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잡독하는지라, 2009년에 얼마나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뭐, 한 2-3백권 읽었겠지) 얼마나 책을 사고(10월달까지 하고, 안 했는데, 연말에 어찌나 신나게 질렀는지, 헤아리기 두렵다.) 얼마나 책을 정리했는지는 한 반년정도 기록하다 말았나보다.
일일히 리뷰를 쓸 수 없다면, 메모라도 할 일이다. 앞으로라도. 2010년이라도.
무튼, 2008년 이맘때 야심차게...까지는 아니라도, 당당하고, 떳떳하고, 거리낌없이 세웠던 2009 독서계획은 다시 뒤져보지 않아도, 대략 하나도 안 지켜진듯. 그러니, 2010년 독서계획을 세울때느 소심하고, 지나가는듯이, 스리슬쩍 세울꺼다. 아마도.
독서계획따위는 개나줘.였던 해였어도, 책은 읽었다.
2009년 읽었던 책들 중 좋았던 책들 탑10을 꼽아보았다.
정말 좋은 책은 1.책도 좋아야하고, 2.나와도 맞아야 한다. 3.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4.표지는 좀 예뻤으면 좋겠다. (하물며 나의 탑10인데 말이다. ^^)
1. 필립 로스 <에브리맨Everyman>
공동묘지, 장례식장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늙어감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읽어보는 거장의 작품이다. 주제에 비해 그렇게 어둡지도 않고, 많은부분 공감 갔으며,
비록 번역된 글이지만, 그의 글을 낚는 것은 꽤 고양된 기분이었다. '타협하지 않고, 직설적이며, 정교하고, 현명하다'는 평이 딱 어울린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책도 예쁘게 빠진 양장본이다.
'나'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노년에 관하여 죽음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죽음은 죽음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라고 말하거나,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묻히는 것이 어떤것인지 알'게 된다거나 죽음에 관한 담담할 수 없는 결말에 관하여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격정, 분노 보다는 외로움과 슬픔, 체념과 후회로 범벅이된 노년이다. 평범한 사람(에브리맨)들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지고 있지만, 노년의 '평범한 사람(에브리맨)들에게는 '미래'는 거의 없고, '현재'를 잠식한 '과거'가 있을 뿐이다. ☞my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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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버트 헉슬리 <위대한 박물학자The Great
Naturalists>
만만치않은 가격(50,000원)이 결코 아깝지 않은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책이다.
자연사에 그닥 큰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읽는 얼마나 많은 책들에 이들 박물학자들과 박물학자들의 업적이 언급되고 지나갔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before & after 가 확연히 틀릴 앞으로의 당신의 독서에 틀림없이 도움이 되 줄 독서의 동반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찰스 다윈까지 고대로부터의 '위대한' 박물학자 40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도판과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을 엮은 로버트 헉슬리경은 런던자연사박물관 식물학부 표본실장으로 자료와 도판 등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준다. 너무나 아름다운 표지, 정말 헉-소리 나는 큼직큼직한 도판들의 퀄러티(근래 본 중, 아니 올해 본 중, 아니 아마도 우리집에 있는 책들 중(우리집에 책 쫌 많다.) 가장 훌륭한 도판이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도판들, 인쇄퀄러티를 자랑한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정말 강추인데, 내용마저 훌륭하고, 두고두고 볼 수 있고, 커피테이블북으로 집 어느 구석에 놓아도 빛이 나 줄 책이다. 자연사에 그닥 관심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책을 읽는다고 박물학자들에 급관심이 솟을리 없다. 쉽게, 조목조목 교양차원에서 읽을 수 있는 역사와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겹치고, 쉬이 읽을 수 있다.(내가 쉬이 읽을 수 있는 과학분야 책이라면, 아마 대부분이 쉬이 읽을 수 있는 좋은 글^^) 이 책의 리뷰와 페이퍼를 나 혼자 도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 이 책 산사람 있다는 소문은 들어 본 적 없지만 ^^a 책값에 굴하지 말고, 일단 한 번 사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myreview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3. 쿄고쿠 나츠히코 <항설백물어>
쿄고쿠도라는 이름만으로, '에도시대괴담집'이라는 부제만으로 나님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이 책을 바로 삽니다.
우리나라에 나온 쿄고쿠 나츠히코의 책 중 표지도 가장 예쁘게 빠진 책이다. (표지가 없어도 좋으니, 많이 나오기만 좀 ^^;) 나오키상 수상시리즈이기도 하고, 2010년에 속편과 후편이 나올 계획인(믿습니다. 힘내줘요, 출판사!) 시리즈이기도 하다.
저자의 이름은 옆에두고, 에도시대 괴담집.에 포커스를 맞춰보면, 내가 좋아하는 소재인건 분명하지만, 모든 같은 소재의 책을 다 좋아하는건 아니다. 이 책은 좋아하는 소재의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스토리다.
약간 오션스일레븐 같은 느낌의 ..응? 각각 능력있는 에도시대 매력적인 사기꾼 패거리. 정도로 해두자. 가 나오는 단편연작집이다. '소설의 테마가 된 《회본백물어》는 인간의 추악한 마음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등장인물들이 악한을 제거하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권선징악적 전개의 이면에는 통쾌함과 함께 한없이 약하고 악한 인간을 향한 연민과 슬픔이 자리 잡고 있다.' -알라딘 책소개中- ☞my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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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이나 미에빌<퍼디도스트리트정거장>
이 이야기는 정말 독특하고, 새롭다. 장르는 SF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쓰는, 인간의 공포를 가장 잘 다루는 작가인 기시 유스케를 떠올리게 하는 무서운 공포,호러소설이기도 하다.
이름이 입에 안 감겨서, 한동안 고전했는데,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죽은 중추신경같은 장소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새로운 종족과 안티히어로라고도 할 수 있는 돼지괴짜과학자인 주인공, 악의 집단은 진짜 나쁜놈과 정부,사회의 탈을 쓰고 나쁜짓하는 못지 않게 나쁜놈, 그리고, 순수악과 같은 '그것'이 존재한다.
처음 한 100페이지는 잘 안넘어갈지도 모른다. 워낙 생소한 등장인,아니 등장생물들 때문에. 막상 몰입되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게 되고, 이 이야기를 잊기는 힘들 것이다. 시적 언어,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서, 스토리의 힘, 캐릭터의 힘, 표현의 힘, 골고루로 나를 KO시킨 책이다.
whole new world.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라고 감탄반, 두통반으로 읽기 시작한 길고 긴 여정을 마치고 나니, 이것은 사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다. 조인족도, 곤충인간도, 선인장인간도, 진흙괴물과 물 괴물을 합한 것 같은 종족도 없지만, 천적이 없는 다섯 괴물은 각각의 마음 속에, 도시의 품 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언제라도 표면으로 올라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위기와 안정을 번갈아 보여주고 있다. ☞myreview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이 책과 비슷하기라도 한 책을 나는 모르겠다! 아고라에서 차이나 미에빌의 책을 준비중이라는데, 어서 나왔음 좋겠고,
아마존 올해의 책이었던 THE CITY는 번역본이나 페이퍼백으로라도 어여 나왔음 좋겠다.

5. 기시 유스케 <신세계에서>
내가 기시 유스케빠라는건 쉿, 비밀...이 아니다.
기시 유스케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천사의 속삭임>이지만, <신세계에서>도 못지 않게 좋아한다.
미래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은 SF,모험소설,스릴러,청춘소설(?),성장소설등으로 불리울 수 있겠다.
미래의 언젠가 지구가 멸망하고 인간이 멸종될 정도의 재앙을 맞이하게 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생활을 한다. 공동체는 '마을'로 불리우고, 미래라기 보다 과거와도 같은 생활방식이다. 적절한 이동수단이 '배'라던가. 하는. 그들은 스스로를 '신'이라고 부르고, 초능력을 개발하며, 요괴쥐와 같은 다른 종족을 부린다.
암시하고 있는 것도 많고, 이야기도 많고, 생각거리도 많다. A가 옳고, B가 나쁘다.. 라고 쭉 생각하며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아, 그게 아닌가. B가 옳고, A가 나쁜가. 싶다가, A도 옳고, B도 옳고, 아니며 그 반대..라며 마구 헷갈리게 만드는 책이다.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암시들은 사실, 내가 딱 좋아하는 소재들을 뒤틀어 놓은 것이라서, 나에게는 더욱 재미났던 책이다.
기시 유스케가 다루는 소재가 참 흔하기도 하고,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하게 계산된 책을 써낸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스토리는 무척 파워풀하고, 인간심리, 그 중에서도 '공포'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좋아한다. 이 책은 그의 그런 모든 장점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의 완벽하고, 소재마저도 독특해서, 더욱 자신있게 권할 수 있다.
간만에 별다섯개가 부족해 보이는 재미난 소설을 만났다. ☞myreview

6. 존 스타인벡 <에덴의 동쪽>
2009년 독서의 가장 큰 수확중 하나이기도 하고, 가장 의외의 독서경험이기도 했던 책이다. <에덴의 동쪽> 존 스타인벡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가장 큰 수확이고(그러니깐, 이름만 말고, 작품으로), 평소 고전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서부배경의 가족서사시인 1000페이지 가 넘는 이 책을 단숨에 읽고 감동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니깐, 애초에 내가 왜 이 책을 살 생각을 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 데 말이다.
청춘과 반항의 상징과도 같은 요절한 남자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줄거리로 확인해본 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책의 아주 부분만이 영화에 나온다.
살리나스계곡에 자리잡은 개척자들, 세 세대와 두 가족에 걸친 대서사시. 작품 속 살리나스 계곡은 존 스타인벡의 고향이기도 하고, 그 자신이 소설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어린 존 스타인벡으로다가. 작품에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노벨상수상자는 "내 최고의 대표작으로, 이전에 쓴 다른 작품은 이 작품을 쓰기 위한 준비였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간의 선택. 실수를 하고, 끊임없이 죄를 짓고, 또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
"'너는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라고 하는 말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고, 인간을 신들과 동등한 자리에 올려놓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약한 행동이나 추잡한 행위 혹은 형제를 살상하는 잔인한 일에 있어서 중대한 선택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요. 인간은 자신의 길을 선택해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그 길을 걸어가 목표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myreview
7. 엘리자베스 길버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 책이 진짜 엄청엄청나게 베스트셀러여서, 그러니깐 미국에서 말이다. 초베스트셀러에는 그닥 관심이 안 갔고, 제목도 어째 다이어트책같기도 하고, 종교에세이 같기도 하고 (둘 다 미국에서 초베스트셀러의 무한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장르다.) 내 관심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중고샵에 나온 책을 사게 되어 몇장 읽기도 전에 (장소는 화장실이었다.) 화장실 타일 바닥에 엎드리고 싶었다. 이 작가는 미녀다. 금발의 미녀, 재치있는 글빨은 빌 브라이슨 뺨친다.(설마 내가 빌 아저씨를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이미 수년전에 죄다 원서로 읽은 정도다) 우울증, 여행,미식,친구,자아발견,치유,사랑,우정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작가인 그녀는 이혼으로 엄청난 우울증에 시달리고, 어느날 화장실 바닥에서 결심한 바가 있어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를 4개월씩 여행 혹은 거주 하기로 한다. 각각의 나라를 거치면서 업그레이드 하고, 하나씩 자신을 사랑하게 될 무기를 장착한 그녀는 거의 완성체로 마지막 나라에서 사랑마저 만나게 된다. 는 이야기.
글빨도 글빨이지만, 그녀의 긍정적인 마음, 더 나아지려는 열심인 마음을 보는 것이 더욱 즐거웠던 책이다.
이 여행의 순서, 깨달음의 순서와 마지막 퍼즐은 '그녀'만의 것이지만, 읽는내내 너무나 즐거웠다.
외국에서의 '생활', 동안 '목표'를 가지고 쓴 주제가 있는 여행기지만, 그 모든 것은 '그녀', '그간의 경험' 을 빼 놓고 이루어질 수 없다. 가족 이야기들, 친구 이야기들, 전남편, 애인, 호기심의 거미줄에 걸리는 많은 재미난 것들.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에 눈을 떼기가 힘들다. 아마존평중에 '일주일에 세번이나 이 책을 선물받았다. 이 책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로 시작하는 평이 있었다. 책선물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까다롭지만, 이 책이라면, 맘껏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my review
※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8. 애덤 고프닉 <파리에서 달까지>
이 책 역시 별 관심 없던 책인데, 중고샵에 나왔길래 사 보았던 책이다. (출판사들이여, 중고샵의 순기능을 무시하지 말지어다!) 사 놓고도 꽤 묵히다가, 어느날 읽게 되었고, 맘맘미아할레루야가르시아- 를 외치며,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책은 뉴요커지 기자출신인 저자가 어릴때부터의 꿈이었던( 어릴때 집에 실물 크기의 프랑스 경찰 종이 인형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이 종이 인형을 후에 다른 책에서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파리에 가게 되고, 파리에서 거주하게 되면서의 일들을 쓰는데, 챕터 하나하나의 기승전결이 분명한, 아주 잘 쓴 짧고 완결된 글을 보는듯하여 읽는 맛이 제대로다. 이 책은 90년대에 거주하였던 이야기이긴 하지만, 난 파리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그의 이야기들은 어떤 파리여행기(생활기?)에서도 보기 힘든 문화와 정치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한가지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끌어들이는 저자의 방대한 지식은 이 책을 단순한 여행기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일상을 보는 날카로운 눈, 과거의 역사속 장면들을 끌어다 멋지데 대입하여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을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읽으면서도 이 책은 올해의 책이다!라며, 거품을 물었다는. 2008년에 나온 책인데, 내가 2009년 말즈음에 읽고 거품을 물고 있을때, 새로운 신간이 나와있다. 기대도 안 했는데.
09년말과 10년 초를 즐겁게 해 줄 저자임이 틀림없다. 애덤 고프닉.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9.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
작년 연말에 제주올레 갈 때 들고 내려가서, 아침부터 해질때까지는 걷고, 저녁때는 따뜻한 방에 딩굴거리며 이 책을 읽었다. 작년의 마지막날도 올해의 첫날도 이 책과 함께 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왠지 의미심장하군.
무튼, 이 책을 다시 꺼내 이야기하려니...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독서의 역사에 나와 있는 '쉽게 접근할듯 하면서도 학구적이고, 정보를 제공하는 듯하면서도 사색적이다.' 는 이 책의 컨셉을 잘 나타내준다.
일단 책읽기를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더욱 재미있겠지만, 이 책은 말라말랑한 에피소드들과는 거리가 있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존 버거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저자 중 한 명이다. 책읽기, 독서의 역사를 읽으며, 지금 내 독서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즐거워하는 독서의 경험.
마지막 장인 '끝나지 않는 <독서의 역사>' 가 유독 와 닿는 것은, 이 책을 아끼고, 아껴서 다 읽은 다음에도 여전히 허기지기 때문이다. 나의 독서는 계속되고, 그와 함께 나의 '독서의 역사'도 계속되리라. 수많은 독서가들의 역사와 함께 말이다. 침대 머리맡 책장에 얌전히 놓여진 <독서의 역사>는 외로운 독서가의 많은 동지들이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기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독서의 역사>에는 끝이 없다. 위의 저자는 이 책 말미에 독자 여러분들이 아직 미래에 일어날 독서 행위와 놓쳐 버린 주제, 적절한 인용, 사건과 등장 인물에 대한 더 많은 사색을 덧붙일 수 있도록 백지 여러장을 남겨 두었다. 거기에는 약간의 위안이 담겨 있다. 나는 그 책을 내 침대 곁에 놓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오늘 밤, 아니면 내일 밤, 그것도 아니면 모레 밤에 그 책을 펼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모습도 그려 본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myreview
탑10이라고 큰소리 쳐 놓았으니, 열번째 책을 적어야 하는데, 남아 있는 리스트 중에서 고르기가 쉽지 않다.







대충 이 정도의 책을 후보로 올려 놓았다.
아마, 굳이 고르자면,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이나 마틴 에이미스의 <머니> 정도가 될 것 같긴 한데,
며칠째 리스트 만들어 놓고, 맘에 오는 마지막 한 권이 있기를 바랬건만, 딱히 느낌이 안 온다.
올해가 가기 전에, 혹은 내년에라도 퍼뜩, 혹은 위의 책들을 재독한 후에 다시 업데이트 할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내가 읽은 200- 300여권의 책에서 남는 책이 고작 열세권 남짓이었다니, 반성해야겠다.
내년에는 더 적게 읽더라도, 더 많은 책들을 두고 고민하는 그런 연말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