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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애불 - 하늘과 땅이 동시에 열리는 공간
이태호.이경화 지음, 유남해 외 사진 / 다른세상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그저 평평한 바위를 보면 옛 사람들은 무엇이건 남기고 싶었을까? 아니라면 인간의 삶을 마치는 순간 또 다른 용화세계로의 승천을 꿈꾸어 왔을까? 우리 나라에는 참으로 마애불이 많다. 마애불이란 바위에 새긴 불상을 말하는데 그 위치가 까마득해서 아찔한 느낌을 주거나 또는 길 옆의 너럭바위나 할것없이 우리 나라 전역에는 약 200여개의 돌에 새긴 부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마애불이 깊은 산중에 있거나, 또는 사람이 올라가기에는 너무 험준한 바위에 새겨졌기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동안 마애불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전남대학교 이태호 교수는 그중 108개를 택하여 이 책에 담았다.
바위에 새겨진 불상 하나로서 불교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던 옛 사람들의 의지는 무엇이었을까? 그것도 백두대간이 몸속에 숨기고 있던 뼈에 해당하는 화강암에 어느것은 열심히 쪼아서, 어느 불상은 낮게, 또는 높게 양각으로, 또 어느 불상은 일부는 돋을새김으로 하고 일부는 선각으로 하는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성된 마애불의 조성 동기가 저자는 산악신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산을 생활신앙의 모태임을 말하며 마애불도 이러한 숭산(崇山)신앙에 의해 조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애불의 기원은 우리 땅에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산악숭배, 암각화, 고인돌 등의 거석문화 등과 결합하여 발전한 것으로 저자는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마애불의 도상학적 근거는 인도나 중국의 석굴사원에 있는데 우리 나라의 지형적 특성에 다라 중국이나 인도와는 달리 원래의 바위가 놓인 자리에 불상을 조각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108개의 마애불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앞서 첫번째 꼭지로 "한국 마애불의 유형과 변모"라는 마애불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1.마애불, 바위에 새긴 부처 2,한국적 신앙형태의 불교유적 3,마애불의 양식 변천과 예술미 4,마애불에 투영된 한국인의 심상 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자는 이 글이 <불교문화연구> 제 7집에 실었던 논문을 수정해서 재 수록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2부에서는 마애불에 대한 본격적인 안내로 들어가는데 2부는 크게 3개의 작은 꼭지로 구분하여 첫번째 꼭지는 '산 속 깊은곳에 숨은 은자'라는 주제로 모두 35개의 마애불을 백제, 신라, 통일신라, 고려 및 조선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마애불이 갖는 아름다움과 배치 형태, 그리고 수인과 법의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 미술사학적 설명을 담고 있다. 두번째 꼭지는 '삶터에 내려앉은 지킴이'로서의 마애불로 깊은 산중이 아닌 우리네 삶터 주변에 새겨진 마애불에 대하여 역시 시대별로 구분하여 설명을 하고 있으며, 마지막 세번째 꼭지는 높은 지역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게 조성된 마애불을 묶어 '세상을 굽어보는 하늘미륵'이라는 주제로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 시대에 걸쳐 조성된 마애불을 시대순으로 구분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 마애불목록'을 권말에 붙였는데 여기에는 명칭과 조성시기, 크기및 지정형태, 그리고 마애불의 소재지와 본문에서 다룬 쪽이 어디인가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정신문화연구원의 사진담당 유남해의 사진을 담았는데 ,작가가 상업 사진작가가 아닌 순수 사진작가라서인지 이 책에 실린 사진은 독자들을 훨씬 푸근하고 아늑함 속에서 읽을 수 있고 또 단순한 책속의 사진이 아니라 마애불이 주는 인간을 향한 무한한 자비를 느낄 수 있도록 자연광 위주로 촬영하였음을 알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일반 안내서로서의 기능과 미술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개관서로서의 기능을 다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부피를 고려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왕에 처음으로 다양한 마애불을 담을 요량이라면 나머지 100여개의 마애불도 담았으면 하는 욕심이 들지만, 예술적 감상기준이나 미술사학적 중요성을 우선하여 선정을 한것으로 판단되는 이 책의 내용만으로도 우리 산하에 자리잡고 있는 마애불을 이해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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