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마스터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로저 젤라즈니의 중단편집 <드림 마스터>가 SF 전문출판사 행복한 책읽기에서 나왔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이은 두 번째 중단편집으로, 650여페이지의 만만치 않은 분량을 차지한다.(비록, 그게 편집,종이질에 의해 부풀려진거라 할지라도)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에센스 오브 에센스.라고 한다면, <드림 마스터>는 로저 젤라즈니가 직접 선정한, 작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중단편집이라고 하겠다. 그의 데뷔작인 '수난극'이나 그간 입소문으로만 들었던 '형성하는 자' 등이 들어 있다.  

첫번째 중,단편집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겹치는 단편은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지금 힘이 오느니 Comes now the power') 와 두번째 단편집의 원제이기도 한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The last defender of Camelot' 이다.

같은 제목으로 1980년에 출판된 책과 2002년에 재출간된 책이 있는데, <드림 마스터>는 1980년 포켓북스 출판본을 원본으로 하고, 로버트 실버버그의 서문이 있는 ibooks 2002년판을 부본으로 하고 있다. (두 작품집 모두 표제작은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이나, 담고 있는 컨텐츠는 다르다.)  

 

* 두 가지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단편집의 첫작품이자 젤라즈니의 데뷔작이었던 '수난극' 앞에 붙어 있는 서문에 의하면, 그가 처음 SF 단편을 써서 잡지사에 보내고, 불채택 쪽지를 쌓아가다가 그가 발견한 문제점은 '설명이 너무 많고, 배경과 사건과 등장인물의 동기 묘사가 너무 세밀했다.(..중략) 불필요하게 상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등장인물이나 동기에 대해서는 좀 더 간접적으로 접근' 하겠다고 하고 있다.  

작품집의 뒤에 있는 역자 김상훈의 해설중 '형성하는 자'의 해설을 보면 '작가가 원했듯이 "단순하게도, 복잡하게도 읽을 수 있으며, 작품에 포함된 수많은 인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인지 아닌지(..하략)  

그러니깐, 젤라즈니의 단편들은 수많은 은유와 메타포와 '친절하지 않은' 인용으로(왜냐면, 서문에 밝혔듯이 젤라즈니는 독자를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이야기는 그 자체로 재미있지만, 과연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거의 대부분의 단편을 읽고 난 후에 남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본다' 는 클리셰가 절실한 독서라고나 할까.  

무튼, 어쨌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겸손한 지식으로 젤라즈니의 단편과 중편들을 읽었고, 다음 번 재독할 때는 그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지기를 바라며, 리뷰를 시작해본다.   

'수난극''기사가 왔다'는 네 다섯장 정도의 짧은 단편이다. 기계(차)가 주인공인 '수난극'과 묵시록의 네 기사(역병,전쟁,굶주림,죽음)가 등장하는 '기사가 왔다'는 짧고, 설명 없고, 단편적인(?) '이미지' 를 '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이 작품집을 읽기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흡혈귀'는 꽁트, SF, 팬덤에 대한 오마주. 라고 하는데, 돌연변이 흡혈로봇과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흡혈귀에 대한 이야기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비장미가 있는 결말.  

'끔찍한 아름다움'역시 내게 모호했던 짧은 단편. 그리스 비극, 고귀한 인물의 죽음, 연민과 공포, 카타르시스를 이야기한다.  

이 작품집에서 가장 기대될 작품은 아마도 '형성하는 자'일 것이다. 각종 신화의 이미지와 심리학, 문학, 단테, 등의 가볍지 않은 소재들 덕분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어버리지만,이야기는 재미있다.  

'끔찍한 아름다움'과 '형성하는 자' 를 연이어 읽으면서 얼마전 극장에 걸렸던 '닥터 파르나서스의 상상극장' 이 떠올랐는데,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영화에 대한 코멘터리를 찾아보지는 못했다. '끔찍한 아름다움'에서 언급되는 크리스토퍼 말로의 '닥터 파우스투스' 라던가 '형성하는 자'에서 '꿈'을 만들어서 정신과치료를 하는 렌더의 존재라던가. 무튼, 더 생각해볼 주제다.  '형성하는 자'는 네뷸러상 수상작이다. 로봇자궁에 들어가 셰이퍼(형성하는 자, 테라피스트) 가 만들어낸 꿈에 의해 치료를 받는다. 어느 날 그를 찾아온 미모의 여자, 아일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지 않은가.) 그녀는 태어날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고, 셰이퍼를 목표로 정신분석을 공부한 집념의 여인이다. 그녀를 도우면서 뭔가 수렁으로 빠지는 렌더.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역시, 이 아름다운(?) 중편이 담고 있는 수 많은 은유와 상징을 못 알아보는건 좀 억울한 독서다. 단기과외로 융의 책과 북유럽 신화, 단테 신곡 등의 책을 담아 두었지만, 글쎄;;  

'형성하는 자'와 '지옥의 질주'가 가장 재미있었고, '지옥의 질주'를 가장 몰입해서 읽었다. 핵폭발 이후, 돌연변이 세상, 보스톤국과 캘리포니아국만 살아남았는데, 보스톤에서 페스트가 창궐해, 폭주족 헬(Hell)이 치료약을 가지고 죽음의 레이스를 해내는 이야기. 'from dusk till dawn'이 생각나는 뭐라고 할까, 쌈박한 중편이다. 재미도, 박력도, 카타르시스도 있는.  

짧고 긴 단편과 중편들은 각각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결말과 비극미, 비장미를 보여주는 결말이 있는데, 후자에 약한 나는 그것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작가의 의도대로 많이 슬퍼져 버린다. 에를 들면 '보르크를 사랑한 여자' 라던가 '복수의 여신'이 그랬다. 특히 '복수의 여신' 과 같은 단편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읽을 때는 못 느꼈는데 (이 작품집과 그 작품집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독자)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 젤라즈니 작품의 많은 상징과 은유, 그리고 '생략' '여백'! 등에 대해 이번 작품집을 읽으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럼으로써 더욱 강렬하고 완벽하게 남는 각각의 작품. 읽고 나서 또 읽고, 또 읽어도 여전히 생생하고, 독자의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의 생명력이랄까. 그런거.  

'마음은 차가운 무덤' 역시 중편에 속하는 작품이다. 이쯤 읽으니(447pg) 뇌 속의 젤라즈니용량이 과부하가 걸려버려 지루해지기도 했고, 흔치 않게 맘에 들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 안 예뻐!라는 심정. 젤라즈니는 이 작품을 탈고하고 장편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곧이어 '내 이름은 콘라드'를 썼다고 한다.  '세트'라는 클럽이 있고, 세상 사람들의 일년을 하루로 보내는 그런 이야기. 세레나같은 여자주인공도, 시인, 엔지니어의 남자주인공들도, 뭐 이러냐. 싶었다.  

'캐멀롯..''지금 힘이 오느니' 는 여러번 읽었던 작품이라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 속에서 방황하는 나를 구해주었고.
'그림자잭'은 얼마전에 읽은 장편 '그림자잭'의 프리퀄이어서 반가웠다.  마지막 단편인 '영구동토'는 좀 후딱후딱 넘긴 감이 없지 않은데, 나중에 이 작품집 천천히 소화시키고 다시 읽으면 아름다울 것 같은 이야기.  

2002년판 the last defender of camelot 이 오늘 도착한다. 천천히 야금야금 읽으면서, 오래간만에 <앰버연대기>나 다시 읽어볼까 싶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앰버연대기>이지만, 젤라즈니의 단편보다 더 아름다운 단편을 다른 어떤 시대나 장르에서 찾기 쉽지 않고, 역시 젤라즈니의 진정한 매력은 그의 중,단편에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드림마스터>는 정말 두고두고 읽을 작품집.  

* 행복한 책읽기에서 만든 <드림마스터>는 이라이트 종이를 사용했고, 개인적으로 부피 크고, 잘 바래는 이 종이를 무척 싫어한다. 적지 않은 분량이기는 하지만, 책이 과하게 커졌고, 양장본인데, 제본의 문제인지, 책등이 너무 잘 휘어진다. 하필 중간에 100장 정도 오시선 -_-;;이 들어가 있는 파본을 받기도 했고, 그 영향인지 모르겠다. 처음 책 받고 기분 나빴던것 정도는 날려버리고도 남을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집이긴 하지만, 역시 책만듦새는 신경이 쓰인다. 쿠션 받치고 조심조심 한 번 읽었는데, 책이 벌써 너절해진 느낌;

기록을 보니, 알라딘에서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파본 환불을 했는데, 지난 5년간 행책의 책이 벌써 두 번째, 그리고 올해 들어 이제 2월인데 벌써 두 번째 파본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小雪 2010-02-0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앰버 연대기 다 갖고 있으시네요... 이제는 구하려고 해도 품절되어서(훌쩍) 도서관에서 훔치지 않는 이상 못 구하겠죠^^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당장 살 겁니다!^^

하이드 2010-02-0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앰버 연대기 다시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 몇 권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책이 예쁘게 잘 빠진다면, 한번 사볼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