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여행기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내가 여행기에서 원하는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여행기가 아닌들, 이 책의 매력에 빠지지 않고는 못 배겼겠지만 말이다.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문장들, 원쿠션, 아니 투쿠션, 스리쿠션으로 웃겨주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의 좋은점이 웃음으로 배근육을 단련하고, 눈주름을 만드는 역할만인 것은 아니다.

eat pray love 라는 영어제목이 표지에 떡하니 나와있고, 우리나라 제목으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고 나와 있어서
이 책이 오랜동안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이어트책이거나, 종교책이거나, 아님.. 연애서? 정도로 흘려 생각하고 있다가, 좋은 평에 끌려 읽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은  

여행서이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힘든 이혼과정과 우울증의 시련을 거쳐 1년간 자신에게 휴식을 주기로 하는데, 가고 싶은 나라가 세군데나 된다. 이탈리아어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이탈리아, 신을 만나기 위한 인도, 점술사가 다시 올 것이라고 예언했던 인도네시아. 결국, 와이낫, 네달씩 이 세나라를 여행하기로 하고, 일년치 몸과 마음의 행장을 준비한다.  

일부러 노리고 그렇게 한건 아닌데, 하다보니, 기가막히게 잘 맞아 떨어질 때, 우리는 하늘을 보며 '운이 좋았어!' 외치게 된다. 이 여행의 순서가 그렇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서, 인도를 거쳐, 인도네시아여만 했다. 작가의 의도가 아니였다면, 우연과 필연의 신의 도움이 있었으리라.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쾌락'을 찾는다. 그리고, 그 '쾌락'은 그녀의 이탈리아 친구가 말한 로마를 가리키는 한 단어 '섹스' 가 아니라, 먹는 쾌락이다. 그 중에서도 '아이스크림' 언제나 남자가 있어왔고, 그 남자에 모든 것을 올인했던 그녀였기에, 이탈리아의 '너무' 잘 생긴 남자들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쾌락은 '먹는 것'에 집중된다. 아쉽. 그녀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떠오르는 책들은 빌 버포드의 <HEAT 앗 뜨거>나 하루키의 <먼북소리>다. 맛깔스러운 묘사들, 그리고, 하루키의 책 이후, 언제나 나에게 무섭고, 도둑놈 많은 곳으로 남아버린, 이탈리아에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초긍정적인 유머로 승화된 이탈리아의 모습은 진흙탕에 엎어져도 웃어버리고 말 그런 느낌이다. 나폴리 여행중에 만난 일곱살 여자 어린이의 가운데손가락 인사와 같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그녀가 역사에, 나중에는 마피아에 유린당한 시칠리아에서 내린 '즐거움의 가치'에 대한 나름의 결론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그녀는 행복과 몸에 좋은 영양소들을 잔뜩 충전하고, 행복하고 충만한 몸과 마음으로 다음의 여행지를 준비한다.  

인도에서
인도에서의 이야기는 낯설다. 이탈리아의 이야기는 그간 봐 온 여행기에 있는 얘기일지라도, 인도에서의 명상, 구루, 수행과 같은 이야기는 평소 내가 즐겨찾는 이야기는 아니였다. 사실, 앞으로도 찾아 읽고 싶은 주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수행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처음 그녀가 뉴욕에 있는 그녀의 집 욕실 바닥에서 울면서 지새우던 밤들중 어느 밤, 그녀 내부의 목소리. 그것을 만났을때, 그녀는 그 목소리를 '신'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인도에서 '신'을 탐구하게 된다. 앉아서 명상.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 바쁜 현대에, 명상하는 생각만해도 식은땀이 삐질나는 가장 어려운 아무것도 하지 않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녀, 잘나가는 뉴요커였던 그녀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어서 감정이입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녀가 소위 말하는 신을 만나는 경지를 만나게 된다고 해도, 우주 저 끝까지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고해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약먹었냐, 꿈꿨냐, 자기암시가 강하구나, 등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난 왠지 이 책을 읽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겐 아직 없었지만. 누구에게라도 찾아올 수 있는, 그것이 신이건 뭐건, 그런 순간들,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무언가 열심히 할 때, 노력할 때, 그녀의 인도 수행생활의 시작은 새벽 네시면 일어나 사원 뒷바닥을 걸레질하는 것이다. 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은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맘에 와닿았다. ... 방좀 치워야지.  몇 번의 좌절과 희열의 언덕을 넘으며, 그녀는 그간 마음의 짐을 벗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쾌락(행복)과 비움(놓아줌), 다음에 균형(밸런스)를 찾게 해 줄 마지막 여행지로 떠난다.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는 균형, 밸런스를 찾기 위한 여행지이다.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던 점술사를 찾아 무조건 무계획으로 찾아간 인도네시아. 그녀는 이제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도 알고, 마음을 놓아주는 방법도 안다. 그런 그녀는 천천히, 느긋하게 인도네시아 명상과 인도명상을 반복하고, 책을 읽고, 친구를 만들면서 마지막 퍼즐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이 나타난다. 그녀는 아직 인생이라는 긴 여행중이고,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퍼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행복한 날들이 많이도 남았는데, 이미 완성체인것은 재미없지 않은가. 어쨌든, 이 책에서 그녀의 마지막 퍼즐은 '사랑'이었다.  

이 여행의 순서, 깨달음의 순서와 마지막 퍼즐은 '그녀'만의 것이지만, 읽는내내 너무나 즐거웠다.
외국에서의 '생활', 동안 '목표'를 가지고 쓴 주제가 있는 여행기지만, 그 모든 것은 '그녀', '그간의 경험' 을 빼 놓고 이루어질 수 없다. 가족 이야기들, 친구 이야기들, 전남편, 애인, 호기심의 거미줄에 걸리는 많은 재미난 것들.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에 눈을 떼기가 힘들다.

아마존평중에 '일주일에 세번이나 이 책을 선물받았다. 이 책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로 시작하는 평이 있었다. 
책선물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까다롭지만, 이 책이라면, 맘껏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린브라운 2009-10-2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것의 즐거움이라니 아무래도 구매로 이어질 듯 합니다 ^^

마냐 2009-10-2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이 책은 기대 이상 좋았어요. 꼭 리뷰하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