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박물학자
로버트 헉슬리 지음, 곽명단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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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에서 찰스 다윈까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고대로부터의 많은 사람들의 모험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엮어낸 로버트 헉슬리는 영국 자연사 박물관 식물학부 표본실장이다. 글과 짜임새또한 나무랄 것이 없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사료의 양과 도판의 질이 엮은이의 프로필 덕분에 더욱 신뢰가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종이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꼈다. 라고 한다면, 이 책의 훌륭함이 조금이나마 전해질까? 허튼페이지가 하나도 없다. 특유의 오래된듯한 페이지의 느낌은 바로 목차와 책정보서부터 시작된다. 왜그런지, 나는 이 부분이 신경쓴 것 같이 보여서 특히 맘에 들더라. 차례에는 이 책에서 시대순으로 다루고 있는 40여명의 박물학자의 이름과 간단한 소제목, 그 단락의 저자가 나와 있다. '레온하르트 푹스, 삽화의 중요성을 깨닫다' 브라이언 . 오글비' 심플하면서도 완벽한 목차라고 생각된다.

이런식의 튄자국을 보더라도 놀라지 마라. 책은 바랜듯한 종이와 하얀종이가 번갈아 나오는데, 이런 바랜듯한 종이(멋진 옛스런 효과인데, 종이는 좀 비싸보인다.)는 시대설명과 목차에 나오고,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하얀종이가 나와서 구별이 된다. 이부분도 좀 멋짐.

바랜듯한 종이에 나온다고 도판의 퀄러티를 의심할 필요 전혀 없다. 멋진 바탕이다!
무튼, 중간중간 이런 큼지막한(이 책은 꽤 큰 판형이다.)일러스트들이 들어있고, 이 일러스트들은 물론 다 그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마리아 지빌라 메리인이 그린 산누에나방과의 Arsenura armida. 나방이 탈바꿈하는 과정에 매료된 메리안이 최로로 생애주기 전 단계에 걸친 나방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에...' 뭐 이런 설명이 옆에 붙어 있다.

이 책에 나온 도판들의 특징이, '와, 예쁘다, 화려하다, 퀄러티 죽이는데' 하고 넘어가는 도판들이 아니라(내가 예전에 꽃,식물 도판보면 주로 그랬다;;) 그림 하나하나 찬찬히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메리안에 대해서는 뒤에서도 소개된다. 사진도 현미경도 없던 시대에 오로지 '끈기있는 관찰'로 이와 같은 그림을 그리며 연구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콘라트 게스너의 <동물 탐구>에 복제하여 수록한 알브레히트 뒤러의 코뿔소 그림 판화. 이 그림은 낯익은 사람 많을것이다. 독일과학교과서에 가장 오래 실린 삽화라고 하는데, 이 삽화를 수록한 <동물 탐구>의 박물학자겸 서지학자였던 콘라트 게스너도 뒤로가면 한 챕터 차지하고 있다.

1476년 베네치아에서 출판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에 관하여> 라틴어판 표지. 유럽에서 나온 최초의 과학서들 가운데 하나이다.

아름다운 도판이다.

'모든 자연에는 경이로운 무엇인가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동물의 신체 부위에 관하여(제1권)> 중에서

이 책이 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는 이 책에서 '철학자 겸 최초의 박물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하긴, 그가 최초인 것이 어디 박물학 뿐이겠냐마는. 그 유명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의 전체 그림과 일부가 확대된 그림이 도판에 나와있는데, 중간의 두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라는건 알고 있겠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오렌지색 옷 입은 사람이 식물학의 아버지인 '테오프라스토스' 인 것은 잘 모를듯. 테오프라스토스는 적절하게 아리스토텔레스 다음 챕터에 나오고 있다.

플리니우스 챕터.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생소한 이름들 중에 아는 이름이 나오면 반갑다. 로마 이야기를 좋아하다보니 관심 있는 플리니우스. '박물지'로 이름을 떨친 그의 단문소개는 '지식을 수집하다' 이다. 플리니우스가 나오는 첫장에 나오는 첫삽화(오른쪽 그림)는 무려, 나이팅게일과 장미를 세밀하게 관찰해 그린 그림으로 베수비오 화산 폭발 때 묻힌 폼페이의 어느 집 벽에서 발견한 벽화이다. 이런식의 센스, 정말 멋지지 않은가!!

가장 맘에 들었던 챕터들이 있는데, 플리니우스, 존 오듀본, 메리 애닝,등등등 그리고 레온하르트 푹스이다. 이 책에서 '삽화의 중요성을 께닫다' 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사진 왼쪽의 그림은 책을 인쇄한 후 손으로 채색한 것(품삯이 싼 어린이나 여성에게 채색작업을 맡겼고, 채색한 식물지의 가격이 몇 배나 더 비쌌다.고 한다.)이고, 오른쪽은 <식물 탐구에 관한 주목할 만한 논평> 마지막에 실린 삽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하인리히 퓔마우어와 알브레히트 마이어, 목판 새기는 파이트 루돌프 슈페클레의 초상이다. 르네상스 시대 도감 중에 화가 초상을 수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푹스는 책의 성공여부가 삽화가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 하니, 21세기에 나온 이 책에 소개된 많은 훌륭한 도판들도 이 책의 성공을 이끄는 견인차? 하는 생각이 뜬금없이 든다.

어디 삽화가 끈기와 관찰과 모험에 의해서만 이루어졌겠는가,
공부와 이야기와 인용도 포함된다.

알드로반디가 수집한 그림과 자료들중에 나오는 동물들(?)이다. 이런 삽화를 보는 재미, 지금은 멸종된 동물을 볼 때의 안타까움 등등도 느낄 수 있다.

알드로반디의 방대한 수집물은 후에 볼로냐에 기증되어 '볼로냐 시청은 이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볼로냐 최초의 공립 박물관을 세웠다. 슬론의 방대한 수집물이 후에 런던자연사 박물관의 토대가 되기도 하였으니, 박물학자 개인의 집념과 그들이 해낸 일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맨 앞장에 나왔던 '곤충의 변태에 매혹되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챕터다.
'가장 아름답고 더없이 특별한 애벌레들은 지극히 볼품없는 녀석들로 바뀌고 ... 아주 수수한 애벌레들은 눈부시게 고운... 나비들로 탈바꿈하는 일이 연거푸 일어났다. '마리안 지빌라 메리안의 <수리남 곤충의 변태(1705년) 중에서'

이 챕터에서는 지극히 여성스러운 예쁜 수채화 도판들이 나온다.

사회적 신분은 낮았지만 독학으로 남성의 세계에 뛰어들어 살아생전 명성을 얻은 매리 애닝의 초상화. 화석 수집가다. 맘에 들었던 챕터

정리해 놓은 사진들은 많지만, 여기서 마무리한다.
존 오듀본의 삽화는 많은 아름다운 삽화들 가운데서도 엄청나게 박력있게 눈에 확 들어오는데, 작은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힘들듯하다.

책장 넘기는 즐거움, 아름답고 신기한 과거로부터의 여행이었다.
후에 리뷰도 쓰겠지만,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흥미롭고 유익했다는 것 정도만 여기 포토리뷰 말미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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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1 1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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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09-10-3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너무 매혹적인 책이네요. 당장 지르고 싶게 만드는.. 그러나 가격이 왠지 후덜덜일 것 같아서. 지금 가격 확인하러 갑니다. 리뷰도 꼬옥 올려주세요^^

하이드 2009-10-31 18:15   좋아요 0 | URL
책이 커서, 풀페이지로 나온 그림들, 굉장히 박력있고, 멋진데 저렇게 조그만 사진으로밖에 안 나오니 아쉽네요. 가격은 뭐, ㅎㄷㄷ 맞습니다. ^^

2009-10-31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3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