아 읽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남성 작가가 여성의 1인칭으로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남자 주인공은 이상화된 외국인 노동자판 전태일 같고,

여자 주인공은 온갖 비극을 뒤집어 쓴 약한 여자에서 이상적인 어머니로 변화하는데,

둘 다 현실의 인물 같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허구의 인물로서 가지는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인공 남녀의 연애는 설레기보다는 생뚱맞고 어색했고,

남자 주인공이 노동 투사로 변해가는 과정은 너무 경건해서 숨이 막혔고,

한국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던 노동자들이 20년 후 큰 부자가 된다는 에피소드에는

웃어야 할지 어이없어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소설에 기대했던

이주노동이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이주노동으로 인해 누가 어떻게 이득을 보는가,

이주노동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등

이주노동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천착이 없어서 아쉬웠다.

 

이 작가는 로맨틱한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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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4
귄터 그라스 지음,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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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길고 재미있는 소설을 기대하고 <양철북> 작가의 소설을 골랐는데 처음부터 읽기가 쉽지 않았다. 소설의 내용을 간단히 줄이자면 말하는 넙치가 들려주는 4천년 역사에 대한 증언이라고 하면 될까?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소설의 서술자가 증언자 넙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1인칭 서술자의 성격이 계속 바뀌는 데다, 시와 재담들, 대화들과 논쟁들, 기록들과 논평들이 시간 순서를 무시한 채 이리저리 얽혀 있어서 뒷표지에 있는 발트해의 율리시즈라는 미디어의 평은 이 산만하기 짝이 없는 구성을 점잖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남성인 서술자(또는 서술자들)와 넙치가 들려주는 이 4천년 역사의 주인공은 저마다의 시대를 대표하는 열한 명의 여성들이다. 신석기 시대의 여자 부족장 아우아, 4세기 게르만민족의 대이동 시대를 살았던 비가, 기독교를 전파하러 온 프라하 주교와 대립했던 11세기의 메스트비나, 14세기의 검 제조 장인의 아내이며 열렬한 기독교 신자였던 몬타우의 도로테아, 16세기에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도시 귀족과 길드 장인들의 대립 사이에서 자기만의 성을 지키며 대항해시대의 후추 교역에도 관여했던 수녀원장 마르가레테 루쉬, 17세기 외교의 격랑을 헤쳐나간 두 사람의 예술가를 지탱했던 부엌데기 하녀 아그네스 쿠르비엘라, 18세기 프로이센의 농노들 사이에 신대륙에서 온 감자를 보급했던 아만다 보이케, 나폴레옹 점령하의 단치히에서 프랑스인 총독의 요리사 일을 하며 감옥에 갇힌 혁명가 애인을 기다렸던 조피 로트촐, 19세가 말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의 시대를 살아가며 프롤레타리아 요리책을 저술한 레나 슈투베, 2차대전 이후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다 혼란 속에서 희생된 지빌레(빌리) 미일라우, 그리고 1970년 겨울 조선소 파업에서 파업 노동자를 겨눈 사회주의 국가 권력의 총구 앞에서 연인을 잃고 미혼모가 된 마리아 쿠츠초라. 이들 모두를 지칭하는 말인 여자 요리사는 직업의 이름이 아니라 생명을 기르는 여성성을 암시한다.

 

그 생명의 지배력 앞에서 한없이 초라한 존재였던 남성들의 앞에 넙치는 스승이자 조언자로 등장하여 순응하는 삶을 거부하고 역사의 변화를 주도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넙치가 바랐던 이성과 진보의 역사는 야만적인 폭력으로 얼룩져가고, 20세기에 이르러 넙치는 여성들의 조언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희망을 가지고 여성 법정에 서서 과거의 죄에 대한 재판을 받는다. 재판정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되는 역사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갈등 양상을 담아내고 있으며, 남성 서술자()와 여성 주인공()의 관계 또한 사랑과 증오, 대립과 협력 등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군데군데 숨겨져 있는 유머들에서 위로를 찾으며, 어렵고 산만한 것을 꾹 참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던 이야기가 점차 급박해지면서 감동적이 되어 가는 것은 2권 중반이 지나서였다. 작가의 고향 단치히를 배경으로 유장하게 흘러오던 역사가 현대에 가까워지면서, 작가가 체험했던 소망과 아픔들이 이야기 안에 좀 더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어준다. 사회주의 운동, 히틀러의 등장, 동서 분단과 냉전의 시대가 숨 가쁘게 흘러가는 동안, 읽기 전에 기대했던 것처럼 호소력과 감동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 다 읽고 나서는 뿌듯한 여운과 만족감에 잠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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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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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으로 읽었는데 아주 재미났어요. 특히, 살인범으로 체포된다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지 상상할 수 있어서 좋던데요. 경찰, 검찰, 법원, 교도소 순서로 차례차례 만나게 되는 `인간들`을 상상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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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 2 - 석양에 빛나는 감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장세연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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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죄의 트릭보다도 인간의 문제가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범죄에 희생되는 인간,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 그리고 범죄자를 쫓는 인간.

다카무라 카오루의 <조시(照柿)>는 그러한 인간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네 개의 죽음(자신의 집에서 목이 졸려 살해된 호스티스의 죽음, 전차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한 중국인 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후반부에 추가되는 두 건의 매우 극적인 죽음들)의 수수께끼를 푸는 내용이 주된 흐름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범죄의 트릭을 파헤치는 과정 이상으로 그 과정을 밟는 인간의 심리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전작 <마크스의 산>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옷을 입고 걸어다니는 것 같’다고 묘사되었던 고다(合田雄一郞) 형사는 <조시>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초조와 번민 속에서 타락해간다.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폭력단 관계자와 어울리고,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피의자를 폭언으로 위협하고, 심지어는 개인정보 부정조회와 협박이라는 범죄에까지 다가간다. 그런 그를 걱정하며 머리를 좀 식히라는 손위처남 가노(加納祐介) 검사에게 고다가 하는 “머리를 식히고 있다간, 하나 잃고 또 하나 잃고, 결국 내가 설 장소도 없어져. 하나를 잃을 때마다 확실히 뭔가가 줄어드는 게 느껴져. 조금 억지스럽든 위법이든, 범인을 검거해야만 겨우 어딘가에 서 있을 수 있어.(1권 419쪽)” 라는 말은 냉혹하고 불합리한 조직사회에서 하루하루의 실적에 쫓기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황폐해져가는 한 고독한 인간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런 고다와 대칭적인 위치에서 동시에 파멸의 길로 굴러 떨어지는 인간은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인 노다(野田達夫)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17년, 자신 안에 타오르던 예술가의 기질과 그것에 동반하는 격렬한 감정과 충동을 억누르고 저비용 고효율을 외치는 공장 시스템의 일개 부품으로 쉴 사이 없이 일하며 살아온 중년 남자의 인생이 돌연 엉망진창으로 망가져가는 숨가쁜 과정은 처절하고 극적이며 또한 매우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두 주인공의 심리 이상으로 흥미를 더하는 것은 작품의 대칭적 구조가 작가 특유의 ‘관계에 대한 천착’과 절묘하게 얽혀드는 양상이다. 전작에서부터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던 가노-고다의 형제 관계는 노다-고다라는 좀더 근원적인 형제 관계와 대칭을 이루면서 일보 전진한다. 고다와 전처 기요코(加納貴代子)와의 관계 또한 미호코(佐野美保子)라는 여성의 등장으로 인해 새롭게 반추되고 재해석된다. 여기에 호스티스 살해 사건의 두 사람의 용의자를 향한 두 개의 수사 노선의 대칭성이라든지 노면전차와 열처리공장의 노(爐)와의 대칭성이라든지 노다가 관계하는 두 여자 사이의 대칭성이라든지에서 유사한 구조들을 발견하는 것은 이 소설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복잡한 인물들과 관계들, 사건들을 아우르는 것은 하나의 이미지인데, 그것은 8월의 염천 아래서 눈꺼풀 안쪽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타오르는 붉은색으로 표현된다. 석양에 반사된 감의 빛깔이라는 “테리가키(照)". 노다와 고다 두 사람의 기억 깊숙한 곳에, 한편으로는 유년의 느릿한 시간과, 한편으로는 전차 선로에서 자살한 여자의 육체의 파편과 얽혀 침잠해 있다가 삶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인식과 함께 다시 부상한 이 특별한 붉은색은 책을 덮은 후에도 독자의 뇌리에 오래 남아 살아가는 것의 막막함과 부서지는 것의 처절함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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