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는 나라는 정말로 넓은 나라입니다. 중국에 갔다 왔다고 해야 겨우 한쪽 구석을 보고 온 정도니까요..  이번 여행은 5일 예정으로 청도를 거처 중국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지금은 서안)을 거쳐서 제 연구대상인 법문사의 사리기를 보고 오려고 합니다.

중국이 아닌게 아니라 사스때문에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만, 이상하게도 사스는 홍콩 인근의 꽝동성 부근에서만 창궐을 하니....이번 루트는 그 쪽은 쏙 빼버렸습니다. 가을산님 당부처럼 사스는 박멸은 못할지언정 만나지 않고 오렵니다. 청도는 중국의 LA같아서 온통 한국 사람들의 사업장이 많은 곳이니 아무래도 조금은 낫겠지만(실은 중국어 실력이 아주 형편 없거든요) 서안에서는 조금 문제가 될것 같은데 제가 다녀올 길이 사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지역이니 설령 돌아와서 사스를 의심해서 피한다거나 하지는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벙 중국방문은 제게는 매우 소중한 방문이 됩니다. 보통 박물관의 유물은 대부분이 비공개이나 이번에는 법문사 박물관에서 연구를 위해 특별히 제게만 공개를 해 주기로 했으니...제게는 더없는 기회이며 행운이랄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사리기에 대해 잘 모르시지요. 일전에도 언급을 했지만 부처의 유골을 모셔두는 용기인데, 당 황실에서 정략적으로 커다란 탑속에 모셨기에 그 용기 또한 황실의 비호아래 아주 정교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져 있답니다.  국내에는 웨난이 쓴 <법문사의 비밀><부처의 진신사리1,2> 등이 법문사와 관련된 글인데 한번 재미삼아 읽어 보신다면 좋을것 같습니다. 저는 종교를 갖지 않고 있지만 미술사학적 차원에서 고찰하는것이 왠지 즐겁기만 하답니다.

하여간 사스때문에 조금은 망설였던 일정이었지만, 기왕에 유물 공개 약속을 받은지라 어렵게 얻은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기에 다녀 오렵니다. 토요일 출발해서 수요일경에 돌아오게 될것 같군요. 한가지...중국은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편이기에 중국 여행에는 언제나 푸근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마 다른 나라중 물가에 대한 부담이 가장 적은데(그래도 책값은 장난이 아니랍니다) 이번 방문에서도 도서를 일부 구해 오렵니다. 무거워도 참고 낑낑거리면서 가져올께요...사스 조심들 하세요~~~

                                                 < 如   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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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아서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디스레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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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부대장께서 빙~ 둘러 앉은 식탁에서 뭔지는 모르지만 회색 봉투를 내놓으면서 "이런 책 알아?"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조금 늦게 식탁에 도착한지라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는데 모두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한것 같았고, 그나마 책을 많이 읽는다고 알려진 저이기에 제게 물어보신 모양입니다. <야생초 편지>....  저는 정말 처음 보는 책의 제목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지라 잘 모르겠다고 답을 했더니만..."야..이거 큰일이네...책을 많이 본다는 사람도 베스트셀러를 모르다니..."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제 앞에 놓인 봉투의 한 가운데 <야생초편지 2004 달력>이라고 씌여있어 마치도 저를 비웃기나 하는것 같았습니다.

2. 누차 제 글에서 언급을 했었지만, 실은 저는 매스커뮤니케이션과 별로 친한편이 아닙니다. 그러니 모 방송국의 선정도서라고 해서 제가 잘 알수도 없고(또, 선정도서가 특별한것도 드뭅니다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지에 대해서는 인문학 위주로 탐독하는 저의 범주에서는 벗어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이름을 알라딘에서도 못본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 가만히 보니 원래의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 보이는데 그가 이 달력을 가져온 모양입니다. 소개를 하는것을 보니 이 분은 이 책의 저자인 '황대권'의 친형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니 아마  많이 무안했을겁니다. 부대장은 저자가 저의 대학 후배이고 인권운동을 하다가 오랜기간 고생을 했었다면서 제게 달력을 선물을 하였습니다.

4. 지금 달력을 펴보다가 이 글을 씁니다.저자가 영어의 몸이었을 때 그 속에서 직접 그렸다는 야생초 그림을 중심으로 그 야생초에 대한 설명이 함께하고 있는 이쁜 달력입니다.그 내용은 색상과 맛, 그리고 약효등에 관한것입니다. 글의 마지막에는 저자의 호인지는 모르나 -바우-라고 되어 있군요. 특색있는 것은 파란 스탬프 잉크로 찍힌 "검열필/교무과"라는 직인입니다. 아마도 억압받던 시절의 통제를 상징적으로 의미하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5. 중요한것은 이 달력을 받으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원래가 책을 대하며 편식을 하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물론, 하루에 간행되는 서적을 모두 다 읽을 수는 없는데 소위 베스트셀러를 읽은것은 고사하더라도 제목조차가 생경스러우니 얼마나 편협한 독서를 했었나에 대한 반성입니다. 한편으로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밀려 있어 아직 순서가 한참 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런 제목의 책이 있다...라는 정도는 알아야 했던것이 아닐까를 말입니다. 뭐...그럴 필요가 있나? 라는 물음표를 던지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그저 그것 조차도 모르고 넘어가는 무관심의 원인이 너무 한쪽에 치우친 저 자신의 선택을 탓하고자 하는것이랍니다.

6. <야생초 편지>를 사 보고 싶더군요. 몰라서도 못보았지만, 책의 내용이 달력과 같다면 읽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겸하여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서적중에서 얼마나 많은 읽을꺼리를 놓치나를 반문합니다. 또 촘촘한 그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놓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책을 좋아하시는 여러분들도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위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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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1-05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의 글을 읽고 제 스스로 위로를 삼으며
저는 책에 대한 편독이 조금 있는데, 문학책은 일년에 한권 읽을까. 틈틈이 사회 과학책과 철학 관련서적을 읽지만. 많은 분야를 두루 섭렵하면서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는 것은 (천재가 아닌 이상에)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수수께끼님은 이번 기회에 <야생초 편지>를 읽으시겠네요. 책 이름을 진작부터 알고 있던 저는 읽은 생각조차 안 하는데.
저는 직장에서 신문을 읽지만 TV는 보지 않습니다. 집에 TV가 없거든요. (은근한 저의 자랑입니다.) 수수께끼님이 매중 매체에서 거리가 있다는 점이 참 매력 있네요. 개인적으로 TV를 비난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을 많이 빼앗깁니다. 알라딘에서 매중매체의 베스트 셀러를 소개해 주니 그것만 봐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로그인 2004-01-0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마립간님의 말씀처럼 저도 차량용 티비는 가지고 있으나 먼지가 쌓여 있답니다. 님의 말씀처럼 정말로 모든 책을 다 읽는다면 아마도 기네스북에 올라갈수 있겠죠? 어쩜 티비로 시간 빼앗긴다는 생각이 저와 똑 같으신지요...(물론 드라마겠죠? 내셔널지오그래픽 제작물은 좋아한답니다) 시집은 가끔들 출판을 하고 나서 보내오기에 손에 잡히는대로 읽지만 소설은 정말 손에 잡히지 않더군요. 저도 감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하는데...아직도 소설을 통해서 더 많은 감성을 키워야 하는데, 지금은 인문학과 과학에 매료된 상태 같습니다. <야생초 편지>를 읽고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마립간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 주시니 스스로 위안의 마음을 삼는데 큰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고맙습니다. <如 村>

가을산 2004-01-0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그럼 우린 티비를 안보는 공통점이 있군요!
저도 어쩌다 뉴스를 볼까말까 하는 정도입니다. 드라마 같은 건 안본지 오래이구요.
간혹 밤늦게 '작업'을 할 때 적적해서 다큐멘터리정도 틀어놓고 귀로 듣기는 합니다.
(라디오 트는게 티비 트는것보다도 더 어렵기 때문에... --;;)
중앙일보 book 색션에 이우일의 책과 관련된 한컷 만화 실리는데, 얼마전에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느냐고 묻는다. 티비를 보지 않으면 간단한데...' 라는 요지의 만화가 있었습니다. 이사람 만화를 보면서 공감하는 때가 많습니다.
참! 그리고 저도 각종 매체에서 베스트 셀러 톱텐이라고 선정하는 책들이, 2003년도에는 유난히 저의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내용이 없는 책들인 것 같은데... 그런 책들이 많이 팔린다는 것이 이 사회가 여유없음을 나타내는 건지도.. (라고 합리화를 해봅니다.)
 

2004년의 "인간의 정의"입니다.

<바보>는 <바보>이기 때문에 <바보>가 아닌 사람을 <바보>라고 하고

<바보>가 아닌 사람은 <바보>가 아니기에 <바보>보고 <바보>라 한다

고로....모든 사람은 전부 <바보>이다.

  * 분명한것은 바보라도 좋고 바보가 아니라도 좋겠지만, 결론처럼 모두가 다 바보라면 그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현명한 바보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TV라는 괴물을 멀리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바보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는 바보의 눈이 결코 마땅치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보스러움이 바보보다 더 좋지 않은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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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밑.... 어느 스님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일산의 그 스님 절로 찾아와 달라는 것이었지요. 그 스님은 불화의 계보를 이어오신 스님으로 불화의 초본에 대한 사진 작업을 제가 맡은적이 있었습니다. "불화초"라는 단어가 조금은 생소하겠지만, 절에 절려있는 불화를 그리기 위한 바탕그림을 말합니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라도 척척~ 그림을 그려내기는 어렵겠지요. 서양화의 스케치라고 보시면 되는데, 이 초본은 아주 오래 만들어진 것이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재적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스님은 전시회의 도록을 제게 내 놓으셨습니다. 국내 전시를 끝내고 미국의 LA에 있는 LA County Museum of Art에서 작년 8월부터 금년 2월까지 전시회를 하는데 그 전시회의 도록을 제게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도록에는 초본의 사진도판이 가득 실려 있는데 모든 사진은 제가 작업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Photography by Kim XXX XXX  , Buddist Cultural Oroperties Research Institute  라고 제 이름이 들어가 있더군요.         정말 그 사진을 찍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던 지난 한해였습니다. 거의 1000여장에 달하는 불화초본은 그 크기마저 큰것은 가로 5미터 세로 20미터가 되는것도 있을 정도로 사진 작업을 하기에는 매우 어려웠었는데 자그마치 1년간을 거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사진 촬영을 했던것 같습니다.   

3. 사진촬영은 초본이 한지인지라 후레쉬의 빛을 너무 많이 흡수하여 후레쉬 촬영에도 무척 애를 먹었고, 커다란 초본을 걸기위한 영사막 같은 판을 세우는 작업도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법당에 커다란 판을 세워서 사진 작업에 용이토록 했으니 부처님께서는 아마 조금 화도 나셨을 겁니다. 물론, 사람을 사서 사진 촬영을 위한 초본을 걸었다 뗐다 하는 일을 하도록 하였지요. 용역회사에 부탁을 했었는데 대부분이 중국동포였답니다.

4. 전시회는 LA에서 지금도 성황리에 열리고 있고 저는 개막식날 제 신분상의 이유로 참석을 하지 못하고 말았지만, 미국인들은 "선에 깃든 정신세계의 혼"이라고 무척 많이 찾아 주셨다고 합니다.  그 전시회의 도록을 받아보니 1년간 고생했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는데도 흐믓하였습니다. 도록이 잘나온 이유도 흐믓한 이유중의 하나이겠지만, 제가 촬영했던 사진이 도록으로 발간되어 많은 관람객에게 유포가 될 수 있었고, 눈으로 감상하는 우리 문화재를 이해하는데 일조를 할 수 있었다는 뿌듯함 때문이었지요.

5. 사실, 그 사진을 촬영하며 소모된 필름은 엄청났었습니다. 흑백과 슬라이드 필름을 합해서 거의 3000통 정도를 썼으니 얼마나 많은 필름인지 상상을 해 보실래요?   그것도 일반 35mm도 있지만, 큰 카메라에 들어가는 필름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현상을 한 필름만해도 캐비넷 4개를 다 채우고도 모자랐습니다. 저는 당시 사진작업을  한 스님이 애지중지하는 불화초본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사진 촬영작업을 허락을 했었기에 별도의 작업비를 받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불화초본들은 쉽게 볼 수 있는것이 아니었으니까요.

6. 겸하여, 스님께서는 매월 한차례 중국의 청도에 가서 한 지역의 12달 풍경을 사진에 담자는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그간 고생한것에 대한 보답의 의미도 담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 불교가 성행하지 않은 중국의 포교활동을 하시는 스님이 그곳의 변하는 광경을 담아 카렌더로 작성하고자 하는 계획도 가지신것 같았습니다. 저는 흔쾌히 승락을 했지요...덕분에 중국의 문화유물을 접할 기회도 가질 수 있으니까요...

7. 스님과의 대화는 해를 넘기며 계속되다가 새벽 2시경에야 끝이나서 돌아왔습니다. 저희는 신정을 새는지라 아침에 차례를 모셔야 할 입장이어서 본가로 가야했음에도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다보니 차마 쉽게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가 없었답니다. 이 도록때문에 몇차례 전화를 받은적이 있었답니다. 필름 원고에 관한 문의인데 아직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을 하지 못해서 답변을 못했습니다. 더구나 국내인도 아니고 외국인들인지라(그들은 책자를 만들기를 원했지만)...  그 보다는 공개하기 힘든 자료를 가지고 계신 스님의 생각이 우선이겠지요. 물론 지적소유권은 제게 있더라도 무조건 책자로 발간하여 공개할 입장은 아닌것이겠지요.  금년은 아마도 "불화초본"이라는 책자가 만들어지게 될것 같습니다. 책으로라도 공개하여 불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기존의 불화 제작자들에게 참고자료로 활용토록 해야 하니까요. 스님은 불화초본을 공개할 생각이 없으셨지만  고려청자의 비색을 내는 기법을 전해준 사람이 없어 지금 우리가 재현을 위해서 아등바등 하는것이 아니냐고 살살~ 꼬드겨서 비로소 공개를 하신 것인데, 이제는 책으로 완전 공개를 하고자 하는것을 금년의 목표로 삼도록 해야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하시고자 하는 모든일이 다 성취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늘 건강과 함께요.....          새해의 밝은 해를 맞이하며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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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1-0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도록 나오기를 기다려야겠군요. 스님께서 부디 허락하셔야 할텐데...

비로그인 2004-01-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반드시 초본도록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구요...LA전시회의 도록을 보내 드리고 싶은데...어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