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금요일입니다. 이미 주말은 시작한 기분.. 인데, 비가 억수. 이따 목살 구워 먹으러 갈껀데 좋은 안주가 되어주겠군요.  

여름이면 꾸준히 '추리소설을 읽자!' 고 외치고 있는 하이드입니다.
2009 페이퍼 에 2006,2007,2008 링크 있습니다. 고로 ... 5년째 입니다! 질보다 양... 이 아니라 ^^; 오랫동안 꾸준히 한 걸로다가 자축. 야구선수들, 컨디션 안 좋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는데, 안 좋을때도 할 수 있는 것이 '열심히 뛰는 것' 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페이퍼. 일때도 있고, 조금 모자란 페이퍼. 일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열심히 쓴  제 자신에 점수를 줘 봅니다.  

올해는 과감하게 순위를 매겨볼까 합니다. 좋은 추리소설이 많이 나온, 풍성한 해입니다.
올해 나온 책 위주이지만, 작년 여름 이후 나온 책들도 있고, 더 오래된 책들도 끼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여름, 추리소설을 읽자' TOP 10 시작하겠습니다. 

1. 나카지마 라모 <가다라의 돼지> 
  


<인체 모형의 밤> <오늘 밤 모든 바에서>의 작가 나카지마 라모의 대표작. 주술, 마술과 초능력 그리고 종교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작품의 가장 큰 축이 되는 소재는 아프리카의 주술과 저주. 일본과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희대의 주술 결투가 펼쳐진다. 제109회 나오키 상 최종 후보작이자, 제47회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장편상 수상작.

한때 아프리카의 주술에 대한 연구로 큰 업적을 쌓았던 민족학 교수 오우베 다이치로. 그러나 팔 년 전 케냐에서 사고로 딸 시오리를 잃은 후부터 그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모든 연구를 중단했다. 시답잖은 오컬트 방송에 출연하며 조사대를 위한 예산을 모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이쓰미가 신흥 사이비 종교에 빠진다. 오우베는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초능력 사냥꾼' 미러클과 연구실 조수 도만의 도움을 받아 사이비 종교가 보여 주는 '기적'의 속임수를 파헤친다. 그 일을 계기로 오우베와 이쓰미, 그리고 아들 오사무는 방송국에서 주관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위해, 시오리를 잃었던 땅-아프리카로 다시 향하게 되는데…   

아프리카 주술이라니, 저 엄숙한 표지라니, 책은 사이즈도 크고, 두께도 만만치 않으며, 모양낸 두 줄 책끈까지 포스가 이만저만한게 아닙니다. 읽기 전에는 별 기대 없었고, 아프리카 이야기에 스님도 나오고, 초능력에 주술에 오컬트.. 라고? 지루할 것 같은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재밌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이야기이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유머 코드에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낄낄거리게 됩니다.   

북스피어의 블로그에 가 보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라고 대문에 써 있습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으며, 생각할 거리들도 많고, 신선한 추리소설 입니다. 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을 보는 듯한,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러명인듯 느끼게 만드는 방대한 이야기입니다.  

혹자는 일드 '트릭'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는데, 그 조차 이 책에서는 일부분일뿐입니다.  

2. 다카무라 가오루 <마크스의 산>

연속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쫓는
고다 경부보와 도쿄 경시청 수사1과 7계의 기록

쇼와 51년(1976) 가을, 험준한 미나미알프스에서 한 등산객이 토목건설회사의 인부에게 살해된다. 비슷한 시기, 근처에서는 한 가족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자살을 시도하고 차에서 탈출한 아이는 칠흑 같은 어둠과 쏟아지는 눈 속에서 극적으로 구조된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헤이세이 4년(1992) 10월 1일, 3년 동안 광기를 충전시킨 청년이 형무소에서 출소한다. 그리고 며칠 후, 노상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이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현장에 도착한 도쿄 경시청 수사1과의 고다 경부보가 수사를 시작한다. 
 

오랜동안 매니아들을 기다리게 했던 <마크스의 산>. 다카무라 가오루의 글은 굉장히 독특하다. 세밀하고, 드라이하다. <황금을 가지고 튀어라> 에서는 그 디테일한 묘사들 때문에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다 읽지 못한 사람이 많다. <마크스의 산>은 두 권 분량이지만, <황금을..>에 비해서 비교적 잘 넘어간다. 경찰소설이고, 미야베 미유키와는 좀 다른 식으로, 등장하는 모두의 마음과 개성을 예리하게 묘사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크스' 의 심리를 안에서 들여다보는 장면은 굉장히 섬찟하다.

경찰물을 좋아한다면, '나는야 경찰물 마니아' 페이퍼를 참조해도 좋다.  
리뷰 : '그 산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3. 야마구치 마사야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기이한 설정과 창조적 세계관으로 일본 본격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참신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야마구치 마사야의 데뷔작. '죽은 이가 되살아난다'라는 초현실적인 소재에 사학死學을 기반으로 한 엄밀하고 현실적인 룰을 적용한 작품이다. 유산을 둘러싼 기싸움, 살인예고장, 밀실 살인, 형사 등 추리 소설의 상습 소재를 총동원하면서도 그것들을 비틀어 새로운 재미를 준다.

미국 북동부의 시골 마을 툼스빌. 발리콘 가가 운영하는 유서 깊은 장례회사가 위치한 그곳에서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때마침 툼스빌로 돌아온 펑크족 청년 그린은 할아버지의 초콜릿을 먹고 사망하지만 곧 소생한다. 그린은 자신의 몸을 방부 처리하여 죽음을 숨긴 채 친척들의 뒤를 캐어 진실을 파헤친다. 그러던 중 발리콘 가 사람들이 연이어 살해되는데… 

작년 연말께에 나온 작품인데, 여름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살아 있는 시체'들이 나오거든.
야마구치 마사야라는 이름도 낯설고, 이 작품은 심지어 데뷔작이다. '죽음'에 관한 생각할 수 있는 한 대단히 많은 레퍼런스와 사유들을 끌어 왔다. '살아 있는 시체'라는 불가능한 것을 소재로 삼으면서, 완벽하게 본격 미스터리의 각종 패턴을 보여주면서 가볍지 않은 주제에 고전미와 유머까지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아마, 이전에 보지 못하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 특이한 미스터리, 특이한 소설일 것이다.   

리뷰 :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마이 리스트 : '노년과 죽음에 관한 책'

4. 쿄고쿠 나츠히코
<철서의 우리>
  

하코네의 산중에서 발생한 승려 연속 살인사건!
그리고 ‘산중에 쳐진 선(禪)의 결계’와 그 비밀!

1950년대 도쿄 인근의 하코네. 수수께끼의 거찰 명혜사를 취재하기 위해 하코네의 산중에 있는 여관 ‘센고쿠로’에 묵고 있던 ≪희담월보≫의 아츠코와 동료 이쿠보 일행 앞에 승려의 시체가 홀연히 나타난다. 그 무렵 교고쿠도 역시 의뢰받은 일로, 여행을 겸해 세키구치와 아내들을 동반해 하코네를 방문한다. 이후 그들의 눈앞에서 네 명의 승려가 차례로 살해된 채 기묘한 형태로 발견되고, 그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교고쿠도의 일행은 사건의 관련자가 되어 경찰의 주목을 받는다. 이에 교고쿠도는 해박한 지식과 현란한 말솜씨로 하코네 산중의 미스터리와 명혜사의 비밀을 하나 씩 밝혀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교코쿠도 시리즈 네번째. 4년전 나온 <광골의 꿈>이 실망스러웠지만, <철서의 우리>는 전작의 실망도, 오랜 기다림도 다 뛰어넘는 여태까지 나온 최고의 교코쿠도 시리즈다. <우부메의 여름>과 <광골의 꿈>의 주연격 인물들이 등장하고, 세키쿠치를 비롯한 교코쿠도 패거리도 골고루 비중있게 나와주신다. 교코쿠도 전매특허인 장광설은 이번에는 일본 불교에 대한 것인데, 교코쿠도와 스님들이 번갈아 가며 장광설을 펼쳐주시는데, 그 장광설마저 읽을만하고, 심지어 사건과 관련있는 의미심장한 장광설이다. 우리를 만들어 같이게 되는 것은 쥐만이 아니다.(철서는 '쥐'. 작품 속에 이것에 대한 유래가 나온다) 스님들의 선문답,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장광설 못지 않게 교코쿠도 시리즈의 매력인 유머 코드까지 이번 작품은 정말 만족스럽다.  

시리즈 1번부터 차례로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1. <우부메의 여름>을 읽고, <철서의 우리>를 읽는다.
2. <우부메의 여름>과 <광골의 꿈>을 읽고 <철서의 우리>를 읽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순서는 
철서의 우리>망량의 상자> 우부메의 여름> 광골의 꿈. 이다.  

리뷰 : 지금까지 나온 중 최고의 교코쿠도 시리즈  
 

5. 누쿠이 도쿠로 <우행록 >

<우행록>은 도쿄의 고급 주택가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르포 형식의 소설이다. 인간이 지닌 어리석은 본성을 파헤친 작품.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는 엘리트 남편, 미인이며 곱게 자란 아내, 그리고 귀엽기만 한 두 자녀. 그림에 그린 듯 주변의 부러움을 사던 일가족이 식칼로 난자당한 채 발견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로부터 1년 후, 이웃 아주머니, 부인과 요리를 배우던 수강생, 대학 동창, 회사 동료 등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위의 네 작품에 비해 균형이 좀 안 맞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단점이 많지만, 장점이 더 크다. TOP 10에 넣기는 하지만, 자신있게 추천해주지는 못하겠다.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무서운 인간의 편견과 한계, 자기중심주의, 악의가 무척 인상 깊었던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누쿠이 도쿠로를 알렸던 <통곡>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통곡>은 괜찮은 수작, <우행록>은 생각해 볼 거리가 있는 수작이었다. 반전도 있고, 중간중간 그렇게까지 자극적이지 않았으면, 더 진지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데 싶기도 하고, 범인의 심리 묘사도 불충분하거나 성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와 닿았던 작품.  

리뷰 : 타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6.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뉴욕을 털어라>  

미스터리 작가 최고 영예인 그랜드마스터 칭호를 수여받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대표작. '만약 절도 전문가가 실패를 거듭하여 같은 물건을 네댓 번 훔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다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뉴욕을 배경으로 에메랄드를 훔치기 위해 범행을 계속해나가는 도트문더와 그 일당들의 이야기이다.

<뉴욕을 털어라>는 범죄소설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유별나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아프리카의 희귀 보석 에메랄드를 훔치기 위해 한데 모여 벌이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전시회장에서 교도소, 경찰서, 심지어 정신병원과 은행 지하금고까지 휘젓고 다닌다. 

'케이퍼 소설'이라고 한다. 오션스 일레븐이나 스팅과 같은 유쾌한(?) 사기꾼 소설 <뉴욕을 털어라 : 원제 Hot Rock> 은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각자 분야에서 완벽한 솜씨를 지닌 도둑들이 도트문더의 지휘아래 모였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다만, 운이 조금씩 안 따라줄 뿐이다. 그것이 지겹게 반복되어, 저주 혹은 징크스로 여겨질 정도다. 마지막까지 신나는 이야기. 읽고 나서 곱씹고 곱씹어도 입에 웃음이 절로 걸린다.   

리뷰 : 유아 쏘 핫! 운이 조금 없을 뿐인 천재 사기꾼 도트문더

7. 로저 젤라즈니 <드림 마스터>

얼마나 오래간만에 나오는지 헤아릴 수도 없는 로저 젤라즈니의 신간이었다. 20개의 중단편이 모여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 SF물로 분류되어야 하겠지만, 한 편의 시詩와도 같은 젤라즈니의 이야기에는 미스터리 또한 담겨 있기에 추리소설 추천에 함께 넣어 본다.

리뷰 : 로저 젤라즈니의 정수를 담고 있는 중단편집  

아마 취향을 탈 수도 있을 것 같다. 로저 젤라즈니를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두 부류로 세상을 분류할 수 있을 것도 같다.  

 

8. 히가시노 게이고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라는건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만, 이 작품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보면 재미있고, 속 시원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스토리가 있다기 보다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역할을 하고, 만담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본격 추리소설에 나오는 갖가지 트릭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우리는 그 '패턴'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한번쯤 이렇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추리소설' 의 분류에 끼워 넣기는 미안할 정도의 엉망진창 미스터리들이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추천할만 하다.  

 리뷰 :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 미스터리 파훼 만담

 

 

 

 

 

 

 

9. 시바타 요시키 '고양이 탐정 쇼타로' 시리즈  

코지 미스터리의 인기는 '소재' 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빵집 주인'이 주인공인 코지 미스터리는 별로였고, '현상금 사냥꾼'이 주인공인 코지 미스터리는 재미있었으며, '파티플래너'가 주인공인 코지 미스터리는 별로 볼 생각도 안 들었으나 ' 커피집 주인'이 주인공인 코지 미스터리는 볼만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주인공인 코지 미스터리는? 고양이가 주인공이다보니,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다. 혹은 일개 인간인 내가 고양이의 큰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ㅅ'  

안 팔리는 미스터리 작가 히토미와 동거하는 고양이 탐정 쇼타로.
우리는 고양이도 사랑하고, 털털한 미스터리 작가도 사랑한다.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보기에만 귀여울 뿐 아니라, 이야기도 재미있고, 일본 미스터리에 고픈 내 욕구를 충분히 채워준다. 사랑스럽고 재미있게!  

  

10. 아직 출간되지 않은 두 기대작들  

 

 

 

 

 요코미조 세이시 <여왕벌>
그 이름만으로 '여름이닷!' 외치게 만드는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 지난 겨울에 뜬금없이 나와서, 겨울에 안 나오는 거 아냐, 불안했지만, 나왔다. 여느 여름처럼..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양치기 소년 북스피어가 드디어 올 여름에는 <영원의 아이>를 낸다. 

한참 편집중이니, 조만간 서점에서 만날 수 있을 듯 하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여왕벌>은 드라마로 봤고,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는 살림에서 나온 초레어 아이템을 알라딘에서 좋은 님께 선물 받아 이미 여러번 읽었다. <영원의 아이>는  절망의 바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슴을 마구 진동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세이시의 <여왕벌>은 저자의 이름만으로 더 이상의 멘트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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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숲길 2010-07-0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오늘은 하이드님 서재 들어오면서,, 추리소설 페이퍼 안써주시나 했는데,, 페이퍼가 딱!! 있네요~ 올해도 잘 보고 갑니다 ^^

이매지 2010-07-0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거는 달랑 <명탐정의 규칙> 하나. ㅎㅎ
얼마 전에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읽었는데, <명탐정의 규칙>과 비슷한 구석이 있더군요.
두 작품 다 추리소설 팬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하이드 2010-07-0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3,4,6,7,10(영원의 아이)는 진짜 대단한 작품들이에요!

Kitty 2010-07-0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명탐정의 규칙 하나 읽었네요.
영원의 아이는 드디어 나오는건가요 ㄷㄷㄷㄷ
저 표지를 보니 제가 다 아득(?)해지는 것 같은데 ㅋㅋ 북스피어의 표지는 공개되었나요?

하이드 2010-07-0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아직 안 나왔어요. ^^ <가다라의 돼지> 표지가 멋지긴 한데, 구매욕을 자극하지는 않는듯. 너무 웅장해서 재미 없을 것 같잖아요. 진짜! 재미있는데!!


Beetles 2010-07-0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다라의 돼지 표지땜에 읽고싶지않지만 하이드님의 추천이니...^^참 저 다시 서울로 올라왔어요...(음~~제가 대전으로 내려간거 격도 못하시는...) 하이드님 우리동네 꼬치구이 맛있는 가게 있는데..아사히생맥 어떠세요..?ㅎㅎㅎ

moonnight 2010-07-0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구두구두구. 드디어 기다리던 추리소설 페이퍼. +_+;;;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만 읽었어요. <가다라의 돼지> 재미있게 읽던 와중에 그만 <밀레니엄>에 버닝하는 바람에 아직 덜 읽은 채구요. ^^;; <영원의 아이> 기다려집니다.

카스피 2010-07-0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좋은 책들이네요.이번 여름 꼭 봐야겠네요^^
 
책을 덮는 순간, 떠나고 싶게 했던 책을 추천해 주세요!

벤은 사진가가 꿈인 신탁 관련 변호사입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히피짓도 하고, 집도 나오며 사진가가 되겠다고 노력하지만, 집에서의 원조가 끊기자, 꿈을 좇는 생활을 잠시 접고, 일단 변호사가 되어 돈을 벌기로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로펌 가장 구석의 지루한, 그러나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신탁분야 변호사이고, 신탁분야 변호사의 대빵은 벤과 비슷하게, 잠시 예술가(화가)의 꿈을 접고, 돈을 벌고 있는 잭입니다.

잭도, 벤도, 꿈을 접고 '잠시' 의 '잠시'라는 건, 이미 '돈', 즉, 편안한 생활을 '꿈' 대신 선택한 순간 '평생'을 의미한다는 것을 내심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 식탁 앞에 앉아 갖가지 물건들을 멍하게 보던 벤은 생각합니다.

"이제 떠날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식탁 앞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갖가지 물건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흰 벽, 수공 소나무 캐비닛, 조리대, 주방 기구들, 장식장에 깔끔하게 쌓인 흰 웨지우드 접시들, 메모판에 핀으로 꽂은 가족사진, 냉장고를 장식한 학교 알림장과 애덤의 그림.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꿈대신 돈을 선택한 아마추어 사진가이자 변호사인 벤의 이야기이자, 무명의 허세꾼인 사진가 게리의 이야기입니다. 벤이자 게리인 한 남자의 이야기이지요.  

벤이 게리가 되었을 때, 벤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납니다. 그런 그가 뉴욕에서 지금까지 살아 온 그의 인생을 통째로 잘라버리고, 유령같이, 좀비같이, 미국을 횡단하다시피해서 달리고, 또 달려 도착한 곳이 바로 와이오밍을 거쳐 '몬태나' 입니다.   

 

"동이 트자마자 루트 22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향했다. 방금 눈을 치웠지만 군데군데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낭떠러지로 떨어져 마지막 노래를 부르기 직전 간신히 제동을 건 게 두 번쯤 되었다. 나는 이를 덜덜 떨며 시속 30킬로미터의 속도로 엉금엉금 기었다. 히터를 세게 틀었지만 바깥 기온이 영하 13도라 별 효과가 없었다. 게리의 가죽점퍼와 카우보이부츠는 와이오밍의 겨울 날씨에 별 도움이 안 됐다. 

(중략)

차 안도 춥고 바깥도 추웠지만 지평선에서는 더할 수 없이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험준한 티턴산맥의 비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죽비죽한 산봉우리가 하늘을 향해 4,000미터 높이로 솟아올라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산맥에서는 친근감이나 포근한 느낌을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구약성서 같은 태도를 지닌 산맥이었다. 어딘가 모르게 경건하고, 무자비하며, 숙명적인 느낌이었다. 티턴산맥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현재 내 고민이 별것 아니게 느껴졌고, 인간은 그저 유한하고 덧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절로 깨닫게 했다. 나는 티턴산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산맥이 나를 심판하는 눈으로 내려다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 심판의 결론은 전적으로 내게 무관심하다는 것이었다. 티턴산맥에 비해 나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출처 : image 1, image 2,  

와이오밍에 대한 동경 아닌 동경을 가지게 된 것은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입니다. (리뷰 '외로움조차 침범할 수 없는 고단함') 애니 프루의 '와이오밍 스토리'에도, 이안 감독의 영화에도,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음악에서도 한동안 헤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와이오밍을 지나, 아이다호를 거쳐, 몬태나에 도착합니다.  

" 속도를 줄여 엉금엉금 기었다. 눈 벽을 잘못 뚫고 나갔다가 언제 죽음의 경계를 넘어설지 알 수 없었다. 길을 따라서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갔다. 앞길을 막는 건 없었다. 몇 시간을 엉금엉금 기다시피 차를 운행했다. 도로는 사라져 보이지 않고, 시야도 1미터를 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계속 북쪽을 향해 갔다.

오후 1시쯤, 타지패스(아이다호 주와 몬태나 주의 경계에 있는 산길)를 지났다. 그러자 표지판이 보였다. '광활한 하늘의 땅'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표지판이었다. 몬태나 주였다.

하늘은 없었다. 눈의 돔뿐이었다. 루트 287 도로를 탔다. 앞에 깜박이는 제설차 불빛이 보였다. 제설차가 나를 위해 길을 열어주었고, 나는 그 제설차를 뒤따랐다. 새로 열리는 길을 따라 세 시간 동안 달려 90번 고속도로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출처 : image 1,  image 2

몬태나에 도착하게 된 주인공, 그곳인 그가 지나 온 수많은 주와 같이 거쳐 지나가야할 또 다른 주일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몬태나Montana 는 스페인어로 mountain 의 뜻이라고 합니다. 산이 많고, 겨울이 긴 '광활한 대지의 땅' Big Sky Country

"마운틴폴스에는 빈 방이 있는 모텔이 두 곳뿐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이 홀리데이인이어서 그곳을 택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눈은 중력과 상관없다는 듯 바람에 날렸다. 차 문을 열자 눈이 앞자리까지 몰아쳤다. 모텔 주차장을 걸어 나오는 동안 내 몸무게의 느낌이 감지되지 않았다. 마치 걸어 나오는 동안 내 몸무게의 느낌이 감지되지 않았다. 마치 걸어가는 게 아니라 바람에 내 몸이 날아올라 모텔 정문까지 다다른 듯했다.

나는 프런트데스크에 물었다.
"십이월 초에는 날씨가 늘 이런가요?"
"그럼요, 몬태나의 겨울이니까."  "   





 

image 1, image 2, image 3 

  
엉겹결에 몬태나에 관한 사진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  

 

 

 

 

 

  

 

마운틴폴스에 집을 구하고, 암실을 꾸미고, 거리로 나가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작은 잡화점 겸 술집 바에서 찍은 냉담한 여주인, 이른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무뚝뚝한 주인, 허름한 주유소의 젊은 부부와 아기 등등  

술집에서 만난 루디라는 능력있는 알코홀릭 기자를 집까지 데려오게 되고, 다음날, 루디가 그의 사진을 모두 가져간 것을 알게 됩니다.  

루디에 의해 '몬태난'지에 '몬태나의 얼굴들' 사진을 연재하게 된 게리  
그렇게 몬태나에서의 그의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소설가들, 화가들, 사진가들.. 소위 예술하는 사라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광활한 대지의 땅'을 찾는다고 합니다.
게리 역시 몬태나에서 '사진에 눈을 뜨게' 됩니다. 몬태나라는 자연은 위대하고, 인간은 왜소하다. 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장소 덕분이기도 하겠고, 모든 것을 본의 아니게 버리고 와서 두번째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게리의 마음 속 스위치가 켜진 덕분이기도 하겠습니다.  

그 몬태나에서, 몬태나의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이 책의 2부인데, 읽고 있으면, 그 춥고 광활한 도시에 발을 들여놓고 싶어집니다.  

'책을 덮는 순간 떠나고 싶게 했던 책' 이라는 이벤트 제목을 보는 순간, 저는 물론 .. 떠올렸습니다. 그리스, 에게해, 조르바 ..
책을 덮고, 떠나고 싶었고, 떠났던 그 책. 벌써 이 공간에서 몇 번인가 이야기해서, 요건 패스. 겨울, 삿포로, <철도원>의 그 곳, 혹은 '오 겡끼 데스까~' <러브레터>의 그 곳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 더글러스 케네디의 <빅 픽처>를 읽게 되었어요.  

 

 

 

 

읽는 내내 몬태나를 상상했습니다. 삿포로에 처음 갔을 때, 이것은 '다른 세상' 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태어나는 곳을 정할 수는 없지만, 죽는 곳은 정할 수 있다면(뭐 요것도 반반이겠지만) 삿포로에서 살다가 죽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저는 겨울을 좋아하고, 눈을 좋아하고, 바다와 바람도 좋아합니다.

몬태나의 겨울은 어떤 것일까요?

책 속의 게리 서머스가 찍은 사진들은 '상처받은 몬태나'를 그대로 표현하였다고 칭송받습니다.
다소 지치고, 웃는 얼굴에조차 어디엔가 절망의 부스러기가 떠돌고, 사람도 도시도 그렇게 조금씩 닳아가는 모습을 몬태나의 산들은 가만히 무심히 지켜보고 있겠지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에 대한 이야기는 리뷰에서 다시 쓸 것이고, 강한 인상의 '몬태나'였지만, 그보다 더 강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와이오밍이고, 몬태나고 너무나 멀어보이는 곳입니다. 그러니깐, 아마도, 99% 정도는 앞으로 살면서 갈 일도 없고, 찾아가지는 못하면서, 계속 동경만 하게 될 그런 동네로 여겨져요.  뭐,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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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7-0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순식간에 추천이! 감사합니다!!

2010-07-03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4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가트 2010-08-2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세계 영화음악계의 거장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리더로 있는 아르헨티나/우루과이 최고 탱고 뮤지션들이 함께한 일렉트로 탱고밴드 바호폰도Bajofondo의 서울 공연이 8월 28일 저녁 7시 광장동 악스홀에서 있습니다. 2008년 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한 첫 내한공연에서 열정과 감동으로 함께한 최고의 라이브 무대를 선물했었습니다.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작곡한 주옥같은 영화음악도 기타와 차랑고로 직접 연주한다고 합니다.

하이드 2010-08-2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벚꽃 ..>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다. 에도가와 란포에 대한 오마주. 라고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가 주인공인 이야기. 사건 해결, 그의 성격, 취향, 작품 들이 곳곳에 나오니, 란포 매니아라면 (그런 것이 있다면 ?) 무척 좋아할 듯 하다. 앞에 '그런 것이 있다면' 이라고 괄호 안에 넣어둔 건 좀 불공평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란폰데 ..  

우리나라에서 란포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추리소설계에서 엄청난 위상을 지니고 있다. 번역된 작품들도 꽤 있고.. 일본 원서 전집을 다 모은 분도 봤다. 번역본을 몇 권 읽어본 나로서는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좋긴 하지만, 몇몇 단편들은 진짜 너무 끔찍해서, 책꽂이에 꽂아두면, 옆의 책이 떨 것 같아 읽고 나서 어디에 둬야할지 망설일 정도였다.  

이 소설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월애병'에 걸린 자살한 쌍둥이 여장 남자. 라는 주인공이 나오니만큼, 묘한 분위기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월애병은 .. 월요병하고는 상관없고 (... ) 달을 사랑하는 병. 이라고 할까? 달로 돌아가고 싶어(?) 우는 그런 병이라니 뭔가 루나틱하다. 그렇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유명한 추리소설가가 '백골귀'라는 연재본을 보고, 그 작품을 쓴 젊은 신인 작가를 만나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테두리이고, '백골귀' 가 에도가와 란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 안의 책이다. 책 안의 책일까?  

트릭은 .. 일단은 너무 뻔하다. 난 딱히 추리를 하면서 추리소설을 읽지는 않는 게으른 추리소설 독자인데, 이건 정말 너~어무 뻔하다. 이단은? 우타노 쇼고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첫번째 작품에서 '반전'으로 독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 작품이 란포식으로 각색되었다고 해서 반전을 기대하지 말란 법 없다.  

이전처럼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아 얼척 없었던 반전, 반쯤은 화나고, 반쯤은 충격적이었던 그런 반전은 아니지만, 나름의 반전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고.  

이야기는 짤막하고, 재미나다.
란포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특히 더 재미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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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칼럼 매켄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열심히 읽고 있는데,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고, 분량도 생각보다 꽤 많아서 아직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반 이상 읽었으니, 이 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썰을 좀 풀어볼까 한다.

반 이상 읽었는데, 계속 기대된다.  

 

 

 

첫 20페이지를 두근거리며 읽었다고 했는데, (그러니깐 '사세요' 가 아니라, 일단 '처음 한 열장만 읽어보시라니깐'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거다. 헤헤) 그 다음에는 약간 영문 모르게 아일랜드의 두 형제가 나온다.  

동생은 예수님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했는데, 아주 어릴때부터 막 아홉살 이 때부터 노숙자들과 어울리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술도 마셔주고, 자신이 가진 걸 모두 내 주며 싹수를 보이더니, 뉴욕으로 건너가 빈민가에 살면서 문을 열어두고 흑인 창녀들이 그의 집을 화장실로 쓸 수 있게 해주고, 양로원에 봉사하고, 창녀들 뒤치닥거리하며 살고 있다.  

동생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형은 동생이 살고 있는 빈민 아파트를 이렇게 묘사한다. 형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   

   
 

광기와 탈출의 오랜 시간들. 빈민 아파트 단지는 절도와 바람의 희생자였다. 고층 건물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바람 덕분에 아파트 단지에는 그들만의 날씨가 만들어졌다. 비닐봉지들이 몰아치는 여름바람을 타고 날았다. 날아다니는 쓰레기들 아래로 아파트 마당에서 노인들이 앉아 도미노 놀이를 했다. 비닐봉지 소리는 라이플총 소리 같았다. 그 쓰레기를 한동안 바라보노라면 바람의 정확한 모양새를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바람은 주위의 다른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어떤 면에서는 매력적이었다. 한 덩어리로 기운차게 빠른 속도로 불어치는 소용돌이와 8자 바람, 용수철 모양 나선형과 소라 모양 나선형 바람들, 그리고 와인 병따개 모양의 바람, 때때로 비닐 조각은 파이프에 끼거나 철망 울타리 꼭대기에 닿았다가 경고라도 받은 것처럼 다시 볼품없이 물러났다. 그러다 손잡이가 서로 만나면 봉지는 떨어졌다. 비닐봉지가 걸릴 나뭇가지도 없었다. 이웃 아파트에서 남자아이 하나가 낚싯줄이 없는 낚싯대를 창밖으로 내밀었지만 봉지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비닐봉지들은 종종 한곳에 머물러 마치 이 회색 풍경 전체를 감상하듯 있다가 갑자기 아래로  떨어지며 공손하게 절을 하며 사라져버리곤 했다.  

 
   

 정말 우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빈민 아파트 앞의 바람 부는 스산한 풍광이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비닐봉지라는 장치, 바람의 모양, 그 배경 속의 노인들,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 ..  

시간적 배경은 닉슨 대통령 시절, 무역센터 빌딩이 다 올라가고, 입주를 시작할랑말랑 하는 그 시점이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상류층의 여자가 나온다. 그녀는 신문광고에서 그녀와 같은 처지의 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녀들에게 상류층의 그녀가 사는 파크 애비뉴는 모노폴리 게임에서나 볼 법한 곳이다.  

글로리아 집에서의 모임을 마치고 나와 창가에서 손을 흔드는 글로리아를 바라본다.  

   
 

그들은 모두 함께 일어났다. 물론 글로리아는 제외하고. 글로리아는 11층 창가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무늬 있는 드레스의 가슴 높이께로 창문 창살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저 높은 곳의 글로리아는 너무나도 절망적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쓰레기 파업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쓰레기 옆엔 쥐들이 나와 있었다. 고가 아래 늘어선 창녀들, 눈발이 날리는데도 핫팬츠와 목 뒤로 끈을 묶는 티셔츠만 입고 있었다. 추위를 피하고 있다가 트럭들이 지나가면 트럭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에게서 하얀 입김이 구름처럼 피어났다. 만화 대사를 쓰는 말풍선 모양. 그러나 끔찍했다. 클레어는 다시 위층으로 뛰어올라가 글로리아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이 지독한 쓰레기 더미에서 그녀를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풍경과 처지와 배경이 정말이지 손에 잡힐 것 같다. 글을 읽으며, 책 속으로 들어가 보고, 듣고, 느낀다. 
이야기는 두번째 이야기와 빈민층 아파트를 통해 연결되고, 첫번째 이야기와도 연결된다. 첫번째 이야기와 연결되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숨을 죽이고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든다.

그러니깐, 첫 20페이지의 그 장면은 절망과 슬픔이 가득한 도시, 무미건조한 일상에 매몰된 도시인들, 체념과 안타까움이 범벅된 그 도시의 그들에게 찬란한 빛,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희망, 일탈.. 등을 보여주는 정말 ... '대단한' ... '역사상 최고의, 지상 최대의 예술적 범죄' 인 것인 건가. 싶다.  

세번째 이야기도 이 전의 이야기와 연결되고, 네번째 챕터인 '거대한 지구를 영원히 돌게 하자' 이 소설의 제목과도 같은 이 챕터에선 필립 프티의 이야기도 잠깐 나온다. 이쯤되면,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구원하러 이 세계에 납신 초자연적 존재같다.  

   
  몇 초 만에 그는 순수 그 자체가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그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공기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누리며 그는 동시에 그의 몸의 안이었고 또 밖이었다. 미래도 과거도 없었기에 그는 자신의 줄타기에 즉각적인 자부심을 부여할 수 있었다. 그는 그의 삶을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가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각각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전 이야기들을 물고 있는 구조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생각나는 보통으로 잘 쓴 연작 소설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아주 고급스러운 지그소 퍼즐을 아주 세련되게 맞추어 나가는 듯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끝나는 그 순간,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 어떻게 이 책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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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07-0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너무도 많군요. 풀썩 ;;; 요즘 책장을 바라보면서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더 커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가끔 암담해지기도 하지만 ^^; 이렇게 멋진 책이 존재한다는 두근거림을 알려주는 하이드님의 페이퍼를 읽으면 책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어요.그래서, 감사하다구요. 하이드님. ^^

하이드 2010-07-0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굿바이 쇼핑>처럼 1년간 책 안사기 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는데.. 안 될꺼에요. 그죠? ^^;

전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같은 책이 좋더라구요. 정말 잘 쓴 글, 첫줄부터 막줄까지 꽉 짜인 플롯,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중간중간 숨을 멈추게 하는 그런 장면들이 나와요. 숨을 멈추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따라가게 되는 그런 장면들. 다 읽고 후 - 하고 숨을 내쉬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음미하게 만드는 그런 장면들이 있어요.

chika 2010-07-02 09:30   좋아요 0 | URL
하이드가 책을 안사기 해볼까 해요,는 일주일동안 굶어볼까 해요...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인거 아시죠? ㅎㅎ
 

첫문장, 아니고, 첫 20페이지다. 근 몇년간 읽은 중 '가장' 이란 최상급이 들어간 것에 의구심을 가질지도..
'지금까지 읽은 중 가장!' 이라고 하려다 참았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지난 몇 해를 통틀어 우리를 열광시킨 최고의 소설" 이라고 했다.
프롤로그 격인 첫 20페이지를 정말 오래간만에 가슴 두근거리면서 읽어내고, 두번째 이야기 읽고 있는데, 이 소설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정말 기대된다.  

다 읽고 나면, 나역시 뉴욕 타임즈 따라서 최고!최고! 불 뿜을 것인가? ^^

2009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1위. 작년 내내 이 책의 추천을 닳도록 보다가 마무리까지 1위로 멋지게 장식한 작품이다.  

 

나는 틀림없이 이게 세계무역센터 사이에 줄 걸고 건넌 필립 프티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을 둘러싼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인듯 하다. 여튼, 읽는 중이기에, 마지막에 어떻게 마무리 될지 기대기대 

서점 갈 일 있으면, 앞에 20페이지라도 한 번 들쳐보길 권합니다.

아름답고 실감나는 문장을 쓰는 작가다. 근 몇년간 읽은 중 가장 박력 있고, 아름다운 첫 20페이지. 라고 했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들도 캐릭터들과 장면들을 눈에 보이듯 그려내는 대단히 탁월한, 그래서 읽는 즐거움이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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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6-3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온 와이어는 다큐멘타리로 있어요 꼭 찾아서 보시기 바래요~~

하이드 2010-06-30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때 이야기하셨던게 이 영화군요! 찾아 볼께요!!

Mephistopheles 2010-06-30 10:55   좋아요 0 | URL
아닌데..그때 말한건 뉴욕의 작가가족 이야기..

하이드 2010-06-30 10:58   좋아요 0 | URL
아 글쿠나;; 여튼, 다큐 영화도 많이도 챙겨 보시는 메피님 ^^

무해한모리군 2010-06-3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주문하러 들어왔다 이 글을 읽고야 말다니 ^^;;

moonnight 2010-06-3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래요? +_+; 하이드님의 추천이라면 바로 보관함 넣어야지요. 랄라~

stella.K 2010-06-3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대한 지구...>가 이 사람 이야기였군요.
근데 번역본 만해도 4권인데 똑같은 이야기를 제목만 달리해서 쓴 건가요?
아님 다 다른 건가요?

건조기후 2010-06-3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재밌겠어요. 하지만 전 이미 오늘 새벽에 주문을 해서.. 예의상ㅎㅎ 며칠 더 기다렸다 주문들어갑니다.
새벽에 주문하면서 보관함 숫자가 너무 징글징글해 확 추려냈는데.. 비우자마자 이 책 들어가네요.ㅎㅎㅎ

지나가다 2010-06-3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 제대로 뽐뿌(?)시네요. 이글을 본 이상 이책 안사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번역본이 이리도 아름다우면 원문의 감동은 어느 정도일까요?
바로 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