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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서의 우리 下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교코쿠도 시리즈는 '망량의 상자>우부메의 여름>광골의 꿈' 이었다. 그리고 외전 격인 '백기도연대'는 말그대로 외전격이니 패스, '항설백물어'는 쿄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이긴 하나 교코쿠도 시리즈는 아니고.
'망량의 상자'가 2005년에 나왔으니... 이런 젠장! 도대체 몇 년만에 책을 내 주는 거임! 엄청엄청 오래 기다렸다. 그 기다림으로 사리가 나올 즈음에 전작들을 아우르는 좋은 작품이 나왔다. <망량의 상자>를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긴 했지만, 처음 교코쿠도를 만난 <우부메의 여름>이 임팩트가 가장 크다. <광골의 꿈>에서는 교코쿠도가 나오는둥 마는둥 해서 '이건 교코쿠도 시리즈가 아니야!' 짜증이 났고.. 이번 작품에선 <우부메의 여름>의 구온지 의사와 <광골의 꿈>의 골동품상 이마가와가 골고루 나오고, 기바는 안 나오지만, 에노키즈와 교코쿠도, 물론 세키쿠치, 그리고 아츠코와 도리구치까지 골고루 골고루 많이 나와주니 교코쿠도 시리즈의 팬으로서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랴.
시리즈 순서대로 처음부터 찾아 읽으세요. 라는 무리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우부메의 여름>과는 꽤 깊은 관계가 있으니, <우부메의 여름>은 꼭 읽고 있는 것이 좋겠다.
교코쿠도와 세키쿠치는 교코쿠도가 의뢰 받은 고서 감정을 위해 하코네로 여행겸 일겸 떠나게 된다.
근처에 있는 여관 '센고쿠로'에는 수수께끼의 절 명혜사를 취재하기 위해 아츠코(교코쿠도 동생)와 도리구치가 묶고 있고, 마침 그 여관에는 명혜사의 스님에게 편지를 받고 물건을 보기 위해 온 이마가와!도 있고, 또 마침 그 여관에는 <우부메의 여름>의 구온지 노인도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깊은 산 속의 절 명혜사. 그 곳에서 선을 추구하는 승려들이 하나씩 죽어나가고,
교코쿠도의 장광설 뿐 아니라, 스님들이 번갈아가며;; 일본 불교와 그 이전의 불교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 놓는데, 오래간만에 봐서인지, 아니면, 이전의 장광설에 비해 내용이 그나마 알아들을만한 거여서인지 (물론 다음장 넘기면서 나의 청순한 뇌는 이미 그 알아들을 것 같은 장광설은 죄다 까먹지만, 여튼, 읽을 때 발가락 끝이 근질거린다던가, 식은땀이 난다던가 하며 몸이 배배꼬이는 현상 없이 제법 들을만한 장광설이다.) 읽을만하다.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괴기스럽게 죽어나가는 스님의 모습은 나중에 알고보면, 꽤 그럴듯한 이유도 있고, 이전의 복선도 무척 충실하다. 시마다 소지의 무조건 찢고, 꼬매고 하는 괴기살인과는 다른 심오한 뜻들이 있다구.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너무나 중요하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 세 권의 분량으로 인물, 배경, 사건 등을 꼼꼼히 보여줄 수 있었지만, 역시 천페이지가 넘더라도 이천페이지가 안 넘어서 아쉬운게 교코쿠도 팬들의 마음일지도.
교코쿠도에 의해 해결되는 사건의 마지막은 뭐랄까, 사건 해결마저 장광설이라 책장이 더디게 넘어가는 면이 없지 않았는데 (더디지만, 힘참!) 이번에는 그마저 술술 넘어가, 마지막까지 독자의 눈을 결코 놓지 않는다.
나의 빠심을 자제하더라도, 이번 작품은 정말 재미나고, 잘 쓴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덧 : <광골의 꿈>에서 약간 세키쿠치 역이였던 '바보' 에 '당하는' 이마가와와 원래 '바보'에 '당하는' 세키쿠치가 한꺼번에 나와서 누가 더 불쌍할까. 궁금했는데, 세키쿠치 윈이다. 세키쿠치가 더 불쌍해.
덧2 : 하권 320페이지 즈음을 읽고 있는데, 새벽 세시 넘은 그 시간에 중간에 이십페이지 정도 빠진 것을 발견. 난 정말 깜깝해서 환장하는 줄 알았다. 한참 사건 해결되고 있는 찰나에.. 천페이지 넘게 달려 막 마지막 결론의 서막이 비추이기 직전에 파본이라니요! 나의 파본 비율이 날이 갈 수록 높아지는 것은 출판 미래를 위해 내가 유달리 재수가 없었던 것이다. 라고 믿고 싶다. 혹은 내가 유달리 책을 많이 사서 그런거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