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재한화 - 한국미술사 외사
진홍섭 지음 / 대원사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미술사를 추적하는 기본 자료는 역시 정사를 바탕으로 한다. 그럼에도 삼국유사와 같은 야사나 외사가 역사에서의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음에도 훨씬 더 다양하고 재미있다. 그 이유는 정사에 기록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 할것인데 정사에만 치우치다보면 그 뒷이야기를 모르고 넘어가며, 단지 정사에 담긴 내용만 머릿속에 남게 된다. 저자는 미술사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외사를 집대성하여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묵재한화(默齋閑話)라는 제목은 저자 진홍섭의 호인 수묵(樹默)의 서재속에서 저자가 관련하였던 학문인 미술사의 조금은 허허로운 뒷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으로 이해를 할 수 있다.

  저자 진홍섭은 아흔을 바라보는 노학자다. 우리 미술사학계의 1.5세대 정도로 오랜동안 우리 문화재와 미술사학에 종사하며 후학 양성과 문화재 조사에 몸바쳐 왔던 분으로 그동안 접했던 많은 미술사학적 내용중에서 잘 다루지 않고 넘어갔던 외사 부분에 대하여 대학에서 강의하던 자료를 수정하여 엮은것인데 모두 26편의 제각기 다른 주제를 정사와 외사를 기초로 하여 새롭게 해석을 하고 있어 전공을 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자료가 되면서도 전공으로 삼지 않는 일반 독자라 할지라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신라의 대찰이었던 영묘사에 관한 추적으로 그 영묘사라는 절이 어디에 있는가를 여러가지 문헌자료를 참고하여 유추하고 있으나 정확하게 어디에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는것을 유보하며 '다만 영묘사에는 3층 목탑이 있었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구태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학설이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정사에 치우쳐 넘어갔던 바깥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될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물론 미술사학적 접근에 의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달마도를 그린 김명국의 일화나 선묘와 의상과의 로멘스등 우리 역사속에 오르내렸던 인물에 대한 가십도 담고 있다. 뿐만아니라 건축물이나 왕실에 관한 이야기등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외사와 관련된 문헌자료를 제시하며 새롭게 인식하기를 저자는 바라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평생 몸담았던 미술사학의 대상이 되는 문화재의 파손과 훼손에 대한  경위를  외사속에서 찾아내어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도리사 금동사리함'의 경우처럼 미술사학적 고찰을 거쳐 밝혔어야 함에도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던 우리 문화재의 제자리 찾기에 대한 안타까움도 담고 있어 노학자이며 선배로서 자신이 다하지 못했던 일에 대하여 후학들이 무엇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방대하게 인용된 각종 문헌의 양에 놀라게 된다. 저자의 설명처럼 관련 자료를 집성하다보니 정사뿐만 아니라 외사나 야사의 내용도 접하게 되었을지 모르나 이러한 외사나 야사가 실증사료인 문화재의 존재를 증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제목이야 '한담'이라고 하였으나 실은 미술사학의 뒷이야기를 상세히 기술한 내용으로 정사와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잇는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문화재를 분석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아무래도 학문적 자취를 바탕으로 하여서인지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쉽다고 할 수 없으나 문화재에 관하여 조금의 관심이라도 갖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특별히 어렵지는 않으리라고 보여진다. 딱딱하다고 여겨지는 미술사학에 관한 다양한 접근중 이렇게 외사나 야사를 통한 접근은 그 내용을 받아들임에 있어 훨씬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노학자의 말 처럼 이 책을 통하여 우리 선조의 고귀한 정신과 문화재의 소중함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如        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