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공포/호러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순전히 겁이 많아서), 기시 유스케의 소설은 좋다.
영화화되기도 한 <검은집>이 가장 유명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천사의 속삭임> .. 이었다. 이 책을 읽기 까지는 .
기시 유스케는 철저한 리서치로 유명한 작가다. 전직 보험원이었던 그의 꼼꼼함은 공포작가라는 타이틀과 안 어울리는듯하나, 작품 속에서 늘 빛을 발하곤 한다.  

<신세계에서>는 지금까지 읽어왔던 기시 유스케의 소설들에 비해 독특한 배경에 독특한 소재를 담고 있다.
SF 물로 분류될 수 있겠고, 성장소설이자 모험소설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래의 일본이지만, 지구가 한번 멸망에 가까운 참변을 겪은 후의, 소위 '신세계'는 고대 인간들의 생활모습에 가깝다. (그들에게는 지금 현재의 모습이 고대) 

이야기는 호기심 많은 다섯 아이의 모험에서 시작한다. 여름방학 숙제를 핑계삼아 어른들이 가지 말라는 곳에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해보고자 하는 그들은 이야기의 화자인 사키와 사토루, 마리아, 마모루, 슌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진언을 가지고 '주력'을 사용한다. '주력'은 우리가 말하는 초능력과 같다.

그들은 주로 수로를 이용해 배로 이동하는데, 이런저런 학교괴담 속에 존재하는 '유사미노시로'를 잡게 되면서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는 과거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정보는 그들에게 '진실'이라는 이름의 '독'이 된다. 정보를 얻게 된 것을 목격한 스님 리진에 의해 주력이 모두 봉해지게 되나, 외부에서 온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 요괴쥐 무리에게 스님이 죽고, 그들의 죽을고비, 살고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시 유스케가 그리는 신세계는 아주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주력을 가진 '인간'과 그들에게 복종하는 지능을 가진 '요괴쥐'. 으시시한 괴담 속에 존재하는 귀여운(?) 동화같은 거짓고양이( 혹은 부정고양이)의 존재, 현재의 사이코패스와 겹쳐지는 '악귀'의 모습이라던가, 업마의 존재는 하나씩 그 베일을 벗으며, 수 많은 물음표를 남기게 된다.   

낯선 동물들이 나오고, 주력(초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나오는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는 처음에는 무척 낯설고, 새로운 곳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빠져들게 된다. 미래의 인간이 보는 현재의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와 완벽해 보이는 '신'으로 불리우는 미래의 인간이 지닌 완벽한 모습 뒤에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벌이는 선과 악이 모호한 행위들은 겹쳤다 떨어졌다 다시 겹치면서 이 소설에 빠져들게 만든다. 

기회가 될 때마다 기시 유스케에 대한 열광을 표시해 왔던 나이지만( 팬으로서 기시 유스케가 저평가 받는다고 생각되기때문에 더), 이 책만큼은 정말 대단하다! 싶다. 

기시 유스케가 다루는 소재가 참 흔하기도 하고,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하게 계산된 책을 써낸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스토리는 무척 파워풀하고, 인간심리, 그 중에서도 '공포'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좋아한다.

이 책은 그의 그런 모든 장점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의 완벽하고, 소재마저도 독특해서, 더욱 자신있게 권할 수 있다.
간만에 별다섯개가 부족해 보이는 재미난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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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it 2009-07-1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구매한 책인데 주말에 읽어 봐야 겠네요^^

Forgettable. 2009-07-1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번 휴가 때 읽을 책으로 낙점이에요!

Forgettable. 2009-07-19 23:08   좋아요 0 | URL
진짜 재밌네요, 저 이틀만에 다 읽었어요 ㅋㅋ 이번에도 재미난 소설 소개 감사 :) 역시 책 읽고 다시 보는 리뷰가 더 재미있네요-
근데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부정고양이도 왠지 귀여워보이나봐요 ㅎㅎ

정말 좋았지만 천년후.. 라기보다는 백년후 정도로 했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생겼네요.

하이드 2009-07-20 00:11   좋아요 0 | URL
재밌죠. 전 기시 유스케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소재를 쓰는건 아는데, <천사의 속삭임>같은거, 이치는 뭔가 +@가 항상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다 읽고 나면, 이런저런 생각할거리를 던져줘요. 그리고, 기시 유스케가 묘사하는 '호러'와 제가 진정 공포를 느끼는 '호러'의 주파수도 맞구요.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도 재밌어요. 처음에 잘 안 넘어가긴 하는데, 익숙해지면, 독특한 주인공 캐릭터와 세계관, 사회관이 흥미로워요. 차이나 미엘빌의 소설은 더 소개될꺼라고 하니, 미리 읽어두셔도 될듯.

BRINY 2009-07-1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지무지 기대를 했다가, 웬지 어디선가 본거같은 설정...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좀 별로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