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부대장께서 빙~ 둘러 앉은 식탁에서 뭔지는 모르지만 회색 봉투를 내놓으면서 "이런 책 알아?"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조금 늦게 식탁에 도착한지라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는데 모두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한것 같았고, 그나마 책을 많이 읽는다고 알려진 저이기에 제게 물어보신 모양입니다. <야생초 편지>....  저는 정말 처음 보는 책의 제목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지라 잘 모르겠다고 답을 했더니만..."야..이거 큰일이네...책을 많이 본다는 사람도 베스트셀러를 모르다니..."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제 앞에 놓인 봉투의 한 가운데 <야생초편지 2004 달력>이라고 씌여있어 마치도 저를 비웃기나 하는것 같았습니다.

2. 누차 제 글에서 언급을 했었지만, 실은 저는 매스커뮤니케이션과 별로 친한편이 아닙니다. 그러니 모 방송국의 선정도서라고 해서 제가 잘 알수도 없고(또, 선정도서가 특별한것도 드뭅니다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지에 대해서는 인문학 위주로 탐독하는 저의 범주에서는 벗어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이름을 알라딘에서도 못본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 가만히 보니 원래의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 보이는데 그가 이 달력을 가져온 모양입니다. 소개를 하는것을 보니 이 분은 이 책의 저자인 '황대권'의 친형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니 아마  많이 무안했을겁니다. 부대장은 저자가 저의 대학 후배이고 인권운동을 하다가 오랜기간 고생을 했었다면서 제게 달력을 선물을 하였습니다.

4. 지금 달력을 펴보다가 이 글을 씁니다.저자가 영어의 몸이었을 때 그 속에서 직접 그렸다는 야생초 그림을 중심으로 그 야생초에 대한 설명이 함께하고 있는 이쁜 달력입니다.그 내용은 색상과 맛, 그리고 약효등에 관한것입니다. 글의 마지막에는 저자의 호인지는 모르나 -바우-라고 되어 있군요. 특색있는 것은 파란 스탬프 잉크로 찍힌 "검열필/교무과"라는 직인입니다. 아마도 억압받던 시절의 통제를 상징적으로 의미하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5. 중요한것은 이 달력을 받으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원래가 책을 대하며 편식을 하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물론, 하루에 간행되는 서적을 모두 다 읽을 수는 없는데 소위 베스트셀러를 읽은것은 고사하더라도 제목조차가 생경스러우니 얼마나 편협한 독서를 했었나에 대한 반성입니다. 한편으로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밀려 있어 아직 순서가 한참 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런 제목의 책이 있다...라는 정도는 알아야 했던것이 아닐까를 말입니다. 뭐...그럴 필요가 있나? 라는 물음표를 던지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그저 그것 조차도 모르고 넘어가는 무관심의 원인이 너무 한쪽에 치우친 저 자신의 선택을 탓하고자 하는것이랍니다.

6. <야생초 편지>를 사 보고 싶더군요. 몰라서도 못보았지만, 책의 내용이 달력과 같다면 읽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겸하여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서적중에서 얼마나 많은 읽을꺼리를 놓치나를 반문합니다. 또 촘촘한 그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놓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책을 좋아하시는 여러분들도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위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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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1-05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의 글을 읽고 제 스스로 위로를 삼으며
저는 책에 대한 편독이 조금 있는데, 문학책은 일년에 한권 읽을까. 틈틈이 사회 과학책과 철학 관련서적을 읽지만. 많은 분야를 두루 섭렵하면서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는 것은 (천재가 아닌 이상에)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수수께끼님은 이번 기회에 <야생초 편지>를 읽으시겠네요. 책 이름을 진작부터 알고 있던 저는 읽은 생각조차 안 하는데.
저는 직장에서 신문을 읽지만 TV는 보지 않습니다. 집에 TV가 없거든요. (은근한 저의 자랑입니다.) 수수께끼님이 매중 매체에서 거리가 있다는 점이 참 매력 있네요. 개인적으로 TV를 비난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을 많이 빼앗깁니다. 알라딘에서 매중매체의 베스트 셀러를 소개해 주니 그것만 봐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로그인 2004-01-0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마립간님의 말씀처럼 저도 차량용 티비는 가지고 있으나 먼지가 쌓여 있답니다. 님의 말씀처럼 정말로 모든 책을 다 읽는다면 아마도 기네스북에 올라갈수 있겠죠? 어쩜 티비로 시간 빼앗긴다는 생각이 저와 똑 같으신지요...(물론 드라마겠죠? 내셔널지오그래픽 제작물은 좋아한답니다) 시집은 가끔들 출판을 하고 나서 보내오기에 손에 잡히는대로 읽지만 소설은 정말 손에 잡히지 않더군요. 저도 감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하는데...아직도 소설을 통해서 더 많은 감성을 키워야 하는데, 지금은 인문학과 과학에 매료된 상태 같습니다. <야생초 편지>를 읽고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마립간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 주시니 스스로 위안의 마음을 삼는데 큰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고맙습니다. <如 村>

가을산 2004-01-0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그럼 우린 티비를 안보는 공통점이 있군요!
저도 어쩌다 뉴스를 볼까말까 하는 정도입니다. 드라마 같은 건 안본지 오래이구요.
간혹 밤늦게 '작업'을 할 때 적적해서 다큐멘터리정도 틀어놓고 귀로 듣기는 합니다.
(라디오 트는게 티비 트는것보다도 더 어렵기 때문에... --;;)
중앙일보 book 색션에 이우일의 책과 관련된 한컷 만화 실리는데, 얼마전에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느냐고 묻는다. 티비를 보지 않으면 간단한데...' 라는 요지의 만화가 있었습니다. 이사람 만화를 보면서 공감하는 때가 많습니다.
참! 그리고 저도 각종 매체에서 베스트 셀러 톱텐이라고 선정하는 책들이, 2003년도에는 유난히 저의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내용이 없는 책들인 것 같은데... 그런 책들이 많이 팔린다는 것이 이 사회가 여유없음을 나타내는 건지도.. (라고 합리화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