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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주로 여름에 출간되는, 아니 사실 계절은 상관없이, 그 이름만으로도 가장 반가운 작가 중에 한 명인 교코쿠 나쓰히코의 책이 이번엔 '손안의 책' 출판사가 아닌, '비채'에서 나왔다. 비채의 책만듦새는 '하->중' 이라고 보기에, 사면서도 찜찜했는데, 손안의 책의 교코쿠 나쓰히코의 검정 하드커버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막상 손에 받아든 책은 그 모든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와우 -
이 책이 누구의 어떤 책이건, 잘 만든 책이다. 고급스런 종이질의 표지와 인터넷 이미지보다 훨씬 묵직한 표지(앞표지, 책등, 뒷표지) 다. 정말 아름답게 잘만든 표지다. 에도시대 미스터리와 인문학 책들을 몇권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표지가 가장 맘에 든다.
* 고급종이의 표지가 초판 이후, 저렴한 종이질로 바뀌는 경우가 많으니, 읽을책들이 소리를 질러도, 이 책은 일단 지르자!
이게 다가 아니다. 책커버를 벗기면,
두둥- 올빼미의 향연. 근래 들어, 책표지와 커버(?)를 벗긴 안의 표지까지 이렇게 멋진 책은 오랜만이다. 컬러, 톤, 문양이 너무 맘에 들어서, 출판사에 문의해보고 싶은 지경.
앗, 그간 나쓰히코의 책은 그 옛날 고리짝 <백귀야행>까지 다 있는데, 저자의 이런 사진은 처음 보는듯하다. 작가의 포스가 후덜덜하다.
'항설백물어'巷說百物語의 시작. 항설백물어라는 묘한 제목은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라는 뜻이다.
"이러한 밤은 길기 마련. 이참에 한번, 에도에서 유행하는 백 가지 괴담이나 나누는 것이 어떻소이까" 하고 처음 말을 꺼낸 이는 아마도 어행사였으리라.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무언가 잡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분위기였음은 분명했던 것이다.
목차도 맘에 듬.
책의 인테리어가 제법 다양한 편인데, 거슬릴정도로 중구난방이거나 하지 않아서 좋다.
일곱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백가지 다 내달라! 다 내달라!)
각 에피소드의 시작 페이지는 아마 나쓰히코의 팬이라면 낯익고, 반가울 것이다.
옛 요괴도판 같은 데서 인용한 그림과 그림의 설명.
지금까지의 교코쿠 나쓰히코의 책들은 요괴박사답게 일본의 옛 요괴 원전을 많이 인용하고, 사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책은 시대도 아예 에도다.
책의 내용에 대한 리뷰는 후에 덧붙이기로 하고, 간단히 말하면,
샤바케 시리즈가 귀엽고, 미미여사의 시리즈가 그녀의 특기인 '사회파'가 가미된 <외딴집>을 제외하곤, 솔직히 그닥 임팩트가 없는 상황에서
나쓰히코의 단편 요괴시리즈는 그야말로 그가 외 이 분야의 본좌인지를 알려준다.
손안의 책의 교코쿠 나쓰히코와 비교한 사진이다.
이 책이 더 넓쩍하고, 얇다.
일본에서조차 점점 정육면체를 달려가는(? ㅎㅎ ) 나쓰히코인데, 손안의 책은 빡빡한 편집과 작은 판형으로 정육면체까지는 아니라도, 제법 책보다는 상자 (..응?) 느낌을 갖추었다면, 비채의 나쓰히코는 묵직하긴 무지 묵직하고, 잘 만들었는데, 안의 글씨는 '손안의 책'에 비해서는 좀 널널한 편이다. 그깟것도 버릇이라고, 손안의 책의 나쓰히코를 읽다 비채의 책을 읽으니, 많이 널널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
내용을 떠나, 너무나 감탄스러운 외관으로 본 이 책의 단 하나 단점은 '평범한 책끈'이다. 너무 평범해서, 이 잘 만든 책에서 튀어 보이는.. 아쉬운 책끈. 이 녹색 책끈이 가장 저렴한가요? 책을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놓고, 마지막 터치가 아쉬워요. 얼마전 열린책들의 '벨벳애무하기'에는 핑크색 책끈까지 나왔는데.. 고급스러운 책끈 아니라도, 컬러라도 좀 다른 걸로 했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무튼, 교코쿠 나쓰히코 팬인 나는 신간이 나와서 햄볶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